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영국 보호령을 벗어나면서 완전 독립한 브루나이는 풍부한 석유를 바탕으로 세계 부국 중 하나로 인정받는 나라.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석유고갈의 위기의식 속에 새로운 활로 찾기에 한창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관광’이다.
관광청측은 ‘뜻하지 않는 보석의 발견’이라는 슬로건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섰으며, 전통적인 관광시장인 유럽 외 아시아로의 발판을 새로이 준비중이다. 최근 넷투어에서 진행한 로얄브루나이항공의 전세기도 이같은 의지의 일환. 동남아 속 또 하나의 보석이 한국 시장에 새로이 문을 열었다.

# 술탄과 이슬람의 나라

브루나이의 문화적 특이성을 집약한다면 ‘술탄’과 ‘이슬람’정도일테다. 코란에 의한 교리를 충실히 이행하는 이곳 브루나이에서는 이슬람과 관련된 사항들은 어떤 경우라도 예외가 적용되며, 금기를 어길시에는 관광객이라도 ‘즉시출국’ 명령이 내려지기도 한만큼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29대 현 국왕인 하사날 볼키아는 최고 통치자를 일컫는 ‘술탄’으로 불리며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 나라 내 대부분의 건물과 회사는 왕 개인의 소유며, 관광서는 물론 일반 가정집에서도 왕과 왕비의 액자가 부적처럼 걸려있다.
이같은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각인시킨 것은 브루나이의 양대 박물관인 ‘브루나이 뮤지움’과 ‘로얄 리갈리아’다. 1999년 4월에 오픈한 브루나이 박물관은 ‘세계 이슬람 갤러리’정도로 이해하면 무난할 듯. 입구 초입에서 만나는 세계지도에는 전세계 이슬람 인구의 분포도가 색으로 표시돼 있으며, 전시관에는 기도할 때 쓰는 카펫이나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향하는 표시 등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인도와 이집트,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 이슬람 유물들도 한켠을 차지한다. 술탄 소유인 금으로 만든 코란과 금사로 짜여진 액자 등도 좋은 볼거리. 입장할 때 음료수와 담배, 카메라 등은 소지할 수 없다.
1992년 볼키아 국왕의 재위 2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로얄 리갈리아’는 황금과 보석의 집약판이다. 이곳이야말로 ‘반짝이는 것은 모두 황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곳이다. 7월생인 왕의 탄생월을 기리는 7kg의 왕관과 황금옷 등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기념품 외 세계 각국에서 25주년을 축하하며 보낸 선물까지도 보석과 금으로 치장해 화려함을 더한다.
입구에는 1967년 왕좌를 계승할 때 사용한 황금마차가 전시돼 있다. 마차는 이후 한번도 사용되지 않다가 92년 10월5일 25주년 기념일에 290명이 끌며 다시 한번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현재 마차 주변에는 사람크기의 머리 없는 인형들이 늘어서 진시황릉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형들의 머리가 없는 이유는 ‘머리에 혼이 깃든다’고 믿는 이슬람의 교리 때문이다.
금덩이에 익숙해진 채 박물관을 나올때쯤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궁금증 하나. ‘브루나이는 금이 다른 나라보다 흔한가?’ 대답은 물론 ‘NO’다. 황금의 가치가 국왕이 가지는 절대권력에 미치지 못할 뿐.

#제임스 아스 하사날 볼키아 사원

이슬람국가인 브루나이에는 크고 작은 규모의 사원이 많이 건립돼 있다. 역대 국왕들은 자신들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오래전부터 사원건립에 힘을 쏟아왔다. 현재 남아있는 사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임스 아스 하사날 볼키아’ 사원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현 볼키아 국왕이 건립한 사원이다.
사원의 큰 돔은 20캐럿의 금으로 뒤집어 씌어져 멀리서도 햇빛에 반짝이는 위용을 뽐낸다. 사원 내부에는 29대 국왕을 기리는 29개의 금계단과 국왕전용의 엘리베이터도 마련돼 있다. 사원 밖에 배치된 100여개의 통 대리석 의자만해도 개당 미화 40만달러를 호가한다 한다.
크고 작은 기도실로 이뤄진 사원은 최대 6000명까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색적인 사실은 이곳 기도실은 남자와 여자가 따로 구분돼 있는데, 여자 목사가 없어 여자 기도실에서는 카메라를 통해 남자 기도실과 함께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1층 중앙에는 하루 5번씩 기도하는 이슬람의 교리를 본떠 5개의 분수가 자리하고 있다.
입장시 남자는 반바지를 입었을 경우에만 까만 가운을 입으면 되고, 여자는 무조건 가운을 걸쳐야 한다. 사진촬영은 물론 금지다.
브루나이 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넷투어 02-326-1003



도심 속 또 하나의 도시
‘깜봉 아일’

마을이라는 의미의 ‘깜봉’과 물이라는 뜻의 ‘아일’이 합쳐진 깜봉아일은 브루나이 인구의 10%(3만여명)가량이 생활하는 수상마을이다. 다른 나라의 수상촌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사는 반면 브루나이의 수상촌은 600년의 역사를 가진 이들의 주거문화다. 대가족을 선호하는 브루나이 국민들은 직계가족은 물론 삼촌과 이모, 고모 등 그야말로 사돈의 팔촌까지 한집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일명 ‘롱 하우스’라는 긴 집을 지어 직계가족 간의 단독생활도 즐기면서 각 일가친족의 단합도 다진다.
수상가옥촌은 완벽한 또 하나의 도시다. 병원과 경찰서는 물론 학교, 소방서 등 생활의 모든 시설이 수상마을 내 갖춰져 있으며, 대부분의 집은 철근을 심어 탄탄한 구조로 설계됐다. 땅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물위의 집도 꾸준히 건설중이다.
수상마을의 대중교통은 빠른 속도의 제트보트. 집과 집 사이를 오가는 보트를 빌려 탈수도 있고 자가용처럼 자신의 보트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선착장 위에는 수상가옥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소유한 자가용들이 길게 주차돼 있다. 더위를 피해 방문한 보트맨의 집은 대가족이 생활하는 브루나이의 전형적인 가옥이다. 다과 한접시 맛보고 둘러본 집안에는 에어컨과 평면TV, 오디오 등 없는 게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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