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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협회 회장,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대표이사

드라마 촬영지 상품의 양면성

드라마 ‘겨울연가’가 오는 4월3일부터 일본 공영방송인 NHK의 전파를 탈 예정이다. ‘겨울소나타’라는 이름으로 일본 열도에 상륙할 이 드라마는 일본 방송의 황금시간대인 10시에 방영되는 배려를 받게 된다. 더구나 일반적인 드라마의 경우 예고 방송이 1~2분 정도인데 반해 겨울소나타의 예고 방송은 무려 5분을 넘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고, 예고 방송도 한 달 전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파격적인 배려와 비교적 완성도 높은 영상미가 상승효과를 일으켜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면 침체일로에 있는 일본인들의 한국 관광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일본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했던 이른바 ‘로케 여행지’를 찾아가는 여행이 여전히 성행한다. 일본 동북지방 야마가타(山形)현의 긴잔(銀山) 온천을 찾았을 때 우연히 묵게 되었던 온천장 여관이 십 수년 전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싱’의 촬영지였는데 아직도 많은 일본인들이 오싱을 기억해내고 그 곳을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일본 영화 ‘철도원’의 촬영지도 그들에게는 로케 여행지로 소문난 곳이다. 이 영화가 촬영된 곳은 홋카이도 중앙에 있는 산골 미나미후라노(南富良野)의 이쿠도라(幾寅). 영화 철도원이 대성공을 거두자 이쿠도라 역은 영화 속의 등장했던 로케지로 소문나기 시작했고 테마 여행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의 정동진이 드라마 모래시계 이후 명소가 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일본의 이야기를 꺼내 놓은 이유는 요즘 국내 패키지여행도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했던 곳이 소위 ‘뜨는 여행지’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여행사의 지난 1년간 통계이지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인 외도는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곳이었고 두 번째 인기 있는 오대산 여행도 ‘눈 덮인 동화 속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겨울연가 촬영지였다. 이밖에 많은 인기 여행지도 드라마의 적극적인 혜택을 받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웬일인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해외 패키지여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약한 국내 패키지여행 시장이 그나마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오는 허탈감 때문일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같은 오대산을 가는 상품이라도 겨울 동화의 ‘눈 덮인 동화 속 마을’이라는 말만 갖다 붙여도 모객율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현상 때문에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가는 여행 상품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해 국내 여행 상품은 주5일제 확대 실시 때문에 금요일 밤에 출발하는 무박 2일 상품이 등장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누구나 쉽게 예약해서 훌쩍 다녀올 수 있는 다양한 당일 여행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고 구매하는 상품은 여전히 드라마 촬영지이다. 이런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선택할 때 여행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 보다는 ‘드라마나 영화에 한 번 등장 했더라’는 사실에 쉽게 이끌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아직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패키지여행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는 가점을 줄 수 있지만 드라마 인기에 편승해서 상품 판매에 매달리기 보다는 좋은 여행지를 개발하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은 진정한 여행 서비스를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드라마 촬영지 상품은 이런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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