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바다가 만나는 천상의 휴식

여행만큼 사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없다. 그것은 사람들의 잡다한 생각을 끄집어내 일목요연한 정리를 돕는 누군가는 문학청년 시절의 옛 기억을 되살릴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만큼은 누구든 ‘구름을 사랑하는 헤세, 별을 기리던 생텍쥐베리’가 될 법하지 않은가. 누구나 시인이, 혹은 소설가가 되도록 문을 열어 놓는 몰디브에서도 이 곳의 물빛을 언어로 구사할 때엔 한계에 부딪힌다. 일사분란한 변화상에 적응하기도 전에 몰디브 바다는 어느새 홍조를 띄고 있으니 말이다.

이 참에 널리 알려져 있는 무라카미 류의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제목을 잠깐 빌려 몰디브의 바다를 표현해 본다. 하지만 그 세밀한 변화상을 다른 이들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없음이 새삼 안타까워지는 순간이다.

즐거움은 온전히 당신의 몫!

산호초가 낮게 깔려 있는 카니 섬은 말레 국제공항에서 스피드 보트로 1시간 내외의 거리에 있다. 예정 시간을 훌쩍 넘어버린 다음날 아침에 도착한 클럽메드 카니를 대면했다. 선착장에서 우리를 맞이한 GO의 예상치 않은 환대는 클럽메드 카니의 첫 이미지로 고착된다. 아마도 불변할 이미지가 아닐까. 이 곳의 촌장(Chef De Village) ‘미리엄’을 위시한 GO의 환대는 새벽녘에도 유효했다. GO들은 너무 이른 시간에도 개의치 않았으며 무거운 눈꺼풀에 내려앉은 잠을 물리쳤다.

클럽메드에서의 하루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GM들에게는 그 간의 제쳐 놓았던 휴양지의 계획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그 날의 스포트 이벤트와 강습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저녁 프로그램까지 발품을 팔아 얻어낼 수 있다. 해변에서는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젖은 긴 머리를 등받이 의자에 느슨하게 헤쳐 놓은 젊은 여성의 모습이나 이를 바라보는 지나가는 이의 눈길도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지구상의 완벽한 안식처인 이 곳 주변을 돌아보고 싶다면 카니 섬의 주변부와 앞바다를 둘러보는 미니 관광거리를 추천한다. 주변의 아름다운 섬을 상공에서 보는 수상 비행기 관광과 바다낚시, 스피드 보트 등을 즐길 수 있다.

몰디비안 어부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둘러볼 수 있는 블루 라곤 디스커버리도 추천 종목. 여기에 매주 화, 금요일 저녁에 빌리지 선착장에서 떠나는 배를 타고 나가서 1시간 정도 해가 지는 것을 보고 돌아오는 무료 보트 여행도 찾아볼 만하다. (단, 파루 빌리지의 선셋 크루즈는 미화 10달러 정도의 미니 관광으로 마련돼 있다) 빌리지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수영 테스트를 통과하면 연근해에서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버를 즐길 수 있다. 수영장에서는 수중 에어로빅과 각종 게임, 미니 코너먼트가 열린다.

수상 방갈로에서 누리는 사치

달 아래엔 바다가 숨죽이고 있다. 빛이라곤 유독 탐스러워 보이는 만월의 모습과, 소리라곤 나무 기둥에 부딪히며 튕겨 나오는 바닷물 소리뿐이다. 바다로 뻗어 있는 다리를 건너가면 일종의 사치를 누릴 수 있는 46개의 수상 방갈로가 군데군데 모여 있다. 빌리지에서 분주했던 하루를 마치고 안식처인 이 곳으로 돌아가면 로빈슨 크루소의 일상이 기다리는 것. 이 곳에서만큼은 달콤하게 ‘혼자되기’를 즐겨본다. 다만 외로운 존재였던 그와는 달리 바닷물결 소리를 벗 삼아 잠들 여유를 가졌다는 게 차이점이 아닐까.

수상 방갈로 앞 바다엔 걸어서 갈 수 있는 무인도가 있다. 얕은 해수면 덕분이다. 수심이 고작 성인 남자 허벅지 아래다. 나만의 무인도 호핑투어가 욕심 날 수밖에. 물론 이 곳에 가려면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산호초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해줄 샌달이 필수 용품이다.

온 몸으로 물을 지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언뜻 잔잔해 보이는 물살도 자신을 뒤로 밀쳐 내는 존재에게는 감춰진 표독한 본성을 드러내기 때문. 고작 10여 미터를 전진하다 포기하고는 방갈로로 다시 되돌아올 수 밖에. 걸어서 하는 무인도 호핑투어 대신 스노클링은 어떨까. 오리발과 물안경 등을 갖추고 방갈로 아래로 내려가면 훌륭한 ‘약식’ 스노클링이 된다.

스노클링을 마친 후에는 방갈로 계단에 비치돼 있는 샤워기로 가볍게 젖은 모래와 바닷물의 짠 기운을 씻어낸다. 이 곳의 모래 역시 투명한 물처럼 가볍기 이를 데가 없다. 정백당과 같은 모래가루는 퍽이나 가볍다. 빌리지 전체의 바닥의 모래는 발바닥에 푹푹 감기우지 않는다. 햇볕에 제법 뜨겁게 달궈진 모래밭은 맨 발로 걷기에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 샌들을 벗어던져 발을 원초적인 자유로움에 놓이게 해본다.

나이트 라이프를 즐겨봐!

호젓한 안식처에 꼭 박혀 있지만 흥겨움 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일 저녁 식사 후 준비되는 쇼 프로그램은 클럽메드의 나이트 라이프를 유명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다재다능한 GO의 재능은 이 곳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GO 쇼에 이어진 다음 순서는 관객들의 자유로운 무대다. 한밤의 열기가 몰디브 한 켠의 클럽메드를 들뜨게 한다.

몰디브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오리엔트타이항공 02-776-7200
클럽메드 코리아=02-345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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