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관광지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없다. 1992년 3월 개장한 나가사키(長崎)현 ‘하우스텐보스’가 몇 일 전 도산했다. 1993년 7월 문을 연 미야자키(宮崎)현 실내 해수욕장 ‘시가이아’도 2001년 도산한 바 있다. 고도성장 시절 일본 가족의 꿈과 행복으로 채워졌던 명소들이 하나둘씩 쇠락의 상징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사례를 본다면 관광지의 수명은 10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1955년 개장한 디즈니랜드는 아직 건재하다.
한국관광의 일번지로 알려진 경주는 최근 관광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관광객들의 이용패턴도 변하고 있다. 한때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0%를 차지하던 일본관광객들은 예전과는 달리 경주에서 숙박하지 않는다.
부산에 머물면서 경주는 당일 관광지로 지나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과거 신혼여행의 메카에서 중고생 수학여행지로 변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예전만 못한 실정이다. 이들 지역 모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볼거리가 없다는 관광객들의 푸념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활력이다. 건강 유지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관광지도 세월이 지나면 늙는다. 성숙기를 지나면 쇠퇴기에 접어든다. 관광지가 장수하는 첫째 조건은 과감한 변신이다. 변화하는 관광객의 요구에 맞춰 상품과 인프라를 개발하는 자기변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디즈니랜드는 개장이래 아직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공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상화된 변화가 장수 비결이다.
생물학자 카프만(Kauffman)은 ‘자기조직화와 진화의 논리’라는 책에서 35억년 전 지구상에 생명체가 처음 등장한 이래 생명체의 99.9%는 멸망했다고 지적했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는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해 왔으며 진화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멸종되었다.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강한 자도 똑똑한 자도 아닌 변화에 민감한 자가 유리한 것처럼 관광지나 이를 운영하는 기업도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적응이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관광산업은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요 산업 중에 하나이다. 관광수요에 직접적 변화를 주는 주요변수로서 여가시간과 소득(경기), 그리고 접근성이다. 주5일 근무제와 고속도로의 연이은 확장 개통은 관광수요의 확대를 가져와 관광지와 여행상품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5일제가 되면 모든 관광지나 여행상품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기회의 확장은 동시에 경쟁의 심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해안 고속도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관광지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른바 뜨는 관광지와 지는 관광지가 생겨나고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이후 선운산과 대천해수욕장은 관광객이 늘어난 반면 내륙의 대둔산과 내장산은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접근성이 개선되면 관광객들의 선택의 폭이 커지고 관광지별로 새로운 판도가 형성될 것이다.
치열한 관광객 유치전쟁에서 살아남는 관광지, 각광받는 여행상품으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비결은 변화에 있고 변화는 차원 높은 위기의식에서 나온다. 진정한 위기의식은 비록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사업이 잘되고 있을 때라도 항시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다. 위기의식을 가지려면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serieco@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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