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은 봄의 신호탄이다. 꽃샘잎샘을 지나 꽃과 잎을 틔운 봄 꽃은 본격적인 봄이 도래했음을 알린다. 4월은 개나리와 산수유, 유채꽃, 진달래, 벚꽃, 매화 등 열거하기도 힘든 온갖 꽃들이 앞 다퉈 피어나는 시절이다. 이 즈음, 필 새라 질 새라 여기저기에서 봄 꽃 축제가 열린다. 이러한 축제는 화려하지만 꽃 ‘밖에’ 볼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이달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왕인문화축제에서는 꽃’도’ 볼 수 있어 좋다. 50리는 충분하다는 벚꽃 길을 배경으로 왕인박사 도일 행렬이 재연될 즈음, 벚꽃잎은 눈이 되어 흩날릴 것이다.


50리 벚꽃 길 ‘王仁’납시오

♠ 일본에서 더 유명한 왕인박사

우리나라 영암 태생인 왕인박사는 오히려 일본에서 더 유명한 인물이다. 일본의 고사기(古事記)에는 와니시키(和邇吉師),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와니[王仁]라 기록되어 그의 존재를 알린다.

이 땅, 영암에서 태어난 그를 우리는 모르고 일본에서는 잘 아는 아이러니의 원인은 1600년 전 백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왕인은 일단의 무리와 함께 천자문 한 권과 논어 열 권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을 받았다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를 일”이다. 모든 식솔을 이끌고 새로운 땅, 미지의 세계로 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추측이다.

술 잔을 앞에 놓고 초청이냐, 망명이냐를 고민했지만 사실을 말해 줄 기록이나 왕인의 후손은 없었다. 단, 그가 일본의 한문학을 일으켜 아스카 문화를 꽃피우게 했다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 다양한 축제행사 ‘봄 나들이’

축제 기간 중에는 공식행사에서부터 부대행사까지 40여 가지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그 중 주제행사와 체험행사가 이목을 끈다.

도일 당시를 천 여명의 이들이 재연하는 대규모 퍼레이드인 ‘왕인박사 일본가오!’와 백제 전통 춤을 재현한 ‘백제춤사위’, 백제 의상을 당시의 춤과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백제 의상 패션쇼’ 등은 주제행사에서 보여지는 굵직한 행사다.

체험행사로는 ‘전국 퀴즈 왕인 선발대회’, ‘왕인 천자문 천등행렬’, ‘도전! 천자문 250계단’ 등이 있다. 그 중 ‘도전! 천자문 250계단’은 도전정신이 솟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왕인박사 유적지에 자리한 전망대까지 오르는 계단은 총 250개다. 각 계단에는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句), 모두 천자(千字)의 한자가 새겨져 있다. 게임 방식은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천지현황(天地玄黃)에서 언재호야(焉哉乎也)까지 모두 독음(讀音)하는 것. 성공한 이에게는 푸짐한 상품도 준다.

쉬울 것 같기도 어려울 것 같기도 한 천자. 실제로 글좀 읽는다 하는 선비 출신 정도만 언재호야를 외친다 하니 만만치 만은 않겠다. 어떤가, 도전정신이 솟구치지 않는가.

영암=이진경 기자 jingy21@hanmail.net
행사문의=영암군황토축제추진위원회
061-473-1878, 470-2350 / www.wangin.org

----------------------------------------------

♣ 영암의 볼거리

월출산 국립공원은 빼놓을 수 없는 영암의 자랑이다. 웅장하면서도 거세지 않은 월출산은 숱한 명소를 품고 이리 오라 손짓한다. 도선국사가 지은 도갑사, 아기자기한 바람계곡, 지상 120m 위에 설치된 구름다리 등 가벼운 산행만으로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10명 이상이 함께 건너지 말라’는 무시무시한 안내 판을 보고 지나야 하는 구름다리는 과장 조금 보태어 오줌을 질금거릴 정도로 아찔하다. 폭은 60cm에 지나지 않아 줄을 꽉 잡을 수 있는 손아귀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리 반대 편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의 새로운 면모를 감상하기 위해서 라면 견뎌야 하는 귀여운 고통일 것이다.

월출산 일면을 후다닥 곁눈질한 후 내려오는 길 위에는 벌겋게 꽃잎을 벌린 동백이 사방에 널렸다. 일부러 닦은 듯한 반질하고 초록이 청명한 잎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계곡의 물소리가 꽃 그림의 장단을 맞춘다.

산행 후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줄 월출산온천(문의 061-473-6311) 또한 놓치지 말 일이다. 노천 온천이 크고 내부시설이 여유롭다.

월출산 아래 동네 영암에는 전통의 향기가 물씬하다. 거대한 고목과 전통가옥, 누정 등이 즐비해 전통이 살아 숨쉬는 듯하다. 그 중 구림마을은 영암의 옛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허물어져 가는 집을 제 맘대로 고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집은 번듯하나 아무도 살지 않는 가옥이 있다. 오래돼 혹은 이름있는 이들이 살았던 곳이라 문화재로 지정된 곳들이다. 흙집과 기와집이 섞여 서민적이면서도 고풍스럽다.

마을 전체가 문화재라 할 수 있을 정도인 구림마을에는 곳곳마다 전설이 박혀 있다. 전설과 함께 곳곳을 돌아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황토자기 또한 구림마을에서 만들어 전국으로 보급됐다. 뒤로 갈수록 경사가 높아지는 형태의 오름가마가 마을 이곳 저곳에서 발견됐고 지금도 그 가마에서 붉은 자기를 생산한다.

학교를 개조해 만든 도기문화센터는 구림도기 가마터를 보존해 영암 도기의 면모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실 뿐 아니라 체험실 등을 갖춘 이곳에서는 3월29일부터 3개월 동안 ‘월출산 야생화 그리고 도기’ 특별전이 열린다. 야생화와 도기가 이룬 오묘한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