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다녀온 금강산 육로관광

남측 CIQ를 떠난 버스는 곧바로 비무장지대(DMZ)에 접어들었다. ‘여기서부터 비무장지대입니다’라고 쓰인 경계를 지나면 지뢰지대를 알리는 삼각형의 작은 팻말과 ‘내생명 조국에’, ‘먼저보고 먼저쏘자’같은 표어가 눈에 들어오고 버스안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12시59분 금강산 임시도로라는 팻말을 지나친 버스는 비포장길에 접어들었고 이내 푸른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동해바다와 3중으로 쳐진 철책선을 따라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피부로 절감하는 사이 버스는 우리측 군인들이 지키는 마지막 관문인 금강 통문을 스치듯 지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만 아니라면 항상 오고갔던 길인 것처럼 아무 거리낌없이 자연스러웠을 이 길을 넘기가 이리도 힘들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1시4분. 통문을 지나 펼쳐진 길의 오른편으로는 동해바다가 계속 이어지고 왼편으로는 갈대가 한가로이 넘실대고 있다. 남과 북 어느 쪽의 군사 병력도 허용되지 않는 진공의 공간을 지나는 동안 버스 안은 침묵이 흘렀다.

3분간의 짧은 적막히 흐른 뒤 군사분계선(MDL)을 지난 버스 안 관광객들은 길가에 서있는 두 명의 북측 초병과 마주쳤고 버스 안은 긴장감이 일기 시작했다.

경직된 자세로 버스 안을 응시하는 북측 초병들은 군데군데 이어졌고 금강산의 자락인 민둥산과 얼어붙은 호수가 건조하게 펼쳐졌다. 아직 정비가 덜 된 길을 지나며 버스의 흔들거림은 커졌고 길 양 옆으로는 현대의 중장비와 자갈이 널려 있다.

버스가 비무장 지대를 벗어난 시간은 1시14분. 북방한계선을 넘은 버스는 북측 환영행사를 받으며 멈춰 섰고 2명이 조를 이룬 북측 군인들이 인원점검을 위해 버스에 올랐다.

허리에는 권총을 차고 왼쪽 어깨에 ‘경무관’이라고 적힌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버스 뒤까지 찬찬히 살펴보고 버스에서 내리자 순간 긴장했던 관광객들은 앞에서 펼쳐지는 환영행사에 눈길을 돌렸다.

월드컵으로 친숙해진 북한 악단은 특유의 환한 미소와 절도있는 동작으로 ‘반갑습니다’와 ‘우리의 소원’과 같은 곡을 연주했다. 푸른 상의에 흰 치마 복장을 갖춰 입은 북한 평양시 소속‘청년여성 취주악단’의 연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원 점검을 마친 버스는 1시31분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10분을 더 달린 뒤 버스 오른편으로 영웅해금강중학교가 나타났고 1시48분 ‘군민일치 자폭정신’이란 붉은 글자 뒤로 봉화리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어김없는 60년대 시골 풍경이다. 이어지는 금강산 전용도로를 따라 오른편에 단층의 회색 빛 마을들이 계속 이어지고 왼편에는 설산과 평원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오후 2시 버스는 지금은 마을회관의 용도로 사용된다는 ‘금강산 청년역’을 지났다. 예전 온정리 역이란 이름으로 사용됐던 이곳은 철도가 연결되면 금강산 관광의 시발점으로 사용될 곳이기도 하다.

달구지를 타고 지나가는 북측 주민들은 손 흔드는 관광단에게 손 인사로 답례를 하기도 하고 버스 안의 긴장도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육로관광은 여전히 특수한 관광이다.

버스가 지나는 길 양편으로는 철조망이 세워져 북한 주민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으며 차량 이동로 곳곳에는 북측 군인이 경직된 자세로 버스 안을 주시하고 있다.

길 옆으로 펼쳐진 북측의 마을이나 어디론가 오가는 북측 주민들의 모습에 대한 사진 촬영을 막기 위해서다. 당연히 이동 중에 커튼을 치는 행위도 제한된다.

청년역에서 8분을 더 가자 호수처럼 고요하고 투명한 고성항 부두에 도착했다. 고성항에는 국내 유일의 해상호텔인 해금강 호텔이 우뚝 서 있고 한 편에는 설봉호가 정박해 있다.

북측용어로 차마당이라고 부르는 주차장에 도착한 관광단은 ‘반갑습니다’라는 노래와 `금강산 관광객들을 동포애의 심정으로 환영한다’는 북측 CIQ 앞 문구의 환영을 받으며 육로관광의 첫 발걸음을 내딪었다.

남측 CIQ에서 군사분계선까지 5.8㎞를 지나 고성항 북측 CIQ까지 23.4㎞, 총거리 39.4㎞의 첫 육로 관광이었다.

자율 관광도입 달라진 금강산

금강산 육로 관광은 군사분계선을 넘는 다는 상징적인 의미외에 자율관광의 도입으로 일반 관광객들의 행동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육로를 통해 고성항에 있는 북측 출입국연락사무소(CIQ)의 통관심사를 거친 관광객들은 부분적인 자율관광이 가능하다.

자율관광의 도입으로 가능해진 가장 큰 변화는 만물상, 구룡연, 삼일포 중에서 코스를 선택해 관광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관광객은 금강산에 도착한 후 일정에 따라 무조건 단체 관광에 나서야 했으며 개별 행동이 금지돼왔다.

하지만 현대아산측이 해금강 호텔과 온정각 휴게소 사이에 15분 간격으로 셔틀 버스를 운행키로 함에 따라 개별적으로 온정각으로 이동한 뒤 30분마다 각 코스로 이동하는 버스를 선택해 산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조별로 산행을 동행했던 관광조장들의 역활도 주요 지점에 서서 올라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관광 포인트 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덕분에 늦잠을 자도 산행에 나설 수 있으며 등산을 원하지 않을 경우 금강산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거나 숙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게 됐다. 지금까지 금강산 온천은 관광객들의 산행 시간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이밖에 현대아산이 직영하는 온정각 뷔페 식당만으로 제한됐던 식사 장소도 구룡연 등산로 초입의 목란관이나 금강원 등 북쪽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확대됐다. 관광객들은 개별적으로 북측이 운영하는 이들 식당에서 미화 9달러 정도에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차량 이동 중의 사진 촬영은 엄격히 제한돼 있으며 북에서 남측으로 돌아올 때 고성항 CIQ에서 단체로 수속을 거쳐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의 연장체류 등도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점 등은 관광객의 주의가 요구된다.

금강산 글·사진=김기남 기자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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