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펭귄을 보호하기 위한 철저한 관리와 통제는 어느 누구한테나 어김없이 적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 펭귄 퍼레이드는 해마다 이 지역에 막대한 관광수입을 벌어다 주는 효자 상품이며 이는 호주인들의 선진적인 관광 마인드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싸한 바닷 바람에 벌써부터 코 끝이 시려온다. 저녁에 잠깐 관람하는 것인데 괜찮겠거니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이미 온 몸은 점점 조여드는 추위에 어쩔 줄 몰라하고, 머릿속에는 단지 따뜻한 차 한잔의 절실함만이 몽글몽글 피어 오른다. 예상보다 20분을 훌쩍 넘어선 시간동안 추위에 지친 사람들의 얼굴에는 실망한 표정들이 점점 짙어만 간다.

그 순간, 역시 주인공은 그냥 나타나지 않는 법인가 보다. 넘실거리며 파도치는 해안가 한 켠에서 드디어 주인공 출몰, 펭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것이 그저 바위 위의 한 점인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은 모두 이내 탄성을 내지른다. 그 간의 추위와 기다림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펭귄 퍼레이드(Penguin Parade)’를 쫓는 이들의 걸음걸이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아 가는 펭귄들의 모습은 자연의 신비 그대로다. 해변에서 모래사장을 넘어 언덕 위 집으로 향하는 펭귄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추위는 저 멀리 사라진지 오래다. 뒤뚱거리는 모습이 하도 귀여워 냉큼 안아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저 보는 수준에서 만족할 수 밖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돌아오는 길목에 온 마음을 그 자그마한 펭귄 무리들에 빼앗기고 말았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 퍼레이드’

멜버른에서 남쪽으로 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필립 아일랜드는 야생의 신비를 있는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자연공원이다. 여타의 관광지들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멋은 없지만 오히려 인위적인 면이 배제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필립 아일랜드만의 매력이다. 이런 독특함이 이 곳을 더욱 명성있는 관광지로 100년 이상 이끌어 오고 있다.

필립 아일랜드에는 수려한 해안선을 따라 바다물개들의 집단 거주지인 ‘실 락(Seal Rocks)’, 코알라들을 보호하고 있는 ‘코알라 보호센터(Koala Conservation Centre)’, 조류 서식지인 ‘울라마이(Woolamai)’, 빅토리아 시대의 유적지인 ‘처칠 아일랜드(Churchill Island)’등이 배치돼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약 30cm 정도)을 볼 수 있는 섬머랜드 해변(Summer Land Beach)이다. 이 곳에서는 저녁 어둠이 깔릴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펭귄 무리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 곳의 펭귄들은 모두 야생이기 때문에 ‘펭귄 퍼레이드’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 또한 지극히 단순하다. 해변에서 펭귄들의 서식지까지 이들의 활동 반경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보행 통로만이 설치돼 있을 뿐이다. 단지 관광객들이 보행 통로를 이용해 펭귄들을 뒤따라 가며 관람할 수 있도록 통로 중간 중간에 작은 등불들을 설치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오히려 야생의 모습 그대로인 펭귄들을 지켜내고 있다. 또한 펭귄을 보호하기 위한 철저한 관리와 통제는 어느 누구한테나 어김없이 적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 펭귄 퍼레이드는 해마다 이 지역에 막대한 관광수입을 벌어다 주는 효자 상품이다.

이는 호주인들의 선진적인 관광 마인드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는 중요한 대목으로 새삼 국내의 현실을 비교하게 된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떠한지 다시금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호주 멜버른=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취재협조=캐세이 퍼시픽 항공
빅토리아 관광청 visitvictoria.com 02-3112-740

창틀에 걸터 앉아 떠나는 퍼핑 빌리 열차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신선함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는 맑은 공기에 잠에서 덜 깬 멍한 기운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삼림욕으로 이만한 코스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듯.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특히 나이드신 분들의 경우 이 곳에 오면 도통 떠날 줄을 모른다고 한다.

멜버른 시에서 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단대농 산맥(The Dandenong Ranges)은 호주의 풍부한 자연 산림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이 곳은 멜버른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들이 장소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갖은 애교를 떨어대는 로젤라(rosella)들이다. 관광객 사이를 쉴새 없이 날아 다니며 아양을 부리는가 하면 곁에서 열심히 먹이를 받아먹는다. 앙증맞은 이들의 모습은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렵다.

단대농 산맥을 휘감아 도는 퍼핑 빌리(Puffing Billy) 증기기관 열차 또한 놓칠 수 없는 관광 명물이다. 퍼핑 빌리 증기열차는 1880년대 숲을 통과하는 유용한 교통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이 곳의 유명한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다.

퍼핑 빌리 열차만의 특별한 매력은 창틀에 걸터 앉아 한껏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물론 창틀에는 안전봉이 설치돼 있다. 내놓은 발을 대롱거리는 것은 자유지만 신발을 놓치는 것은 늘 주의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에게 뜻밖의 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는 노릇이다.

플러스 α

★ 필립 아일랜드에서 펭귄 퍼레이드를 관람할 경우에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관람에 들어가면 모든 카메라 촬영은 금지된다. 카메라 후레쉬의 빛은 펭귄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관람객들이 먼저 지켜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혹여나 후레쉬를 터뜨리지 않고 찍을 수 있다고 박박 우기는 고객들에게는 이렇게 정중히 이야기 하자. “그 곳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그 것은 이미 고객님의 카메라가 아니게 됩니다”.

★ 펭귄 퍼레이드에 참가할 때에는 사전에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음료와 작은 담요 등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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