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가면 전통이 느껴진다

+ 전주 한옥마을을 찾아서

좁은 땅덩어리에 적용한 획일적인 국토개발인지라, 한반도의 어느 곳이나 도시의 풍경은 별반 다르지가 않다. 전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객사로에 늘어선 쇼핑점들과 유흥시설들의 풍경을 보고 있자면 서울의 명동 한복판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역시 전주’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눈으로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이다. 그 중에서도 전주시 완산구 풍납동에 자리잡은 800여채의 한옥마을은 보기에도 애잔한 보존의 현장이다. 허물어질 듯 아슬한 기와지붕을 이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불편에 마음이 짠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정겨운 돌담과 솟을대문은 참으로 보기가 좋다. 내부야 살기위해 이리 저리 손을 댈 수 밖에 없었겠지만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아본지 까마득한 옛날인지라 부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전주 한옥마을은 보존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전통문화의 향기를 마음껏 만끽 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마련했다. 이들 대부분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요리를 하고, 공예품을 만들어 보는 체험의 현장이라는 점이 더욱 만족스럽다.

+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창호지문과 온돌방, 대청마루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요즘 아이들을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만났다. 안채인 단영원(端影院)과 사랑채인 세화관(世化館)으로 나뉜 체험관에는 규수방과 선비방 등의 객실(?)이 갖춰져 있다. 열린 문틈 사이로 방에서 아직도 구들을 지고 있는 늦잠꾸러기들의 모습이 비친다. 디딤돌 아래 이리저리 포개놓은 신발을 꿰어차고 아침밥상으로 달려가는 녀석들은 아직 눈꼽도 떼기 전이다. 요새 보기 힘든 놋쇠 그릇(납청유기)에서 떠 먹는 전통 한식의 아침식사가 아이들에게는 마치 예식처럼 경건한 시간이다. 개인숙박은 물론 최대 40인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는 국악감상, 영화감상, 전통악기 연주회, 국악 강습, 다례 등의 ‘마당벌림’ 프로그램을 유·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단체 숙박의 경우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www.saehwagwan.com

+ 오목대 명품촌
전주한옥마을의 또 하나의 아이콘으로 대들보 써까래, 추녀, 용말, 귀기둥, 솟대 등 전통의 미를 살린 복합공예공간이 있다. 전주공예품전시관, 전주명품관, 민속장터, 오목대를 통칭하여 부르는 ‘오목대 명품촌’은 살아있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공예관, 명장공예관, 생활공예관, 선자청, 한지관, 오목대특산관 등의 전시·판매관에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살린 우리 생활도구들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돼 있다. 특히 전주의 자랑인 태극선처럼 전라북도에서 활동중인 대한민국 명장들이 만들어낸 공예명품은 ‘명품(名品)’의 진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시소나 미끄럼틀 대신 마당에 설치된 널뛰기, 윷놀이, 투호 등을 익숙하게 즐기는 꼬마들의 모습은 이 곳이 전주임을 실감케 한다. 오목대 명품촌에서도 역시 도자공예, 한지공예, 목공예 등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www.omokdae.com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전라북도관광흥진과 063-280-3330

+ 전주전통문화센터

전주전통문화센터는 한옥마을에 자리잡은 공연예술의 기둥이다. 250여석의 공연관인 ‘한벽극장’ 에서는 ‘해설이 있는 판소리’와 함께 상설공연으로 ‘전통예술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판소리, 기악, 한국무용, 타악 등 집약된 공연을 다양한 레파토리로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전속풍물단 ‘한벽’의 공연에서는 남성 타악의 역동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 20대 초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은 앳된 연주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공연하는 모습은 안도감과 함께 희망을 느끼게 한다.
공연관람 전에는 전통음식관 ‘한벽루’에서 놋그릇에 담은 비빔밥(9,000원)이나 불갈비정식 (1만5,000원)등 맛깔스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만큼 음식이나 서비스도 부족함이 없다. 식사 후 공연관람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2층 조리체험실에서는 맛의 본고장인 전라도 음식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1만원의 참가비로 전주의 상징이 되어버린 전주비빔밥과 떡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으며 주말에는 상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혼례를 올릴 수 있는 ‘화명원’의 바로 옆에는 시민교육관인 ‘경업당’이 있어 다례, 한국무용, 예비교사를 위한 전통문화 강좌 등을 운영하고 있다. www.jtculture.or.kr

+ 땀흘리며 전통배워

장안문화예술촌
전북 장수군 계남면 궁양리, 어느 시골에나 있을 법한 작은 폐교 앞에 도착했다. 다양한 표정과 크기의 장승이 줄지어선 입구를 따라 교문을 통과할 때 ‘장안문화예술촌’이라는 푯말이 자기 소개를 한다. 운동장 한켠에 널린 천연염색의 손수건들도 온몸을 흔들며 환영한다.
장안문화예술촌은 서예와 도자기, 목조각, 천연염색 등 전통예술인들이 함께 작업하고 교육하는 곳으로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파를 위한 교두보 같은 공간이다. 손님 맞이에도 손색이 없도록 초등학교의 시설을 적절히 개조해 작업실(공방)과 실습을 위한 교실, 3개의 숙소, 식당, 전시 판매장 등을 갖췄다. 직전까지 작업을 했던 듯, 공방에 흩어져 있는 붓이며, 조각도들을 보고 있으면 땀흘리는 장인들이 모습이 떠오른다. 먹이 채 마르지 않은 서예작품들은 신생아의 탄생을 보는 것처럼 흥미로운 감흥을 전해준다.
장안문화예술촌은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학교를 운영하는 것 외에 학생단체나 외국인을 위한 문화활동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 2시간 정도의 견학 프로그램에서부터 최대 5박6일의 체험프로그램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와당 등 전통문양 탁본, 다도, 천연염색, 목각, 문방사우 만들기, 태국선에 그림그리기 등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063-352-4560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