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를 시작으로 부산아시안게임과 장애인올림픽대회 등으로 한국과 대만 양국간의 전세기 운항에 물꼬가 트인 데 이어 겨울 시즌에 돌입하면서부터는 관광객 수송을 위한 전세기 운항 승인도 줄을 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말부터 올해 2월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대만의 중화항공, 부흥항공, 원동항공 등이 인천과 양양, 제주와 타이베이를 연결하는 전세기를 운항, 관련 여행상품도 크게 활성화됐다.

지난달 말에는 당초 2월말까지로 한정됐던 양국간 전세기 운항 승인을 대만정부가 전격적으로 5월말까지로 연장하기로 결정해 관련 항공사들의 추가 운항신청이 봇물을 이뤘고 운항횟수도 크게 증가했다.

이번달 들어 대한항공이 인천-타이베이 노선에 주7회, 인천-화련 노선에 주2회씩 총 주9회에 이르는 전세기 운항을 개시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타이베이 노선에 전세기를 매일 운항하기 시작했다.

대만측에서는 겨울 시즌에 제주도와 타이베이를 연결해왔던 원동항공이 새롭게 부산-타이베이 운항권도 승인 받아 오는 16일부터 매주 일·목요일 주2회 운항을 개시할 예정이며, 제주-타이베이 노선에도 월·목·금·일요일 주4회 스케줄로 운항을 개시할 예정이다. 중화항공도 오는 26일부터 5월말까지 인천-타이베이 노선을 자회사인 만다린항공과 함께 매일 운항할 예정이다.

기존의 타이항공과 캐세이패시픽항공의 운항편까지 고려하면 5월까지 운항될 예정인 대한항공의 주9회, 아시아나항공의 주7회, 중화항공의 주7회, 원동항공의 주6회 전세기 운항으로 한국과 대만을 연결하는 항공로는 비약적으로 넓어진 것이다.

공급과잉 상황 아닌가?

양국간 항공공급의 급증에 대한 평가는 현재로선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단교 이전과 비교하면 결코 공급과잉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갑작스런 공급증대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넓게 확산돼 있다. 특히 3월 이후의 전세기는 겨울시즌 전세기와 비교해 비행편당 좌석수가 줄긴 했지만 운항횟수의 급증과 비수기라는 점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큰 상황이다.

대만 전문랜드 리타투어 박선아 실장은 “겨울철 전세기의 경우 항공사별로 평균 탑승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리타 입장에서도 기존보다 물량이 3배 이상 증가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지만 3월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항공공급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국내외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낙관만은 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기존 운항항공사와 재진입 항공사들간의 경쟁수위가 한층 높아져 항공사별 눈치보기와 대리점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정확한 요금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35만원 안팎으로 항공요금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만 3박4일 상품가의 경우 399상품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이번달 첫 비행편의 경우에는 요금이 20만원 안팎까지 하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사와 여행사간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는 그렇다 쳐도 대만 현지의 수용태세 미비는 앞으로 적지 않은 잡음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단교 이후 가이드의 수가 대폭 줄어들어 현재 활용 가능한 가이드가 기껏해야 50명 안팎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호텔의 경우에도 객실 500여실을 갖춘 대형호텔 2곳이 폐쇄되는 등 호텔과 식당, 유흥시설 등 기반시설도 현재의 공급증가를 감당할 수준에서 한참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호텔의 경우 단교 이전에는 홍콩이나 태국 등 타 국가와의 연계상품이 대부분이어서 대만에서는 1박이 주종이었지만 현재는 대만에서만 체류하는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객실난은 그만큼 심해졌다. 랜드 또한 그동안 대만을 전문으로 취급해왔던 귀빈과 리타투어 이외에도 최근 들어 단교 이후 중단했던 업체들의 재진입과 타 지역 랜드들의 신규 진출로 점차 늘고 있는 추세지만 만족도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랜드사간 가이드 및 호텔 확보 경쟁이 후끈 달아올라 이를 둘러싼 잡음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갑작스런 항공공급 증대와 현지 인프라 부족에 따른 우려감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단기적인 전망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만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관점에 서서 현재의 추세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교 이전 화려했던 대만시장의 부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단교가 이뤄진 지난 1992년 대만은 한국의 인바운드 3위 시장이었다. 당시 대만에서는 총 29만5986명이 한국을 찾아 대만은 일본(139만8604명), 미국(33만3850명)에 이은 제3위 인바운드 시장이었다. 아웃바운드 부문에서도 총 12만6112명의 한국인이 대만을 찾아 일본과 미국, 홍콩에 이은 제4위 목적지라는 화려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양국간 총 출입국 규모가 40만명 이상인 황금 시장이었지만 단교 이후에는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해 지난해의 경우 양국간 총 출입국 규모는 약 20만명(대만인 한국입국 13만, 한국인 대만 방문 7만)에 머물렀다.

중화항공 한국총판인 퍼시픽에어에이전시 박종필 대표는 “단교 이전에는 현재의 운항 항공사 이외에도 유나이티드, 노스웨스트, 델타, 싱가포르항공 등 수많은 항공사들이 한국과 대만을 연결해왔다”며 “대만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으로 향후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현재의 항공공급 증가는 결코 무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듯 과거 한국과 대만 노선에 취항했던 미국계 항공사 중 한 곳은 최근 양국간 교류규모와 현지 인프라, 전망 등에 관한 철저한 시장조사를 벌이며 재취항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시장의 화려한 부활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공통적으로 양국간 정기편 복항조치 혹은 지속적인 전세기 운항 허가를 꼽고 있다. 3월부터 5월까지의 전세기 운항 허가만 해도 운항승인 신청을 했던 항공사는 물론 여행사들도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대만 정부가 2월말 뒤늦게 내린 조치여서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 상품 판매 준비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데다가 판매전략상에서도 수정에 재수정을 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6월 이후에도 전세기 운항은 승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양국간 정치적인 고려사항이 개입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경우만 하더라도 다들 당연히 운항허가가 이뤄질 줄 알고 업무를 추진했다가 2월말이 다 되도록 허가가 나지 않아 포기했더니 뒤늦게 허가가 이뤄져 애를 먹었다”며 “6월 이후에도 일단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빗나갈 경우에는 큰 피해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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