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상. 태산아래 뫼이로다
중. 공자의 고향을 찾아서
하. 되살아나는 해상王 ‘장보고’

오악(五岳)의 지존 태산에 올라

“따르르릉. 출항을 알리는 종소리가 선내를 가득 메운다. 잠시 선박이 움찔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그 육중한 몸체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부슬부슬 흩뿌리듯 내리는 빗속에서도 바다는 잔잔한 흐름으로 항을 떠나는 선박을 마중한다. 저녁 어스름이 깔린 하늘을 뒤로, 바다 한 귀퉁이를 가로지르듯 세워진 서해대교는 점점 가느다란 실선으로 변해간다.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처음인지라 약간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미리 긴장해버린 탓일까. 막상 배에 오르고 나니 오히려 그 편안함에 금세 익숙해졌다. 1만8,000톤급 규모의 선박은 웬만한 파도에도 끄떡이 없다. 선상 창 너머로 넘실거리는 새까만 물결만이 이 곳이 바다임을 일깨워 줄 뿐.

하루를 마감하는 잠을 청해본다. 새삼스러운 느낌. 어느덧 아침 해가 뜨고, 선상 가득 들어오는 햇빛을 따사롭게 느끼며 바라본 창 밖의 풍경은 이미 한국이 아니었다.”


‘태산에 오르면 10년 장수’

속담 중에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작은 것도 열심히 모으면 큰 것이 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조선시대 시인인 양사언의 싯구 중에도 태산이 나온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는 구절을 뒤집어 보면 그 만큼 태산은 높다라는 인식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우리 생활속에서 흔히 쓰이는 ‘걱정이 태산’이라는 말에도 태산은 ‘크다’, ‘많다’, ‘높다’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태산의 실제 높이는 해발 1,545m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의 설악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 태산 등정을 앞두고 슬그머니 궁금증이 치밀었다. 그렇다면 태산이 높다는 인식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산둥성 동부, 지난(濟南), 타이안(泰安) 등 3개 현에 걸쳐 있는 태산은 산둥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에 속한다. 예로부터 이 곳은 신령스러운 곳으로 여겨져 중국인들에게 태산은 우러름의 대상이었다. 중국 역대 72명의 제왕들이 태산을 올랐으며 하늘에 제를 지내는 봉선(封禪) 의식의 장소로 신성히 여겨져왔다. 중국 역사의 유명한 진시황과 한무제, 당현종도 이 곳에서 제를 지낸 기록이 있다. 그래서인지 산등성이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마저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또 태산에는 ‘태산의 신은 천손(天孫)으로 인간의 생사, 빈부를 담당하며 천하 사람들의 수명을 관장하고 있어 이 곳을 한번 오르면 수명이 10년 연장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도 태산을 오르기 위해 중국 각지에서 찾아 오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태산이 높다’는 인식은 실제 높이라기 보다는 영산(靈山)으로서 그 만큼 우러러 보았다는 말이 더 맞을 듯 하다. 중국의 수 많은 명산을 물리치고 태산이 천하 제일의 산이라는 명성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형산, 항산, 고산, 화산을 포함해 오악(五岳)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명산 중에서도 태산은 오악지존(五岳至尊) 등으로 불리며 으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해서 태산이 이들 산보다 산세나 자연경관 등이 월등히 빼어난 것은 아니다. 혹시나 수려한 풍광을 기대하고 찾는다면 태산은 오히려 실망감만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태산의 가치는 단지 보이는 것에 있지 않다. 시대를 거슬러 광활한 중국 대륙의 부침 많은 역사가 태산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대륙 통일을 꿈꾸던 황제들에게는 하늘의 뜻을 얻기 위한 곳으로, 일반 백성들에게는 신앙의 산으로 태산은 그렇게 오랜 세월 중국인들의 마음 한 켠에 자리잡아 왔다.

지금은 이러한 의미들이 많이 퇴색됐지만 태산의 명성을 증명해주는 돌비석, 종묘 등의 유적들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산 정상부에 자리한 옥황정이라는 도교 사원에는 소원을 기원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이 피우는 향 내음은 태산을 휘감고 돌며 왠지 더 영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이를 토대로 유네스코에서는 1987년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태산을 지정한 바 있다.

태산 정상부에는 ‘무비문(無碑文)’으로 세워진 거대한 비석이 있다. 특이하게도 이 비석에는 아무런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다. 중국 옛 황제들이 비석을 세울 때 자신의 공적 등을 빼곡히 기록해 놓은 것에 비한다면 밋밋하게 보일 뿐이다. 비석과 관련해 전해져 내려오는 여러 가지 설 중에서 진나라의 시황제가 자신이 세운 업적을 채워 넣기에는 비석 하나로 부족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오히려 무비문으로 세웠다는 이야기가 가장 관심을 끈다.

태산을 오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케이블 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태산 입구에서 차를 타고 올라와 중천문에서 케이블 카를 타고 월관문까지 등정할 수 있다. 케이블 카의 소요시간은 약 10분 정도. 시간이 빠듯한 관광객들이나 노인들에게 유용하다. 케이블 카에서 내려다보는 태산은 아찔하다. 발 아래 펼쳐진 산수의 전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중국 제일 산이라는 명성 그대로 대륙 동부에 자리한 산둥지역에서도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기에 새해가 되면 이 곳은 첫 해오름을 맞이하기 위한 사람들로 늘상 붐빈다.

중국 태산 글·사진=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취재협조=대룡훼리 02)511-9061~2


배타고 떠나는 중국 역사기행

대룡훼리는 태산, 취푸(曲阜), 지난(濟南), 칭다오(靑島) 5박6일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평택항에서 선박을 이용해 중국 영성 용안항으로 입국한다. 출국날과 입국 전날 각각 선내에서 1박씩 묵게 되며 지난, 취푸, 칭다오를 경유하는 일정이다.

주요 일정으로 태산 등정과 공자의 고향인 곡부에서 공림, 공묘 등을 관광하게 된다. 칭다오에서는 독일총독관저와 잔교 등을 관람하게 된다. 또 신라인 장보고가 지은 불교 사원 적산법화원과 기석관을 둘러보는 일정도 포함돼 있다.

대룡카훼리는 1만8,000톤급으로 한번에 834명 이상 승선할 수 있어 대형 단체도 수용 가능하다. VIP실을 비롯해 2인, 4인실의 침대가 구비된 총 225개의 객실과 3개의 다다미실이 있으며 부대시설로 2개의 식당과 남, 여 목욕탕, 노래방, 회의실, 스넥바, 면세점 등이 갖춰져 있다.

왕복선박비, 호텔, 식사, 입장료, 항만세 등을 포함한 상품 가격은 34만9,000원. 매주 토요일 출발이며 당일 선상에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