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한반도를 온통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월드컵의 열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어느 날, 한 일간지 구석에 조그만 인용 기사가 실렸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프랑스 ‘예술축구호’의 비참한 조기 침몰 후, 자크 에메 감독이 르몽드 지에 기고한 칼럼의 발췌된 번역이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끌어 국민영웅이 된, 에메 감독도 지난 월드컵에 한국을 다녀간 모양이었다. 그는 ‘나는 기억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프랑스 팀이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한국이 준 좋은 인상을 망가뜨리진 못했다.

이제껏 몰랐던 나라 한국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논에 무릎까지 담근 채 일하는 농민, 열심히 장사하는 시장 상인, 끊임없이 새 차를 생산하는 울산 공장, 허름한 탁자에서 생선을 나눠 먹은 부산의 어민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썼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 우리만 프랑스 파리에 가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감동을 받는구나 생각했다. 이와 같이 관광이란 상대적인 것이기에 자신감을 갖고 우리 나름의 것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도 느꼈다.

현재,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관광업계 전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화라는 역사의 큰 물결이 지나간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보다 경제의 논리다. 관광을 사치성 소비산업이나 유흥산업 정도로만 여기기에는 시대는 질주하고 있다.

21세기 초반부를 주도할 경제의 근간은 굴뚝 없는 산업인 IT, 문화, 관광산업이다. 현대의 국제경제질서가 만들어 놓은 가장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다양한 연령층의 고용창출이라는 면에서 이 3개 산업은 가장 중요한 세 기둥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부터 태평양 상의 작은 섬까지 필사적인 관광전쟁을 치르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중국과 일본도 성(省)과 현(縣) 정부 주도 아래 예외가 아니다. 미국도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외국관광객 유치에 주력한 결과 오늘날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3번째 관광대국이 되었다.

새 정부의 주요 국정지표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이라면 관광산업 육성은 가장 절실한 과제이다. 과거 3공화국부터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주력한 관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되었다. 각종 관광 인프라 구축과 숙박시설 건립, 항공산업을 위한 자금 및 세제 지원, 컨벤션산업 육성, 대형국제행사 유치, 테마파크 설립과 관광전문 인력 육성에 관한 구체화되고 발전된 정책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남아공에 가보면 만델라가 거주했던 요하네스버그의 흑인빈민가 소웨토의 집, 그가 수인생활을 했던 케이프 타운, 로빈 아일랜드의 감방이 관광명소다. 그가 강연을 한다하면 지금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다.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자원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도 한 분이라도 퇴임한 대통령이 관광자원이 되는 시대가 오기를 소망해 본다.

여행전문 칼럼리스트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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