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낚았다! 아빠 여기 좀 보세요”
들뜬 마음이 가득 배인 아이의 목소리가 청명하게 느껴진다. 어린 손에 들린 낚시줄에는 제 손가락만한 은빛 물고기가 팔딱거린다.

얼음판에 반사된 겨울햇살이 그 작은 물고기에 가 닿아 부딪히면 온 몸이 투명하게 내보여지며 반짝 빛난다. 겨울호수의 요정, 바로 빙어의 계절이다.

‘반짝반짝’ 빙어낚시 한창

축제는 끝났지만 그 열기만큼은 아직도 여전했다. 지난 9일, ‘빙어축제’가 열렸던 소양호는 주말 나들이에 나선 여행객들로 부산한 하루를 보냈다. 엄마, 아빠 손 붙들고 온 어린 아이들부터 겨울 데이트를 준비한 연인들, 장비를 잔뜩 짊어지고 온 낚시꾼들까지 그 넓은 소양호가 전부 사람들로 메워져버렸다.

전날 눈이 내린 탓인지 온통 하얀 세상에 어디가 호수고 어디가 길인지, 그저 꽝꽝 얼어붙은 호수 한 가운데 와 있다는 느낌만이 생생하다. 군데 군데 뚫린 얼음구멍 밑으로 찰랑거리는 물결만이 이 곳의 본래 호수임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단서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마다 하나씩 제 얼음 구멍을 틀어잡고 빙어 낚시에 몰두하는 표정이 재미있다. 빙어 낚시는 여느 낚시와 달리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흔히 낚시 여행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가진다면 오히려 손해다.

몇 개의 바늘이 엮인 긴 낚시줄을 얼음 구멍에 늘어뜨린 후, 움직임이 느껴지면 그대로 들어 올리면 된다. 운이 좋으면 빙어를 줄줄이 낚아 올리는 횡재를 잡을 수도 있다. 아이들의 눈에도 이 반짝 반짝 빛나는 물고기가 신기한가 보다. 잡아 놓은 빙어를 이리 저리 돌려다보며 내내 탄성을 내지른다.

공어, 은어, 방어 등으로 불리는 담수어종인 빙어는 맑고 개끗한 물에서만 산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찬 물을 좋아하는 특성상 봄부터 가을까지는 수온이 낮은 깊은 곳에서 머물다 겨울철에는 얕은 곳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이맘 때쯤이 가장 잘 잡힌다.

산 빙어를 새빨간 초고추장에 찍어 소주 한 잔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라는 미식가(?)들의 이야기를 제쳐두더라도 곳곳의 포장마차에서 파는 빙어튀김은 겨울철 별미중의 별미다. 얼음판 위에 펼쳐놓고 먹는 아삭아삭한 맛이 어느 튀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말(馬)썰매 등 이색 체험

빙어 낚시가 좀 시들해졌다면 광활한 얼음 벌판을 무대로 썰매를 타보자. 이 곳에는 앉은뱅이 썰매, 2인용 썰매 등 다양한 썰매놀이 기구들이 갖춰져 있어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얼음판 위로 미끌려 나가는 썰매와 함께 아이들, 혹은 연인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여기저기 떼구르르 굴러다니며 동심을 재촉한다.

산타클로스가 끄는 눈썰매도 인기다. 부릉 소리를 내며 얼음판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좀 더 특별한 것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말이 끄는 썰매도 준비돼 있다. 얼음판 위의 말이라. 언뜻 상상이 안 가지만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말 특유의 기품있는 자세를 유지하며 아슬아슬하게 썰매를 몰아간다.

어느덧 짧은 하루 해도 다 가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 여름 밤의 꿈’이 아닌 ‘한 겨울 낮의 꿈’을 꾸고 난 듯한 기분. 은빛 빙어를 따라가는 한겨울의 주말 나들이는 2월말까지 계속된다.

강원도 인제=글·사진 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취재협조=(주)감동이있는여행 02-2614-6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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