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새벽 1시의 인천국제공항은 을씨년스럽다 못해 쾡하다. 출입구 대부분이 통제됐으며 항상 북적이던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도 인적하나 없다. 움직임이 잡히는 유일한 곳은 ANA전일본항공의 카운터 앞 뿐이다. 이 시간 불을 밝히고 있는 공항 내 모든 시설물들은 ANA밤도깨비 투어를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항 체크인 카운터는 물론 출입국 심사대의 사람들은 모두 밤도깨비 투어를 예약한 승객들이다.

새벽 3시15분 비행기를 기다리는 ‘흔치않은’ 인천공항의 새벽. 한가로운 탑승수속을 마치고 의자에 앉아 출발 시간을 기다리자 몰렸던 잠이 까무룩 밀려온다.

밤도깨비 투어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남들이 잠들어 있는 야심한 시각에 바다를 건너 현지에 도착하기 때문에 현지체류시간이 다른 어떤 상품보다 길다. 1박3일 이라고 해도 2박3일 같은 일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관광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녀야 할 필수조건, 무세운 기세로 쏟아지는 잠을 이겨낼 ‘강철같은 의지’가 필요하다.

자유로운 일정이 보장된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그동안 저렴한 상품에는 항상 현지에서 쇼핑이나 옵션관광이 포함됐다. 그러나 밤도깨비는 호텔 1박에 조식한끼만 선택하면 32만9,000원에 ‘완전자유’일정을 꾸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동의 편리함이다. 밤도깨비 하늘길을 여는 비행기는 인천-하네다를 연결하는 정기성 전세기편. 우리나라의 김포공항에 해당하는 하네다공항으로의 연결은 새벽 도쿄시내로의 이동을 한층 편리하게 한다.

일본에서의 일정은 새벽 5시30분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하꼬네다. 1년에 20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을 모으는 이곳은 봄에는 수국, 여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으로 유명한 일본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다.

온천길로 떠나는 버스안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지만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온 여독을 이겨내는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다.
2시간 여를 달렸을까. 하꼬네 온천욕에 앞서 삼림욕을 하라며 가이드가 승객들을 밖으로 이끈다. 이곳 오다와라성(小田原城)에는 400여년 전 성주가 심은 스기나무들이 하늘을 찌르며 서있다. 가장 안쪽 신사에는 소원성취 부적과 운세풀이 종이가 묶여 전형적인 일본신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유가 된다면 하꼬네의 명물 중 하나인 아시노꼬 호수를 권할만하다. 화산에 의해 생성된 호수는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얼지 않는다. 분화구인만큼 호수중앙 가장 깊은 곳은 수심이 40m에 이른다고 한다.

유황온천의 하얀 김과 유황 특유의 냄새가 나는 곳 ‘오와쿠다니 유황계곡’은 약 3000년 전 폭발 이후 지금까지 수증기와 냄새를 뿜어내고 있다. 예전에는 ‘대지옥’이라는 말로 불렸을만큼 화산폭발의 흔적이 뚜렷했다한다. 이곳에서는 하꼬네의 명물인 삶은계란 ‘쿠로이다마코(黑卵)’를 반드시 맛봐야 한다.

100도씨를 넘나드는 온천물에 계란을 삶아먹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하꼬네의 계란은 뜨거운 불속에서 막 꺼낸 듯 새까맣다. 그을음이라도 묻을까 문질러보지만 원래의 색인 듯 윤기까지 흐른다. 뽀얀 우윳빛 온천수에서 어떻게 검은 계란이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 계란하나당 수명이 7년씩 연장된다고 하니 안먹을 도리가 없다. 가격은 계란 6개들이 팩 하나에 500엔이다.

오와쿠다니 계곡온천은 유황으로 인해 온천욕이 불가능하다. 대신 주변에 크고작은 온천장이 많이 발달해 있다. 온천의 천국인 이곳에는 실내온천은 물론 노천온천장도 발달해 있다.

밤비행기 등 일정이 고된 밤도깨비 상품에서 온천욕은 힘든 여정을 버티게 해줄 힘을 준다. 굳은 어깨며 허리 등이 단박에 편안해지기 때문에 첫날 여독이 염려된다면 일본온천의 진수인 하꼬네 온천을 권한다.

도쿄 사진·글=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ANA전일본항공 752-1160

도쿄의 새로운 테마 임해부도심

포화 상태인 도쿄의 인구 및 산업 분산을 위해 조성됐다는 임해부도심내 해변공원은 넓은 바다와 서구풍의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도쿄 내 이색 공간. 신세대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카페나 쇼핑센터, 이색적인 건물들이 많아 북적이는 도쿄와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해 날씨좋은 여름이면 해양스포츠와 썬텐을 하는 이들로 붐빈다.

오다이바역에서 공원으로 걸어오는 길 사이에 볼 수 있는 5층 크기의 건물 ‘조이플러스’는 테마쇼핑 몰이다. 오락게임기와 놀이기구 등 다양한 복합 놀이공간이 쇼핑샵들과 함께 입점해 있다.

임해부도심은 해변공원 외에도 후지TV 방송국이나 도요타하우스가 들어서 있는 메가웹, 파렛타운, 레인보우 브릿지 등 모노레일 운행 역마다 볼거리를 만들어놓았다. 특히 메가웹 빌딩 내 도요타 전시관은 ‘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 들를만하다. 규모도 대단하지만 도요타에서 제작되는 온갖 종류의 차들이 반짝이며 전시돼있다.

이곳은 단순히 차를 전시하는 것 뿐 아니라 차의 생산 과정을 알 수 있는 전시와 판매를 병행한다. 구입전 차를 비교하려는 사람들은 직접 차를 타 핸들과 기어, 차 문 등을 꼼꼼히 살핀다. 돈을 지불하면 시험운전도 가능하다.

임해부도심을 연결하는 모노레일 ‘유리카모메’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명하다. 운전사 없이 컴퓨터 제어시스템으로 운행되는 열차기 때문. 관광객이라면 임해부도심을 하루동안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1일 패스’를 구입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1일 패스의 가격은 성인 800엔, 어린이 400엔. 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운전석이 따로 없어 제일 앞 창가 자리를 잡으면 철로를 달리는 아슬아슬한 풍경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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