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비단이 넘실댄다. 열 자 비단을 끝까지 풀어놓은 듯 하다. 티끌 하나 앉지 않은 옥양목 같은 모래와 바다와의 경계가 아슬아슬하다.

둘 간의 혼연(渾然)을 상상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열기를 품은 한 낮의 태양이 가세해 이 둘을 닿을 수 없는 저 편 끝으로 밀어낸다.


◎ 천개의 산호섬이 빛나는 나라

인도양에 천개의 섬을 흩뿌려 놓은 산호섬의 나라, 몰디브. 아마 백년 이후라고 했던가.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 이 섬들은 가장 먼저 바닷물 속으로 잠긴다고 했다. 그 유한성으로 인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이방인의 이기심일까. 예정된 비극으로 인해 잃어버린 대륙, 아틀라스와 같은 심상(心想)을 전해주니 말이다.

새벽녘 조우한 몰디브의 바다는 시간이 갈수록 팔색조처럼 그 모습을 달리 했다. 새벽녘 보랏빛의 신비한 옷을 입었던 바다는 이른 아침부터 점점 몸을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자신을 물들인다.

바닷물결이 서로를, 그리고 달에 이끌린 듯한 몸짓을 내보인다. 만월(滿月)을 품은 바다. 물결의 흔들림이 달을 움직인다. 퓨전 재즈밴드 카시오페아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머리 위의 열기가 강해질수록 투명한 몰디브 바다의 색감은 더해진다. 이에 감동받은 맘을 쉬이 드러내버렸다. “물 참 맑다”는 말이 연거푸 나왔다. 민트향의 휘파람을 바닷바람에 실어 달뜬 어조로 말한다.

“바닷물의 소금 농도에 따라 물의 맑기가 다릅니다. 그래서 바닷물의 온도가 높은 적도 지역은 대부분 물이 맑게 보이는 거죠.” 백과사전식 지식에 언뜻 고개를 끄덕여본다.

그의 말은 물 속에 거울을 숨겨놓았다는 내 식대로의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어서 수긍이 가는 게 당연하다. 타이밍을 놓쳐 ‘물 속 거울’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이 지금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섬 하나당 하나의 리조트

몰디브의 1190개의 작은 산호섬들의 폭은 80~120km에 이르고, 그 길이로는 860km에 이른다.

몰디브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그에 어울린 리조트로 유명하다. 특히 ‘섬 하나당 하나의 리조트’라는 공식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몰디브의 리조트 개발 역사는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몰디브를 찾는 다양한 계층과 취향에 맞추듯 유럽의 알뜰 바캉스족을 겨냥한 소박한 숙소에서부터 하루 숙박료가 2,200달러에 달하는 초호화 수상 방갈로로까지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즉, ‘몰디브=호화 리조트’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난다면 본인의 경제 규모에 맞는 리조트 선택도 가능하다.

몰디브의 여러 섬들에 가려면 ‘도니(Dhoni)’라는 전통 배를 타거나, 스피드 보트, 수상 비행기, 헬리콥터를 이용해 들어간다. 초기에는 현지인들의 고기잡이배를 개조한 요트 도니가 이용됐으나 지금은 일종의 모터 보트인 사타리(sathari dhoni)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보다 멀리 떨어진 리조트로 이동할 때에는 수상 비행기 이용이 권장된다.

그리 높지 않은 상공에서 수상 비행기를 타고 푸른 비단 위의 점점이 흩어진 섬을 훑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눈이 시리도록 부신 푸른 형광색을 내는 바다와 그 위의 섬. 그리고 그 섬을 안은 하얀 산호가 선명함을 더한다.

몰디브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오리엔트타이항공 02-776-7200
클럽메드 코리아=02-3452-0123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