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인력지원센터의 가이드 재교육 과정이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개정된 관광진흥법에 따라 ‘무자격자의 가이드 활동’이 법적으로 허용됐기 때문.

이번 조치로 관광통역가이드 자격증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현역 가이드에 대한 재교육마저 중단된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만성적인 가이드 부족에 시달려 온 중국어권 인바운드 여행사는 다른 의견을 비치고 있다.

관광인력지원센터의 교육기능 중단에는 정부의 규제개혁이라는 명분이 있다. 지난 99년 관광진흥법상의 관광종사원 자격요건이 ‘강제’에서 ‘권고’사항으로 개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무자격자의 가이드 활동이 사실상 합법화됐고 이에 따라 기존 가이드를 위한 재교육 예산마저 중단됐다.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규제개혁 차원에서 이뤄진 정책을 시행도 하기 전에 뒤짚을 수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문관부 관계자는 “일단 실시할 수 밖에 없지만 무자격자를 고용하는 여행사는 정부의 각종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며 잠정적으로는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저질 가이드의 활동을 방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셈”이라며 주먹구구식 정책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사의 한 관계자도 “법적으로 무자격자를 고용해도 된다면서 자격증 시험은 존속시키고 또 재교육은 중단하겠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가이드 교육 중단 안될 말

전문가들은 “가이드 양성과 교육을 외면하면 한국관광은 쇼핑이나 저질관광 밖에 안 된다”며 관광통역가이드의 수준저하와 수급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대학의 관련학과나 사설기관 등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수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관광인력지원센터의 김선영부장은 “대학은 이론위주고 사설학원은 자격증 취득만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실무교육을 받지 않으면 현장 적응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언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가이드와 고용주들은 이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한국관광통역안내문협회의 전봉애 사무처장은 “정신무장이나 지식의 측면에서도 교육을 받고 안 받고의 차이가 크지만 일에 쫓기다보니 가이드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해까지 실시됐던 공사의 재교육에 대해서도 실무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세한 여행사에서는 체계적인 자체 교육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업체들의 소극적인 입장은 최근 공사가 실시한 ‘관광인력지원센터 교육 수요조사’의 결과를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저질 조장하는 무자격 허용

관광인력지원센터의 재교육 중단을 계기로 무자격자 고용에 대한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 현재 일본 인바운드의 경우 대부분의 여행사가 무자격자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인력이 부족하거나 지금과 같은 적자경영이 계속될 경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손쉽게 무자격자 고용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전봉애 사무처장은 “여행사가 열심히 영업해서 유치한 관광객을 무자격자들이 낚아채는 상황이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여행사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격증 있어도 실무능력 떨어져

가이드 수급에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와 달리 중국어권 인바운드 여행사에서는 현실적으로 무자격 화교들을 고용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중국동남아 인바운드 여행사의 경영자들은 “화교가 아닌 경우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되지만 그 이상의 심도 깊은 설명은 못한다.

회사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가이드의 역할이 중요한데 언어가 잘 통하지 않으면 수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인 자격증 소지자의 현업 진출에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어권 인바운드 여행사에는 화교로 구성된 무자격 가이드의 고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가 집계하는 ‘관광종사원 고용현황(2002년 10월31일 기준)’에 의하면 628개의 일반여행업체가 고용하고 있는 관광통역안내원은 상근과 비상근을 포함해 총2852명. 70% 이상을 차지하는 2018명의 일본어 가이드와 미미한 숫자의 타언어 가이드를 제외하면 중국어 가이드는 506명(상근이 231명, 비상근이 27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격증 소지자만 집계한 것으로 중국어권의 경우 실수효와는 상당한 차이가 예상된다. 실제 현업 종사자들은 자격증 소지자가 5%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는 등 무자격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화교들의 자격증 취득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국사, 지리, 관광법규 등 필기시험과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언어에는 능통하지만 관광객에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을 뿐더러 일부는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한국을 중국의 속국쯤으로 말하거나 볼 것이 없는 나라라고 소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관광인력지원센터는 지난 98년 화교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임시자격증을 발급하는 특별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98년과 99년에 걸쳐 240여명에게 교육 후 임시자격증을 발급했으며 추후 기간연장을 위해 서너차례의 추가 교육을 실시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 참석률이 크게 떨어져 최종 연장교육시에는 불과 44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의 자격증도 오는 3월8일이면 모두 효력을 잃게 된다. 관광인력지원센터 관계자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준 것이지만 자격증을 따야 겠다는 인식 자체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더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중국어권 무자격 가이드들을 그 동안 여행사의 보호아래서 별다른 제재없이 활동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합법화라는 발판아래 더욱 날개를 단 셈이다. 게다가 일본 인바운드에서는 아예 무자격자들이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한통협의 전봉애 사무처장은 “기존 가이드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보다 밤업소 직원이나 택시 기사들까지 가이드로 나서는 등 질 저하가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이드 양성과정 부활해야

문화관광부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양성과정의 부분적인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어통역관광가이드 양성과정 개설을 위해 재경부에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지원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 99년 폐지된 관광교육원(현 관광인력지원센터)의 1년 양성교육과정은 수료자에 한해 관광통역안내원 자격시험의 필기시험을 면제해 줬다는 점에서 자격자 양성에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공사 구조조정으로 교육과정이 폐지되자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부활을 요청해 왔었다.

문관부의 최근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관광인력지원센터는 6개월 과정의 중국어가이드양성교육과정을 개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중국이 개방정책을 펼치면서 유학생이나 중국어 전공자들이 많이 늘어나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행사에서 만족할 수 있는 중국어가이드를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무자격자 고용이 합법화된 상태에서는 양성교육의 부활마저 그 효력이 반감될 우려가 있다. 이미 사설 통역학원에 수강생들이 급감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합법적인 울타리 안에서 화교 가이드들의 기득권이 더욱 공고해져 신규 자격증 취득자의 현업 진출 가능성은 더 희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결과적으로 신규 자격증 취득자를 줄이고 저질 가이드만 양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빠른 시일내에 가이의 자격 규정에 대한 재개정와 함께 전면적인 가이드 양성과정의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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