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A랜드 서울 사무소 관계자는 현지 랜드 직원으로부터 하소연조의 전화를 받았다. 물량이 증가한 만큼 수익도 늘어야 하는데 지상비 하락과 환차손과 수수료로 실질적인 소득은 줄었다는 얘기를 전해왔다. 아울러 그는 이번 시즌에 현지가 비용전가 요소를 부담한 대신 여행사에 그에 상응하는 물량을 더 요구하라는 부탁도 함께 받았다.

매년 성수기 이후 유럽 현지 랜드들은 정산을 마치게 되면 시름이 커진다. 안정적인 패키지 물량을 담보로 한 랜드들의 지상비 경쟁은 현지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부실 행사를 양산하고 있다.

현실성 없는 지상비로 유럽 패키지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항공운임 및 호텔 등 현지 물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상품가는 몇 년 전과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실제로 10여 개 주요 랜드들이 지난 해 봄 유로화를 기준으로 한 견적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유럽 지상비는 미 달러로 지급되고 있어 현지는 환차손을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지 행사를 담당하는 유럽 현지 랜드의 수익 감소는 함량 미달의 투어라는 부작용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저가 지상비와 여러 요인으로 인해 현지 랜드들이 고사 직전”이라며 “고급 상품의 대명사인 유럽이 겉은 그럴듯하지만 속은 함량 미달인 저질 부속품으로 채워진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현지의 수익 악화는 단연 지상비 경쟁에서 나온다. 아울러 견적 상에 존재하는 무리한 ‘일명 BD 치기’를 통해 심화되기도 한다. 이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현지에 돌아간다.

대부분 서유럽 기본 상품의 지상비는 1급호텔을 이용할 경우 95달러 내외. 2급호텔을 이용할 경우 이보다 10달러 정도가 떨어지는 금액의 지상비를 책정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 다시 60~80% 상당의 고질적인 브레이크 다운(일명 ‘B/D치기’)도 현지 랜드와 행사를 멍들게 한다.

A랜드 서울 사무소가 거래 여행사에 제출한 견적서를 통해 유럽 랜드들의 지상비 경쟁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10인 이상 출발하는 이집트-터키-그리스 지중해 상품을 31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항공운임은 180만원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나머지 금액이 지상비로 유럽 현지 랜드 사무소 몫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금액에서 다시 여행사 커미션과 여행사 수익이 보존되고, 전쟁보험료와 공항세 등을 제외하면 지상비에 돌아가는 몫은 30~40%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호텔, 식사, 차량, 일부 여행지 입장료 등 원가만을 계산한 것으로 가이드 피가 책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유럽 패키지 상품 원가에서 지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40% 내외. 하지만 최소 50%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인센티브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B랜드 관계자는 “호텔, 인센티브 투어의 경우 이보다는 지상비 비중이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지만 신생 유럽 랜드의 덤핑 공세로 일부 인센티브 투어도 패키지 수준으로 ‘억지 춘향식’의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저가 지상비와 더불어 지상비의 미 달러화 지급, 관행적인 체불 및 미수도 현지 랜드들의 수익을 크게 위협한다. 일반적으로 유럽 지상비의 경우 체제일수와 인원이 많아 한 단체의 지상비가 보통 1만~2만 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당연히 지상비 규모가 클수록 현지에서 입는 환차손도 커지게 된다. 이처럼 유로화 강세에 따라 현지에 상당한 수준의 환차손과 수수료 부담이 일방적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현지 랜드에서는 여러 차례 유로화를 기준으로 한 견적을 제공했으나 패키지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매번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유럽에서 유로화가 통용되는 데 한국 여행사들은 유럽 지상비를 미 달러로 지급하는 지 모르겠다”며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 결국 현지는 환차손으로 인해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봐야 하지만 한국 여행사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유로화 도입으로 처음엔 유로화와 미 달러 두 가지 견적서를 제출하던 랜드사들도 유로화 지급에 대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현재는 미 달러로 된 단일 견적서만을 제출하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영국과 일부 북유럽 국가의 유로화 합의가 이뤄진 후에야 여행사들의 지상비 유로화 지급이 가능해지지 않겠냐”며 자조적으로 한탄했다.

체불 및 미수 또한 심각하다. 지난해 패키지사의 잇따른 부도로 동남아와 더불어 가장 큰 피해 지역으로 유럽이 손꼽혔을 정도로 피해상황이 컸다. C랜드 사 관계자는 “처음엔 팀 출발과 동시에 직접 송금을 얘기했던 업체가 40일 이후 지불로 미루는 등 급작스런 말바꾸기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비현실적인 지상비로 인해 상품 부실화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주요 관광지의 입장료가 포함되지 않아 콜로세움의 겉모습만 둘러보는 등 주요 관광명소의 겉핥기 관광이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유럽 관계자들 사이에서 고급여행의 대명사인 유럽 여행이 ‘속 빈 강정’식의 찍고 오기 관광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일부 랜드들은 견적가에 가이드 비용을 포함치 않은 반면 가이드들은 ‘구멍 난’ 수익을 충당하기 위해 선택 관광 및 쇼핑 비중을 높이는 등 지상비로 인한 상품가의 부실화가 브레이크 없이 가속화되고 있다. 예컨대 20달러 상당의 런던탑 내부, 10달러 상당의 베르사유 궁전의 후원 입장 및 9달러 상당의 콜로세움의 내부 입장이 필수적이지만 저가 지상비로 인해 관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일부 선택관광 요금이 원가보다 크게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은 상품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이드를 대신한 일부 TC가 팀 운영에서 미숙함을 드러내는 등 이에 대한 고객 불만 및 불평도 늘고 있다는 게 현지의 전언이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 전, 특정 선택관광을 포함한 상품 행사를 거부하는 유럽 현지의 요구가 한국 여행사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현재 랜드 관계자들의 최우선 과제는 지상비의 상승 및 지상비의 유로화 결제다. 아직까지는 여행사 관계자들의 인식 및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상태라 여행사 차원의 대승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 한 유로화 결제 사안은 당분간 불투명해 보인다.

B랜드 관계자는 “기본 상품은 서유럽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대개 여행 초보자이게 마련이다. 이를 이용, 상품 개발자들은 가격 경쟁으로 본의 아니게 부실한 여행 상품을 양산해 모객을 늘리고 있지만 결국 그 피해는 유럽시장 부실화로 시장 전체에 역반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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