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들과 ‘꽃등 나들이’

원소절(元宵節)이라고 불리우는 타이완의 정월대보름 축제는 유난히 화려하고 성대하다. 길어봐야 5일쯤 쉬고 마는 한국과 달리 중화권 사람들의 춘절(구정)연휴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보름정도 쉬는데 그 끝에 원소절이 있다. 연휴의 끝이자 동시에 한해 업무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이라 더욱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원소절에 중화권 사람들은 찹쌀가루로 만든 원소(元宵)가 들어있는 탕을 먹으며, 거리에 색색의 등불을 내걸고 밤늦도록 바깥나들이를 한다. 한국에서 대보름하면 쥐불놀이를 떠올리게 마련이듯, 중화권에서는 “정월 15일엔 꽃등 구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등불행사는 빼놓을 수 없는 풍속이며 등절(燈節)은 원소절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타이완에서는 이러한 전통풍습을 보존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대규모 축제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음력 정월 15일을 전후로 타이완 전역에서 등불행사로 밤거리를 아름답게 밝히며, 일부 지역의 행사는 국제적인 축제로 알려져 수많은 외래 관광객들이 이 기간에 등불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다.

등에 소원 적어 하늘로 날려 보내

이제는 TV 연속극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예전에 ‘통행금지’라는 것이 있어 밤에 일정한 시각이 돼 싸이렌이 울리고 나면 사람들이 거리를 다닐 수 없었다. 옛날 옛적 황제가 살던 황성 안에서는 주민들의 효과적인 통제를 위해 몇 가지 조치가 있었는데 심야의 통행금지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전기가 없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임의로 사람들을 제재하다보니 여기서 비롯되는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가끔은 이를 풀어주는 때가 있었는데 원소절이나 중추절(추석) 행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요재지이 등의 중국 설화를 보면 선남선녀들이 이 때에 등불놀이를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가 있다. 이렇듯 원소절은 전통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명절이기도 하며 쌍쌍이 함께 나들이 나온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14일에 천등행사가 있었던 핑시(平溪)에는 서양의 명절인 발렌타인데이와 맞물려 거리가 온통 커플들 일색이었다. 거리에 각양각색의 등불을 내거는 것 외에 등을 하늘로 띄우는 천등(天燈)놀이도 있는데, 여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을 적기도 한다.

대개 그 원리는 열기구와 비슷한데 종이로 등을 만들고 그 가운데에 기름종이를 넣어 불을 붙이면 공기가 차차 데워져 하늘로 올라간다.

대도시 등지에서는 화재의 위험이 있어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타이베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핑시에서는 매년 천등행사가 열리며 하늘로 천등을 날려 볼 수 있다. 축제 당일에는 차량을 통제하고 별도의 버스를 운행한다. 천등은 행사장 근처에서도 쉽게 살 수 있으며 등에 소원을 적을 수 있도록 붓과 물감도 빌려준다. 지난 14일에는 물론 연인과 함께 소원을 비는 커플들이 주를 이루었다.

거리 가득 등불의 물결, 사람의 물결

‘2003년 타이완 등불축제’는 타이베이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상공업 도시 타이쭝(臺中)에서 개최됐다. 타이쭝시민광장과 타이쭝공원, 징궈공원로(經國園道)를 따라 15일부터 20일까지 갖가지 모양을 한 수많은 등불들이 전시돼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15일에는 개막행사가 있었는데 전통공연과 천수이비엔 총통이 참석한 점등식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별히 이날은 타이완 교통부관광국에서 양 모양의 분홍색 등불을 나눠줘 가족들이 함께 앉아 등불을 만들거나 아이들이 손에 손에 등불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막행사가 끝난 후 광장에서는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축제 행사를 위해 네온싸인 등 주변 건물의 화려한 조명은 꺼져 있었지만 등불과 불꽃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수도 타이베이의 중정기념당에도 등불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최근 2년 동안은 다른 도시에서 개최됐지만, 이전에 등불축제는 모두 타이베이에서 열렸었다. 아무래도 규모면에선 예전만 못하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다채로운 부대행사와 레이져쇼가 펼쳐지는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왁자지껄 야시장 먹거리 풍성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 사는 멋을 느끼고 싶다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재래시장을 꼽는다. 타이완을 방문한 이라면 한번쯤 야시장(夜市)을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야시장에서 관광객을 반기는 아이템은 뭐니뭐니 해도 먹거리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버블티의 원조인 타이완의 쩐주나이차(珍珠女乃茶)는 꼭 먹어볼만 하다. 안에 들어가는 알갱이도 한국에서와 비교가 안될 만큼 많이 주는데다가 가격도 30대만달러(한화 1200원정도)로 저렴하다.

이외에도 과일을 꼬치에 띠워 녹인 설탕을 발라 놓은 탕후루(糖 葫 蘆), 발효된 두부를 튀겨 야채와 같이 먹는 초우떠우푸(臭豆腐) 등의 영화에서 흔하게 보던 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다.

타이완에서 유명한 야시장으로는 쓰린야시장(士林夜市), 공관야시장(公館夜市) 등이 있으며 축제행사장 주변에도 야시장이 선다. 주로 오후 7~9시 사이에 활기가 넘치며, 먹거리 외에도 뱀이나 약재와 의복, 골동품, 액세서리 등도 파는데 흥정이 가능해 말이 안통하면 필담이 동원되기도 한다.

글·사진=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대만관광청 732-2357 www.taiwan.net
대한항공=55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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