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명의 시대에 우리는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제국주의 야만을 보고 있다. 증명되지 않은 대량 살상무기가 있을 거라는 것과 압제정권의 타도라는 내정간섭적 명분으로 미국은 끝내 이라크를 침공했다.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을 괴롭혔던 1만년전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가에 찬란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적지가 파괴되는가 하면 군인과 민간인 구별 없이 수많은 생명이 죽어나가고 있다.

전쟁의 숨은 의도가 중동의 석유패권을 공고히 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약세를 극복하고, 냉전해체 이후 침체에 빠진 미국군수산업을 되살리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을 견제하고, 또 차기대선을 위한 정략임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정부의 파병결정이다. 종합적인 국익과 한미동맹관계에 기초하여 군대를 보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정당한 논거냐 하는 것이다. 우선 한미동맹관계만 하더라도 동맹국이 제3국의 부당한 침략을 받았을 때 유효한 것이지,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데 동맹관계를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견강부회로 공범이 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종합적인 국익이라는 것도 그렇다. 당장 미국의 정치·경제적 위협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과, 전후 복구사업에 대한 지분 확보, 또는 전쟁론자들이 말하는 우리 군대의 전쟁 경험 축적등을 말하는 것일게다.

이것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 이면은 더 없을까. 이번 전쟁을 지지한 나라는 전세계 200여개 중 44개국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160개 국가가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더구나 앞으로 필연적일 전세계의 반미주의와 테러일상화에 우리 관광객과 국토가 충분히 표적이 될만한 근거를 제시하게 된 것은 아닐까?

1992년 대만과의 단교 때가 생각난다. 그 이전 대만에 갔을 때 야시장에서 마주친 상인들이 코리아에서 왔다고 물건값을 깎아주고 형제라면서 호의를 베풀었던 것을 필자 혼자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격적인 단교 이후 당시 고위직에 있었던 분들이 대만관리들의 사태파악 요구에 제대로 설명조차 못하고 곤혹스럽게 회피했던 에피소드들을 들어보면 그때 대만 국민들의 배신감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때에도 국익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이 통일이 됐을 때 우리의 배신을 그들 13억 인구는 어떻게 볼 것인가? 설사 꼭 그래야 했더라도 우리의 처지를 설명할 약간의 시간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금껏 하고 있다.

숫자로도 따져 보자. ’92년 단교 당시 대만관광객의 방한은 대략 30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75년부터 ’92년까지 대만관광객의 증가추세를 2002년까지 단순 적용해 보면 못잡아도 연 75만명정도가 추산된다. 2001년 중국관광객 48만 명과 비교해보면 대략 20만∼30만 명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착륙을 했더라면 대만과 중국관광객을 합쳐서 100만 명 이상 유치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게 다는 아니겠지만, 요즘같이 어려울 때 관광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이번 이라크전과 관련해서 우리 관광계는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당연히 전쟁 등의 위험으로부터 관광객 보호와 업계의 경영난은 적절히 지원되어야 하고, 전후를 대비한 공격적 마케팅도 준비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전쟁이 관광자원을 파괴하고 수요가 급감함으로써 관광산업에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또 생명의 존엄을 믿고, 사랑스런 처자식을 가진 관광업계가 한목소리로 전쟁과 파병에 대해 반대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은 아닐까?

나는 이것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얻는 것이 크리라고 믿는다. 더구나 우리가 오랫동안 관광을 평화로 가는 패스포트라고 믿고, 주장해 온 일도 있지 않은가?

stkim@kct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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