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겨울 따뜻한 남쪽 바다여행

보신각 종을 치지 않았다면 혹은 새 달력을 걸지 않았다면 해가 바뀌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 법도 한 시기이다. 그러나 어김없이 새해는 밝았고 이제 2003년을 이야기해야 한다. 조금은 아쉽고 새로운 계획들로 들뜬 마음이 되는 이때, 희망찬 기운을 돋기위한 겨울바다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해를 향하는 곳’ 향일암

향일암은 금오산과 바다가 맞닿은 가파른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왼 편에는 중생이 서원에 감응했다는 감응도가, 앞은 바다로 부처가 머물렀다는 세존도가, 오른편에는 아미타불의 현존으로 여겨지는 미타도가 있다. 향일암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암자이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는 누구나 한번쯤 익히 들어봤을 원효대사라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어 그 유명세를 더한다.

「여수군지」 등의 문헌에 원효대사가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암자를 세웠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또한 대웅전 뒤에 경전을 펴 놓은 형상의 흔들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를 한번 흔들면 경전을 사경한 공덕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불자가 아니라고 해도 향일암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해를 향한다’라는 이름처럼 향일암은 금오산 기암절벽 사이의 울창한 동백나무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른 일출 광경이 무척 빼어나 해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새해를 맞이하는 12월31일과 1월1일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교통 체증으로 여수와 돌산읍 전체가 대란을 겪는다.

거문도와 여수 등을 비롯하여 향일암 주위에 숙박시설들은 비수기와 성수기에 상관없이 일년 내내 비슷한 요금을 받는다. 숙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침대가 있는 방은 3만원, 6~8인이 넉넉하게 묶을 수 있는 방은 5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일년에 단 이틀 12월31일과 1월1일에는 평소에 두 배 이상의 요금을 받는다. 그럼에도 손님이 너무 많아 미리 예약을 해 두지 않으면 숙소 잡기가 무척 어렵다. 일부 숙소에서는 예약이 폭주해 예약을 받지 않고 당일에 임의로 손님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난리를 치루면서도 향일암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이 입증해 주듯이 이곳은 조망이 빼어나다. 다도해이다 보니 동해처럼 탁 트인 풍경은 아니지만 군데군데 보이는 아기자기한 섬들이 심심하지 않게 해주어 좋다. 또한 돌산대교를 지나 17번 국도를 타고 향일암까지 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2차선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너무 멋져 운전 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눈을 팔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주의를 요한다.

바다에서 강으로 드림세일링

섬진강을 여행하기 위해 서적을 구해보거나 인터넷을 뒤져 본 사람이라면 섬진강의 하류에서 다도해에 이르는 지역에 대한 자료가 상대적으로 적음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는 이 지역이 뱃길이 발달한 지역이라 해안도로가 없는 탓이기도 하고 산업화의 상징인 광양제철소가 자리하고 있어 섬진강 지류에서 대했던 것과는 다른 풍경을 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바다에서 하동 포구로 향하는 뱃길에서는 사뭇 다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나 섬진강 모두 유명한 관광지이다. 거문도 관광여행사에서는 오랜 기간의 답사를 통해 개발하여 내놓은 상품인 ‘드림세일링’은 이 두 곳을 절묘하게 한데 묶고 있다.
그 동안 한강 유람선이나 스타크루즈와 같이 강과 바다를 전문으로 한 상품은 많았지만 드림세일링처럼 바다와 강을 동시에 유람하는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이 코스를 운항하는 선박인 ‘아라리호’는 객실 양옆이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는 유람선으로, 이전에는 한강을 운항했었던 것을 차로 운반해 와 지금은 여수에서 하동포구까지 약 20Km의 뱃길을 운항하고 있다.

여수여객터미널에서 출발 시에는 날씨에 따라 롤링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강에 들어서면 여수 남해 반도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주어 흔들림이 적다. 원하면 밖으로 나와서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겨울 바닷바람이 찰 것 같지만 남쪽 지역인 덕분에 약간 시원하다 싶을 정도이다.

약 한 시간 이십여 분 정도면 하동포구에 도착하게 되는데 운항 중에 눈에 들어오는 바다의 풍경과 강의 풍경이 무척 수려하다.
이 코스의 진정한 매력은 날씨가 맑거나 흐리거나 각각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늘 한결 같으면서도 수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런 풍경이다. 특히 흐린 날 안개가 자욱한 섬진강의 자태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비경이다. 강에서의 운항은 파랑주의보 등 기상 조건의 제약을 받지 않으니 멋을 아는 여행객이라면 언제든 한 번쯤 가볼 만하다.

항일암·섬진강 글·사진=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거문도관광여행사

플러스 α

★ 거문도관광여행사(061-665-4477/WWW.GEO MUNDO.CO.KR)에서는 드림세일링 뿐 아니라 관광자원이 풍부한 거문도와 여수 그리고 하동, 보성 등의 지역을 묶어 1박3일의 관광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 상품은 첫날과 마지막날에는 밤에 이동함으로써 시간도 절약하고 상품가격을 절감했으며 특히 주5일 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딱 좋다.

향일암과 드림세일링만을 묶은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거문도를 포함한 상품의 경우는 실시간으로 기상 상황을 파악하여 여행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섬에 묶이는 경우는 적은 편이라고 하니 이 겨울 따뜻한 남쪽 바다여행을 통해 새로운 한 해를 멋지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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