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한 해 관광산업은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언론 지면마다 가득 장식된 북핵 문제와 맞물려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위기가 불거지면서 북핵 위기는 한국관광의 최대 암초가 될 전망이다.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94년 북핵 위기 못지 않은 위기상황의 재현이다. 해외 언론들은 앞다투어 북한 핵개발을 톱뉴스로 보도하고 있어 한국은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위험한 국가로 비치고 있다. 이미 한국에 대한 기업들은 투자를 재검토하고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현실인식과는 별개로 그들의 머리 속에 한국은 점점 위험한 국가로 각인되고 있다.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로 높아진 국가이미지가 일거에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평화로 가는 여권(passport to peace)’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은 안전하고 평화적인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대중들의 심리적 공포와 특정 목적지에 대한 위험요소가 맞물리면 관광수요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 뜨거운 감자, 북한이 또다시 우리 관광산업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광업계와 관련 부처는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하고 있다. 지난 94년 ‘한국방문의 해’사업이 당시 북한 핵위기로 실패한 경험이 있음에도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큰 이슈, 우리의 해결능력을 벗어난 문제라는 생각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위험한 나라=한국’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으며, 멀지 않은 장래에 관광객 감소는 물론 관광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북핵 위기는 외교·군사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의 위기로 현실화될 수 있다.

위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테러와 같이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위기가 있는 반면 북핵문제와 같이 예고된 위기가 있다. 문제는 예고된 위기이다. 위기의 싹이 자라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현실화되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변수로 인식하는 경우이다.

또한 테러, 재난과 같이 느닷없이 닥친 위기는 사후관리가, 예고된 위기는 사전관리가 중요하다. 어느 경우이든 사태 진전에 따라 치밀하고도 신속한 위기감소, 위기전환, 위기회피 전략을 적용해 나가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 발리(Bali)는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한때 관광객이 100분의 1로 줄어들었던 발리는 최근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발리 주정부나 현지 상인들이 틈만 나면 발리가 안전하다고 강조한 덕분이다.

‘발리는 안전하다’는 말이 관광객들의 머리에 주술처럼 각인될 정도이다. 테러의 현장은 오히려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었다. 발리정부는 테러이후 경찰력을 5배 이상 늘렸고, 테러이후 발리는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친바 있다.

물론 북핵문제와는 규모나 성격이 다르다. 문제는 위기 그 자체보다 ‘어떻게 위기에 대처해 나갈 것인가’하는 문제해결적 자세이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관광산업만큼 위기관리체계(risk management system)가 필요한 산업도 없다. 이런 때일수록 팔짱을 끼고 사태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려서는 곤란하다. 장기적으로 업계와 정부는 예상되는 위기상황에 대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전략적, 실천적인 위기관리체계를 준비하고 관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문화관광부와 관광업계는 다양한 채널을 동원하여 더욱 활발하게 한국관광을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활기차고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외국 관광객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변화가 심하고 복잡한 세상일수록 단순 사고에서부터 재난, 테러, 전쟁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위기는 늘 있기 마련이다. 이제 범국가 또는 관광업계 차원에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위기관리전략과 역전(逆轉)의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serieco@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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