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를 달리는 무법자처럼, 일행을 태운 자동차는 달리고 또 달린다. 마치 가도가도 끝이 없는 사막위를 달리는 듯한 기분. 차창 밖으로 윤기 없는 들판만이 반복적인 풍경을 연출해내고 그 너머로 언뜻 푸른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공허감 가운데에서도 여운이 느껴지는 묘한 신비감. 호주 빅토리아주의 손꼽히는 관광 명소,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가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펼쳐내는 장관을 바라보면서 자연이 빚어낸 오묘한 걸작품에 외경심을 표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외경심은 이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자기반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 인간 사회를.

자연의 위대함을 얕잡아 본 것은 인간 사회의 크나큰 잘못이었다. 곳곳에 인간의 손에 의해 파괴된 자연이 이제는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벌목은 해마다 큰 산사태와 홍수를 초래하고 있으며 오염된 하천에서 잡힌 물고기들이 그대로 사람들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무분별한 개발 정책은 자연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 위대한 자연의 명작품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기 위해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갈고 닦아 온 것은 아닐까. 오랜 세월 동안 모진 풍파로 그 기기묘묘한 해안선을 만들어내며 자연에 대한 인간 사회의 박해를 슬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차갑게 빛나는 물결이 바위와 절벽에 철썩이는 광경을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숙연해졌다.

빅토리아주 남동쪽으로 200km가 훨씬 넘는 해안선을 따라가는 드라이브 코스가 바로 그 유명한 그레이트 오션 로드다. 포트 페어리(Port Fairy)에서 토키(Torquay)까지 5시간 이상이 걸리는 고된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투자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 곳은 깍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선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곳곳의 전망 포인트마다 그에 어울리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꽤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 신기하다.

이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12사도(Twelve Apostles)’.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줄지어 서 있는 자연의 조각품들이 아마 기독교인들에게는 예수의 12명의 제자를 연상시켰나보다.

푸른 바다와 맞닿은 짙게 깔린 구름들이 더욱 신비스런 분위기를 풍겨내며 관광객들을 매혹시킨다. 이 외에도 갖가지 이름붙은 포인트들이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더욱 생동감 있는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더욱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포트 캠벨(Port Campbell)에서 배를 타거나 12사도 전망 포인트에서 헬기를 타는 것이다. 하지만 보기에도 위세 넘치게 파도치는 이 곳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운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이 좋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비장한 이민의 역사가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초기 이민자들에게 이 곳은 죽음의 해협을 의미했다.

짙은 안개에 온통 절벽과 암초로 둘러싸인 바스 해협(Bass Strait)은 수 많은 이민의 꿈들이 그대로 묻혀버린 곳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 죽음의 무덤이 지금은 손꼽히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론 자연은 예전 그 모습 그대로인데 인간사회의 변화가 역사의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호주 멜버른 글·사진=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취재협조=캐세이퍼시픽항공 02-3112-740
빅토리아관광청 www.visitmelbourne.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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