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유한 자의 자부심 관람한 자의 뿌듯함

“넌 아마 시스틴 성당이 어떤 내음을 가지고 있는가를 내게 말해줄 수 없을거야. 한번도 그곳에 서서 그 아름다운 천장을 올려다본 일이 없으니!“

유난히 직접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비가 세차게 내리던 우드스탁 콘서트장에 있었다거나 맥과이어가 일흔 번째 홈런을 날리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자랑삼아 얘기할 것이다.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위의 대사는 영화 ‘굿윌헌팅’에서 마음만 먹으면 무엇에든 박식한 주인공 맷데이먼에게 의사 로빈윌리암스가 했던 말이다. 미켈란젤로에 대한 지식은 주인공만 못하지만, 그것을 직접 본 박사 자신만의 느낌이야 알 리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다닌 사람들도 많다.


대만 고궁박물관의 의미
대만의 고궁박물관 역시 한번쯤 가봐야 할, 그곳에 다녀왔다는 것만으로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곳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런던 대영박물관과 파리 루브르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중국문화, 즉 동양문화 유산의 최정수만을 모아 놓은 집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물관이 지니는 의미는 비단 오랜 물건들을 전시하는 곳의 차원이 아니라, 각각의 물건을 한데 모아 데이터베이스화 해 물건이 지닌 본래 가치를 재발견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데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5천년 역사를 지닌 중국의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총 62만여 점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 고궁박물관은 그 유물들의 보관과 유지, 연구를 위한 비용만으로도 언제나 적자를 본다고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있는 대만 국민들의 마음속에서는 영원한 자부심으로 자리한다.


한국문화유산이 듕귁에 달아

한국인에게 고궁박물관이 지닌 의미는 결코 세계문화유산 정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일찍이 스스로를 소중화(小中華)라 칭할 정도로 중국문화의 영향을 오래도록 받아온 한국이기에, 우리가 문화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있어 중국 유물들을 직접 봐두는 것은 중요하다. 아무리 사진과 영상이 발달해도 장인의 혼과 정성이 들어간 진품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으리라.

도자기실, 회화실, 서예실 등을 돌아보면 중국의 문화적 힘을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인간의 손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들만큼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조각품들이라든가 수백 년 전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쓴이의 힘이 전해져 오는 서예 작품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화려한 색을 담고 있는 공예품들에서는 일찍이 서구와 교류한 국제도시로서의 장안(오늘의 서안)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명청대의 도자기와 우리의 도자기의 차이점이 느껴진다. 한국의 회화사를 논할 때 중국의 북종화와 남종화를 논하지만 그것과도 다름이 보인다. 분명한 것은 시·공간을 초월한 사람들의 심성을 담아낸 작품이 진정한 예술품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DDR이 우리나라에 오면 펌프가 되는 가까운 예를 봐도 그렇다. 다른 역사와 다른 풍토 속에서 살아온 도공들에게 같은 기술을 가르쳤다고 해서 같은 작품이 나올 리 없다. 당시까지 객관적인 미의 기준으로 여겨졌을 중국적인 화풍과 서법을 버리고 진경산수화를 그렸던 정선과 새로운 서법을 창시한 한석봉이 위대함은 진정 자신의 마음이 담긴 작품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일궈냈기 때문일 것이다.


즐거운 문화향유, 박물관 나들이

오늘의 유행은 대중을 반영한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가를 보면 그 시대를 짐작할 수 있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유물에서도 옛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대만 고궁박물관에 가면 중국의 과거를 만나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더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까이 갈 수 있는 우리의 국립박물관과 비교해 보면 더욱 재미있게 전시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면 꼭 들르는 곳 중 한 곳이 박물관이다. 책에서나 봤던 유물들을 직접 보고싶은 생각이 들어서일 수도 있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전공자라면 공부하러 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목적이 어떤 것이든지 가깝게는 백 여 년 전의, 멀게는 5000여 년 전의 유물들은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고 다가올 것이다. 대만 고궁박물관은 그 신비롭고도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목적지이다.

대만 글·사진=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대만관광청 732-2357 www.taiwan.net
대한항공 556-2001

---------------------------------------------------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곳

고궁박물관을 비롯해 타이베이 중심으로 돌아보고 올 예정이라면 배낭여행으로도 가뿐히 다녀올 수 있는 곳 대만. 이곳저곳 몸소 돌아다니려니 아무래도 다리품을 열심히 파는 수밖에 없다. 발목이 시큰거리고 발바닥에 불이 날 때, 이러한 피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으로 발마사지와 온천욕을 추천한다.

대만의 발마사지는 중국 전통한의학을 기초로 하는 치료방법의 일종이다. 오장육부는 물론이고 전신의 혈이 한데 몰려 있는 발은 건강에 있어서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다른 동남아 지역의 마사지와는 달리 손끝이 아닌 엄지손가락의 마디 부분으로 지압하기 때문에 마사지를 받을 때 누르는 힘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나며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혈에 따라 본래 아픈 곳도 있지만 통증이 느껴지는 곳은 대체로 신체에 병이 있거나 허약한 부위임을 알리는 신호로 시술소를 따로 찾지 않고 스스로 꾸준히 지압을 해주면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화당(한국어도 가능) 886-2-2253-3376

대만의 온천은 일본 다음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온천은 물론이고 해저온천, 탁온천부터 찬물온천과 마시는 온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타이베이에도 양명산과 베이터우 등지에 다양한 온천 시설이 있다. 특히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온천이 있어 수영복을 착용하고 외국인들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으며, 노천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곳이 보이면 사람들이 바지자락을 걷어붙이고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피곤에 지친 발을 따끈한 온천물에 담그거나, 이왕 온천으로 유명한 곳에 갔으니 2~3시간쯤 여유를 가지고 온천욕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