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적 문제불구 가이드만 탓해

최근 모 방송에서 중국인바운드 업체의 쇼핑 바가지에 대한 내용을 보도해 파장이 컸다. 모 신문사에서는 ‘경복궁은 자금성 화장실만도 못해’라고 말한 가이드의 일을 보도해 가이드 자질에 대한 논란이 또 한번 불거지기도 했다.

중국인바운드 여행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특히 일선에서 관광객과 직접 마주하하는 가이드들이 수시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무자격 화교 가이드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국가가 공인하는 자격 조건에 미달되는 무자격 화교가이드들이 자격증을 가진 가이드들의 진출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가이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양광여행사의 김주환 부장은 “국사나 한국지리 등은 수능처럼 높은 이해수준을 요하거나 지나치게 세세한 사항까지 문제로 출제돼 한국인도 어려워 하는데 화교들이 통과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어 전공자들은 취직시에 HSK(한어수평고시)보다 가이드 자격증을 더 인정해줘 취업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90%가량을 차지한다“며 자격증 취득자의 가이드 진출률이 낮은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자격증을 소지한 가이드 인력의 업계 진출이 낮은 한편, 관련 여행업계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지난 99년 폐지된 관광교육원에서 마지막 기수로 중국어 가이드 양성 교육을 수료한 박종임씨는 “동기 중에 실제로 가이드로 활동하는 사람은 열 손가락으로 꼽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에게 제일 어려운 것은 언어지만 그 밖에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특히 쇼핑에 대한 부담으로 가이드를 관두는 사람이 많다”고 가이드 활동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인바운드 업체 간의 지나친 덤핑경쟁에서 비롯되는 지상비의 마이너스 운영으로 인해 결국 가이드들에게 쇼핑 등을 통한 수익창출을 강요한다”며 “심지어는 가이드가 받은 팁의 일정 부분마저 여행사에 돌려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고, 이런 악조건들은 고정된 수입이 없는 가이드들의 편법 활동을 부추긴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관광객에 맞는 소양 갖춰야

일선 관광안내원들에 따르면 이동시 관광객에게 역사적인 내용을 그것도 정석대로 설명하고 있으면 5분도 안 지나 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히려 한국에서 머무르는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부딪힐 수 있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불쾌감 등을 사전에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 것이 도리어 그들이 현재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안 갖도록 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길거리에서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이나 식사 때 찬 음식이 많이 나오는 등 중국인 관광객들이 당혹스러워할 만한 것들을 미리 짚어주는 것이 더 실질적이라는 것이다.

가이드들은 보통 같은 코스를 계속 다니게 마련이지만 앵무새는 아니라고 말한다. “불특정 다수가 함께 움직이니 만큼 예측불허의 돌발 상황들이 많이 일어난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재치있게 대처하는가가 가이드의 진짜 능력이며, 이를 위해 자유자제로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가이드의 자질을 꼽았다.

여기에 더해 중국인들에 대한 문화적 민족적 특성 이해가 필요한데 이는 한국인 가이드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가이드들을 관리하는 책임자들은 “화교들이 같은 중국인으로서 행사진행 중 돌발하는 사태에 대해 처리 능력이 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체계적 가이드 관리가 필요해

중국인바운드 업체들은 가이드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저질 가이드 채용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업체들로서도 저질 가이드가 골칫거리이기는 마찬가지. 큰 단체 행사 하나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중국여행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대상 업체를 바꿔버리기도 하는데, 업체들은 이럴 때 ‘가이드가 잘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한다.

가이드들에게 쇼핑과 편법을 강요하는 업계의 구조적인 병폐와는 별도로 관광객을 자신의 지갑으로 여기는 일부 몰지각한 가이드들도 있다. 여행업체들은 아무리 수입을 많이 가져다 줘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질과 소양이 의심되는 가이드들을 채용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며 이들을 꺼렸다.

세린여행사 수광정 차장은 “새로운 가이드를 선발할 때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가이드들과 회의를 해 업계에서의 평판을 알아본다”며 개인적인 심성을 제일 많이 본다고 밝혔다. 수 차장은 “기존에 가이드 경력이 있어도 일단 회사에 들어오면 3개월 이상 기존에 활동하던 가이드들과 함께 재교육을 실시하고 여러 항목의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일선에 투입한다”며 “가이드가 회사를 대표하는 만큼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창스여행사의 사현숙 과장은 “한국인들이 언어가 딸리는 것은 사실이나 4년가량 꾸준히 활동한 이들은 화교 가이드 못지않다”고 말했다. 창스여행사는 가이드들을 3등급으로 나눠 대상에 따라 관리하는데 오래된 베테랑들이 단체와 인센티브 등 까다로운 관광객들을 상대하며 이외에 중간층과 신입들로 구성된다.

신입들은 오랜 교육과 적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풍족한 수입은 보장해주기 힘들지만, 1~2인의 개별관광객 가이드로 배정해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한편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으로 양성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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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중국단체 가이드 구성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화교가이드

실질적인 가이드 종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초중고를 화교학교에 다니는 등 중국어는 물론이고 중국의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 정도가 높다. 한국 화교사회에서 소양 등이 검증된 이들을 가이드로 발탁하고 있어 경영자 측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많은 화교 현직 가이드들이 라이센스가 없거나 고졸 이하의 학력에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들의 자질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인가이드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중국에 유학을 다녀오는 등 높은 학력을 지녀 관광객들에게 깊이 있는 다양한 지식을 전할 수 있고 좋은 인상을 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으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언어능력에서 현저하게 부족하다.

가이드 활동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적응하기 위해서 언어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하는 등 화교가이드들 보다 오랜 시간 훈련이 필요하다.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등의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며 서비스와 태도 등에서도 성실한 이미지를 지녔다.


■중국동포가이드

중국 개방 이후 한국에 진출해 가이드로 활동하는 중국동포들이 늘고 있다. 화교처럼 중국어와 한국어 활용능력이 뛰어나다. 후발주자로 진입은 쉽지 않으나 라이센스를 따고 정식으로 활동하는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 대륙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인바운드 업체와 신생업체 등을 통해 그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생활해 상대적으로 말투가 딱딱하고 표정 등으로 인해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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