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그덕 철그덕 동대문 행 전차가 화신 앞에 멎는다.
우미관으로 가는 뒷골목엔 물망초 다방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이 끊어질 듯 이어진다. 낭만이 철철넘치던 ‘야인시대’ 종로거리를 보느라 우리는 TV앞에 앉아 아련한 추억을 되씹지만 세트장 눈속임이 아닌 진짜 그때 그 시절 종로의 모습을 우리는 왜 깡그리 날려 버렸을까.

화신 자리엔 초현대식 삼성타워가 하늘을 찌르고 전차 철길을 걷어낸 종로통 밑으로는 지하철이 오가지만 서울이 현대화·국제화되었다는 자부심보다는 무언가 그리운 것들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이 더 큰 것은 또 어인 일인가.

국제적으로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여기서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역대 정부가 앵무새처럼 여행수지 적자를 되뇌이다가 근년에 들어서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을 막을 생각만 말고 외국의 여행객을 우리나라로 끌어들이자는 적극적 자세로 관광정책을 바꾼 데 대하여 두 손 들어 박수를 치고 나서 ‘우리나라의 관광프라인 구축은 되었는가?’라는 자문에 걱정이 앞선다.

솔직히 얘기해서 삼천리금수강산은 외국인의 눈에 볼거리가 아니다. 어느해 가을 캐나다 바이어에게 우리나라의 단풍구경을 시키겠다고 꽉 막힌 영동고속도로를 뚫고 설악산 비선대까지 오른 지인 한사람은 ‘우리 집 뒤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바이어의 말에 산 아래 단풍보다 더 붉게 얼굴을 물들였다 한다.

땅 밑으로 지하철이 다니고 땅위엔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 모습을 보러 외국 관광객이 우리나라까지 찾아오지도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이다’ 라는 말은 관광산업에서도 그대로 적중한다.

전차가 다니는 종로거리, 그리고 6·25동란 후 총알자국으로 곰보가 되어 반쯤 타버린 건물들이 처참하게 서있는 소공동 한 블록, 잡초 속에 인민군 탱크들이 널브러진 미아리 고개, 엿가락처럼 휘어진 한강철교를 왜 그대로 보전할 수 없었는가. 세계 건축가 협회에서 그토록 만류한 중앙청 건물은 왜 흔적도 없이 부숴 버렸는가.

혹자는 국치의 상징들을 없앴다고 강변하는데 일본은 원폭으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우리의 중앙청보다 훨씬 더 뼈에 사무친 히로시마 돔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게 아니라 제발 부탁하건데 구축되어있는 인프라를 없애지나 말 일이다.

6·25이후 최대의 역사적 사건인 박대통령시해 건만 해도 그 현장을 밀어버리고 소공원을 만들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궁정동 안가, 흩어진 술자리에 김재규와 박통, 그리고 심수봉을 포함한 주석의 사람들을 그대로 밀납인형으로 만들어 놓았으면 관광명소 이전에 교육적으로도 가치가 있을 역사의 재현인데도 말이다. 커져가는 수도 서울의 도시기능을 한강이남 뉴 타운으로 계속 확장하고 한강이북 올드타운은 옛 모습을 그대로 지켰어야 했다.

뉴올리언즈, 암스텔담, 샌프란시스코…지구촌 수 많은 곳에 지금도 철커덕 철커덕 전차가 다니고 이름을 열거할 수 없는 수 많은 도시가 올드타운을 철저히 보존하고 뉴타운을 현대화 도시화로 키워가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우리나라 관광정책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위정자들의 문화 마인드 인프라 구축이다.

조주청 만화가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