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의 아침. 밤새 내렸을 법한 눈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아쉬움은 창 밖으로 펼쳐진 무채색의 경치에 이내 녹아내린다. 눈을 얘기하지 않고 겨울의 매력을 논할 수 있을까? 실내의 안온함에 길들여진 탓에 추운 바깥 날씨에 한참을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객들의 손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다. 나이를 잊고 눈앞에서 짓궂어 지는 표정들을 보니 당장 눈싸움이라도 한바탕 벌어질 태세다.

후쿠시마의 대표적인 여행상품은 스키와 골프. 이 곳의 특징이라면 스키와 골프를 즐긴 후 현 내에 산재한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클럽을 잡고 골프를 치고 난 뒤나, 격렬하게 스키를 즐긴 후에 눈이 소복하게 쌓인 야외에서 즐기는 노천 욕은 그 상쾌함에서 비길 것이 없다.

머리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만큼 앉아 있다가 샤워로 마무리 하면 쌓인 피로가 단번에 날아간다. 여기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청주 잔을 기울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담소를 나누다 보면 여행은 그대로 짧은 생활이 되어버린다.

겨울에 찾게 된 후쿠시마는 일정 내내 ‘여유’라는 화두를 던진다. 골프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해가 뜨자마자 뛰쳐나가 하루 종일 홀을 돌다가 떨어지는 해를 아쉬워하며 들어오거나, 스키 여행이라고 스키장에만 하루 종일 머무를 필요는 없는 법.

오히려 지나치게 목적에 연연하다 보면 모처럼 떠난 여행이 스트레스가 되어버려 여행의 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그런 측면에서 후쿠시마는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여행의 균형을 잡아볼 수 있는 곳이다.

후쿠시마 현은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의 도호쿠 지방의 남쪽에 위치한 곳으로, 일본의 47개 자치구 중 세 번째로 큰 현이다. 충청 남북도 정도의 크기에 210만 명이 살고 있어 일본 내에서도 인구 밀도가 꽤 낮은 편에 속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하나의 현이지만 산맥을 통한 자연적인 경계와 역사적인 배경, 기후 등을 통해 아이즈, 나카토오리, 하마토오리의 세 지방으로 나뉜다.

가장 내륙에 위치해 있으면서 반다이 산을 중심으로 한 산악지형이 중심이 되는 아이즈 지방의 경우, 겨울이면 적설량이 2~3m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좋은 자연조건에 힘입어 아이즈에서 나카도리에 걸친 산악지형에는 30여 개에 달하는 스키장이 위치하고 있어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 사람들의 주말 스키휴양지로 자리 매김 한지 오래이다. 11월 하순에서 5월 초까지 개장하는 곳들도 있으므로 이용 기간도 넉넉한 편이다.

반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하마토오리의 경우 겨울에도 온난한 편이어서 눈의 거의 내리지 않는다. 온화한 날씨 덕에 이 곳의 골프장에서는 연중 라운딩이 가능할 정도이다. 골프장은 현 내 60여 곳에 산재해 있는데 상대적으로 기후가 온화한 하마토오리 지역에 반 수 이상이 위치하고 있다.

아이즈와 하마토오리의 중간에 위치한 나카토오리 지방은 도쿄로부터 신칸센 등이 지나가는 후쿠시마 현의 정치 및 경제 중심지로 대부분이 평탄하고 비옥한 지역이다. 인구 29만 명의 후쿠시마 시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으며, 시 주변으로 뛰어난 경치를 지닌 곳이 많아 편리하게 관광할 수 있는 곳이다.

아침에 아이즈 지방을 출발해 하마토오리로 이동할 경우, 떠날 때는 코트 깃을 올려 세우면서 설경을 감상하다가 내릴 때 쯤엔 외투를 벗고 긴 팔 셔츠 차림으로 다닐 수 있을 만큼 기후의 변화폭이 크다.

일본은 환태평양 지진대의 태평양쪽 끝자락에 위치해 지진의 위험이 항존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론 활발한 지각활동 덕에 곳곳에 뛰어난 온천들이 있어 겨울 여행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곳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현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 곳곳에 우수한 온천들이 산재해 있다.

온천은 후쿠시마 현 전체에 걸쳐 200여 곳이 있는데 대형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치료나 요양을 목적으로 조용하게 쉴 수 있는 곳들도 있어 목적에 맞게 온천을 고를 수 있다. 입김을 불어가며 야외에서 즐기는 겨울 노천 욕은 일본에서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소중한 경험이다.

후쿠시마현 글·사진 = 김승범 객원기자 kismet8004@orgio.net
취재협조=후쿠시마현 한국홍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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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꼭 드셔 보세요”

후쿠시마에 들렀다면 일정 중 꼭 시간을 내어 이 곳의 라멘을 먹어보고, 지역에서 직접 주조한 청주와 맥주를 맛보도록 하자. 이 곳이 아니면 세계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후쿠시마의 히타카타 라멘은 독특한 맛과 모양으로 후쿠시마를 찾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접해볼 만한 음식이다. 면 위에 얇게 썬 편육을 얹어놓고 기름진 육수를 부어 만드는데,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약간 싱거울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 면 요리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후쿠시마의 청주는 종류가 다양하다. 이동하는 곳마다 갖가지 새로운 종류의 청주가 등장한다. 종류에 따라 차게 마시기도 하고 데워서 마시기도 하는데, 후쿠시마에서 만든 청주는 맛과 향이 뛰어난 편이다. 따뜻한 청주 한잔은 저녁식사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체 주조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후쿠시마 현에서도 현 자체적으로 주조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이 곳의 맥주인 이나와시로 맥주는 쓴 맛을 유지하면서도 끝 맛이 개운해 시원한 느낌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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