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 ‘박하사탕’과 ‘파이란’의 촬영장소가 국내 관광지가 되었듯이, 세계적인 명화의 로케이션 장소는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다. 로마에 간 관광객들은 오도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을 헤아리며 반드시 ‘스페인 광장’을 찾는다.

런던에 간 올드팬들은 ‘애수’의 비비안 리를 떠올리며 워털루 브릿지를 거닐곤 한다. 아예 런던에는 런던을 무대로 촬영한 영화들의 로케이션 장소를 둘러보는 관광코스가 있다. 나는 요즘 프리드릭슨 감독의 영화 ‘매’를 우연히 본 후로 아이슬랜드 여행을 꿈꾼다.

오늘날 국제영화제는 큰 이벤트성 축제이자 영화산업과 관련된 국제컨벤션이다. 칸느영화제가 열릴 때면 얼마나 많은 영화산업 관련자와 관광객이 남불 해안을 찾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베를린 영화제를 위시한 각종 국제영화제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문화의 불모지대라 불리던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로 인해 아시아 영화의 메카가 되었다. 이번 제7회 부산영화제는 부산에서 개최되는 여러 가지 행사와 겹쳐 예년보다 늦은 11월 중순에 열렸지만 그 뜨거운 열기는 늦가을 항도의 쌀쌀함을 제압하고도 남았다.

칸느,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들이 모두 참석한다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이번 부산영화제의 성공은 우선 규모 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제에는 해외 770명을 포함, 3,834명의 공식 게스트가 참가했으며, 개·폐막식까지 포함하면 5,320여명의 게스트가 참여했다. 해외 기자도 125명이 몰려들었다. 57개국에서 226편의 작품이 출품되어 총 371회 상영되었다.

부산영화제의 성공은 여타 국제영화제에 비해 손색없이 짜여진 프로그램과 영화를 사랑하여 부산으로 몰려든 국내 영화팬들의 저력, 항구 도시 부산이 갖는 낭만적인 분위기에 기인한다. 그런 한편에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주장은 퍽이나 흥미롭다.

부산영화제가 외국의 영화인들로부터 오늘날까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1회 때 공식적인 파티가 끝난 뒤, 그 때만 해도 자정 이후에 문을 여는 술집이 별로 없어 근처 포장마차 옆에 신문지를 깔고 해외의 여러 영화제 집행위원장들과 함께 새벽까지 소주를 마신 것이 세계의 영화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런 말을 하는 그는 남포동, 해운대, 부산시민회관 등, 세 곳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부산의 교통체증 때문에 늦지 않으려고 늦가을의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퀵 서비스 오토바이를 전세 내 뒤에 타고 다닌다. 유머스러운 정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영화제 하면 칸느나 헐리우드의 붉은 카펫을 밟는 화려한 옷차림의 스타들을 연상한다. 그러나 부산영화제를 아시아에서 제일 가는 성공한 영화제로 만든 것은 서민적인 소탈한 분위기가 한몫 했다.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에 비해 유럽 영화들이 사랑을 받는 이유가 인간의 진솔한 드라마를 다루는 데 있듯이, 지극히 아시아적이고 한국적인 부산영화제의 소박한 미장센이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모든 나라들이 부러워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영화제로 자리매김하도록 한 것이다. 이벤트성 축제, 나아가 인바운드 관광에 있어 인프라와 테크놀러지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진솔한 모습을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되는 것은 아닐까.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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