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서 섬에 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동요하곤 한다. 섬은 뭍 사람들에게 묘한 기대를 갖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섬은 신비한 일이 일어나는 곳으로 묘사되어 왔다. 율리시스에게 섬은 끊임없는 모험의 세계였고, 홍길동에게는 유토피아의 터전이었다. 거문도 또한 수많은 전설과 사연들이 있어 관광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이름 거문도는 이름만큼은 제주도나 울릉도 못지 않게 친숙하지만 그렇다고 사시사철 타지 사람들로 크게 붐비는 곳은 아니다. 특히 남단에 위치한 데다가 난류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동백꽃이 피는 거문도는 겨울의 쓸쓸함보다는 색다른 운치가 느껴졌다.

고도, 동도, 서도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는 구석구석 볼 곳도 많지만 그 중 단연 으뜸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불을 밝혔다는 거문도 등대이다. 등대를 비롯한 주위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양옆으로 동백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는 등대까지 20여분 남짓 걷는 길 또한 멋들어지다.

거문도의 동백은 10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인데, 꽃이 피자마자 시들기 전에 떨어지기 때문에 길 위로, 나무에 붉은 꽃이 지천이라 황홀하기까지 하다. 만개한 동백꽃 사이를 거닐고 있노라면 낭만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연인에게 꽃을 건네고픈 기분이 절로 든다.

거문도의 등대는 바다에서 바라보았을 때 가장 눈에 잘 들어온다는 하얀색으로 된 건물들로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을 연출해내고 있다. 등대 옆에 세워져 있는 관백정(觀白停)에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는 사방의 풍경에 한참을 서서 시간도 잊은 채로 마냥 그렇게 머물러 있게 된다.

거문도를 찾은 사람들이 가슴을 두근거리며 꼭 들려보는 곳이 백도라고 한다. 거문도에서 2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백도는 보고 또 봐도 새롭고 질리지 않아 그야말로 신비하다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는 곳이다. 봉우리가 백(百) 개인 줄 알았다가 하나가 모자른 것을 발견하여 한 획을 뺀 백도(白島)라는 얘기도 있고 멀리서는 섬전체가 하얗게 보여서 그렇다고도 한다.

현재 백도는 안타깝게도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배편이 있어서 관광객이 일정한 수 이상만 모이면 배를 타고 가 주위를 둘러볼 수는 있다. 뭍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서 자라나고 있는 식물들을 보면 자연의 생명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섬 안에는 희귀한 천연 조류들과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섬 전체가 생태계의 보고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주인공들이 배를 놓쳐 섬에 하루 묶이게 되는 경우가 등장하는데, 이는 아마도 휴가를 내어 섬을 찾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일 것이다. 배 이외에도 바다에 나가는 여객선의 경우에는 기상청에서 파랑주의보를 내렸을 경우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여 여행을 갔을 경우에도 이는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므로 추가되는 체제비는 본인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거문도 여행사의 박춘길 사장은 “5시간씩 걸리던 뱃길도 2시간 반으로 줄었고 그만큼 여객선의 설비는 좋아져서 운항여건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의 규정에 따라 배가 묶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날씨가 안 좋으면 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게 마련인데 도리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정규여객선은 운항을 못하게 되자 섬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작은 선박을 임의로 탔다가 사고가 나곤 한다며 관광객들은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거문도관광 여행사에서는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맞춰 금요일 밤에 서울을 출발하는 1박3일 패키지 여행 상품을 내놓았는데 아침에 여수에 도착하여 낮에는 백도와 거문도 등대를 돌아볼 수 있다. 또한 거문도 관광여행사에서는 3일 전부터 수시로 기상청에 날씨를 확인하여 관광객에게 정보를 제공해 실제로 거문도에서 발이 묶이는 경우는 5%이내이다. 거문도 관광여행사에서 관리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교통과 숙박 정보는 물론이고 거문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은 고해상도의 이미지들을 미리 볼 수 있다. www.geomundo.co.kr

거문도에 가기 위해 거치게 되는 곳이 여수이다. 여수는 항구도시 특유의 멋을 지닌 곳으로 야경이 빼어나다. 돌산대교를 지나 돌산 섬에 오르면 건너편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록 홍콩처럼 빼곡이 들어선 빌딩들이나 화려한 조명은 없지만 그대로도 별을 쏟아 놓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시각각 빛깔이 변하는 돌산 대교의 모습이다.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꼭 한 번 들려볼 만한 코스이다.

거문도 글·사진=이지혜 객원기자 jasthee@hotmail.com
취재협조=거문도관광여행사 061-665-4477

여수와 거문도의 맛집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이 꼭 먹고 와야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연 생선요리이다. 도시에서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막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을 바로 요리해서 내놓은 것을 보면 저절로 군침이 넘어가게 마련이다.

여수에 있는 ‘동백회관’은 일단 간판에는 한정식 전문이라고 써 있다. 하지만 막상 상을 받고 보면 온통 생선회이다. 밥까지 포함해서 모두 60가지가 나오는데, 이름도 잘 모르는 생선들의 이름을 종업원들이 친절하게 하나하나 가르쳐 주어 좋다. 두 사람이 갔을 때는 기본이 한 테이블 당 4만원이고 세 명부터는 일인당 만오천원이다. 061-664-1487

이곳에 왔으면 꼭 먹고 가야 할 거문도 은갈치.
거문도의 은갈치는 직접 낚시를 하여 잡기 때문에 그물로 낚는 다른 지역보다 그 맛이 월등히 좋다. 특히 막 잡은 은갈치회는 안 먹고 지나칠 수 없는 별미이다. 선착장 주위에는 많은 식당들이 있는데 ‘삼도식당’은 각종 갈치 요리도 맛있을 뿐더러 밥맛과 정갈한 밑반찬 때문에 더욱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061-663-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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