,"호텔 업계도 올 한해는 말 많고 탈 많은 어려운 시기였다. 월드컵을 둘러싼 호텔업계의 악몽은 올 초 월드컵 보이콧을 둘러싼 논쟁에 이어 바이롬사와의 악연으로 계속됐다. 그나마 내년도 6월까지 연장된 영세율 제도로 인해 한숨 돌렸다. 국내여행 업계도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품었지만 올 한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호 텔
월드컵 보이콧 둘러싼 논쟁

관광호텔업계는 올 초부터 월드컵 보이콧 논쟁으로 후끈 달아 올랐다. 월드컵을 둘러싸고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관광호텔들의 슬롯머신과 증기탕 등의 재허가 요청이 정부의 불허방침에 막히자 한 때 한국관광호텔업협회는 월드컵 객실 예약거부를 내걸며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된 관광호텔들의 월드컵 보이콧 사건은 여론의 악화와 내부 논란이 거듭되면서 호텔들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부에서는 지난 3월 한국관광연구원, 호텔업협회, 언론, 학계 관계자들이 참가한 연구협의회를 구성해 중소규모 관광호텔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지방 호텔들의 경영난 타계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월드컵에 울고, 아시안 게임에 웃고

호텔업계는 지난해 9·11 테러라는 악재에 이어 올해 월드컵 대회라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애초 월드컵 공식숙박업체인 바이롬사는 전국 210여개 호텔들과 객실 공급 계약을 체결, 약 2만 2000실을 블록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바이롬사의 빗나간 수요 예측과 때늦은 블록 해지는 호텔 업계를 일대 혼란으로 몰아 넣었다.

당초 약속한 물량에서 크게 벗어난 50~70% 정도의 객실이 월드컵을 한 달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블록 해지돼 각 호텔마다 기간 내내 비상이 걸렸으며 때문에 호텔들은 당초 올려 잡은 목표에 크게 밑돌며 월드컵 전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회 이후 각 호텔마다 내부적으로 바이롬사를 상대로 한 손해 보상 소송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도 유야무야 정리되고 말았다. 반면 바이롬사와 계약을 맺기 않거나 이른 블록해지를 촉구한 호텔들의 경우에는 대회 기간 목표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한편 부산 아시안 게임은 기간 동안 이 지역 특 1급 호텔들의 객실이 모두 차는 등 월드컵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율 적용 6개월 연장

올 하반기부터 호텔과 인바운드 업계의 이슈거리로 떠오른 영세율 제도가 내년 6월 말까지 연장됐다. 11월 말부터 각 호텔별들이 영세율을 배제한 상황에서 그룹 동계요금을 발표하기 시작면서 호텔과 여행사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번 영세율 연장 조처로 두 업계 모두 한숨을 돌렸다.

애초 관련부처인 재정경제부는 그 동안 호텔과 인바운드 업계의 지속적인 연장 요청에도 불구하고 ‘연장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호텔 특성상 이전에 예약된 분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 이에 대한 배려로 일종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전제 하에 최근 6개월 연장을 발표했다.

이에 호텔, 인바운드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6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과 내년을 코 앞에 두고 발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정부의 장기적인 안목에 따른 정책수립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월드 인 애초 취지 무색해져

월드컵 숙박난 해소를 위해 정부 지원금 3억여원과 민간 출자금 15억원이 투자된 월드 인도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월드 인을 운영하고 있는 (주)한국정보통신측은 정부지원이 끊기면서 적자운영을 견디지 못하고 축소운영에 들어가는 등 애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때문에 모처럼 많은 자금을 투자해 구축했던 시스템이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무용지물이 됐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호텔들의 새 옷 입기

올 초에는 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이 ‘힐튼’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서울힐튼에서는 이에 반발하며 힐튼 인터내셔널 본사에 소송을 거는 등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한 달여간의 소송 끝에 서울 힐튼이 소송을 취하하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또 6월 경에는 구 올림피아 서울 호텔이 스타우드계열 체인인 포포인츠 쉐라톤 이름을 달았다. 이외 영종도에 건설중인 대한항공 호텔이 하얏트 리젠시로 체인 호텔을 결정했으며, 내년초 오픈 예정으로 (주)교원나라가 제주도에 건립중인 호텔의 경우 체인호텔을 라마다 프라자로 최종 결정했다.

국내여행
주 5일 근무제 장밋빛 환상에 그쳐

올초부터 주 5일 근무제 도입 논의로 국내 관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가 싶더니 하반기들어 연내 입법이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사그라들었다. 특히 부분적으로 은행권 등에서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했지만 정작 국내 여행업계는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국내 관광보다는 국외 관광을, 여행사를 통한 여행보다는 자가 여행을 선호하는 결과가 나타나면서 올 한해 국내 여행사들은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무등록 업체의 시장 흐리기

국내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무등록 업체에 대한 지적도 여전한 한 해였다. 지난 8월 열린 ‘국내 관광 활성화 토론회’에서는 산악회, 답사회 등을 빙자한 무등록 업체들의 불법적인 영업 행태가 고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내 여행사들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 및 제재 장치 마련을 요구했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문제 해결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 또한 갖가지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백화점 문화센터, 통신업체 등의 선심성 여행도 국내 여행업계를 왜곡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폐허만

늦여름 닥쳐온 태풍 ‘사라’는 수 많은 인명, 재산피해를 불러 일으켜 왔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삼척 환선굴을 비롯한 유명 관광지들이 유실되거나 파손돼 한 동안 복구 작업에 땀을 흘렸다. 당시 문화관광부가 집계한 관광 관련 피해액만 130억원이 넘었으며 강원도 관광 인구가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수해민을 위한 전국민의 성금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며 이에 보답하는 강원도 관광 시설업체들의 보은 세일이 실시됐다. 강원도 지역 호텔, 콘도, 관광지 등이 참여한 보은세일은 강원도 관광을 되살리는데 한 몫을 담당했다.

펜센 이용 급증…이색여행 인기

한편 올해 펜션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이용도도 빠르게 증가했다. 제주도의 경우 휴가철 펜션을 선호하는 수요층이 늘면서 호텔예약이 감소하는 등 펜션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또한 테마여행이나 이색적인 여행상품이 여전히 인기를 누렸으며 관광열차 상품은 계절이나 환경변화를 타지 않고 꾸준한 호응을 얻었다.

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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