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연출하는 천의 얼굴을 지닌 도시다. 냉전 시대의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딱딱하고 경직된 사회로 느낄 수도 있고 개방 이후의 성급함으로 바라보면 서구 유럽의 한 도시라고 착각할 만도 하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면 거리를 오고가는 자동차만 봐도 반세기 동안의 메이커별 변천사를 읽을 수 있다.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도이자 856년의 역사를 지닌 고풍스런 도시다.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재정러시아 시대의 찬란했던 건축물과 대문호의 동상은 856년을 이어져 온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박물관에도 시대의 유산과 미술 작품이 가득하다.

수많은 문인과 철학자를 배출해 온 모스크바의 차분함은 해가 지고 밤이 되면 화장을 고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다. 라스베가스 한 골목을 옮겨 온 듯 화려한 거리와 카지노가 관광객을 유혹하는 모스크바의 밤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다.

그렇다고 진한 화장을 하고 호텔 로비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러시아 미녀와의 은밀한 시간만을 상상해서는 곤란하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계 정상급 공연으로 손꼽히는 볼쇼이 발레처럼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모스크바다.

모스크바 여행은 누구와 가는가 만큼이나 언제 가느냐가 중요하다. 머무는 순간의 느낌만을 간직할 뿐인 이방인에게 모스크바의 여름과 겨울 모습은 전혀 다른 도시로 기억될 만큼 차이가 크다. 러시아 전역이 봄맞이 축제를 즐기고 있는 3월 초에도 모스크바 시민들은 귀를 덮는 특유의 털모자와 밍크코트를 걸치며 수은주에 비해 바람은 턱없이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여름에 러시아를 찾는다면 잘 가꾸어진 공원과 사람들의 표정에서 싱싱한 생명력을 접할 수 있다.


과거·현재 … 낮·밤 … 여름·겨울 …
천의 얼굴 지닌 모스크바

♠ 발로하는 관광

모스크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꼭 편한 신발을 챙기라고 권하고 싶다. 겨울철 여행이라면 보온도 고려해야한다. 크레물린과 붉은광장으로 상징되는 모스크바는 천안문과 만리장성이 버티고 있는 베이징과 마찬가지로 발로하는 관광이 주를 이룬다. 두 발로 걸으며 부지런히 눈을 움직여야 한다.

열이면 열 빠지지 않고 찾는 모스크바의 관광지는 붉은광장과 크레믈린이다. 붉은광장은 러시아어로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의미로 연면적 2만5000여 평의 규모를 자랑한다. 광장 바닥도 붉은 색이아니고 검정빛이 도는 회색 톤이다. 붉은광장이 유명한 이유는 크고 작은 역사의 순간 순간이 펼쳐졌던 상징적 의미 외에도 크렘린 궁 성벽과 바실리 성당, 굼 백화점 등 주요 관광지들이 한데 모여있기 때문이다.

20세기를 장식했던 레닌의 묘도 붉은 광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덕분에 붉은 관장은 세계 각국에서 온 관객에게 점령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붉은광장 입구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 촬영 장소로 가장 선호하는 곳은 단연 바실리 성당 앞이다. 바실리 성당은 16세기 중반 이반 대제의 명령으로 세워진 이래 모스크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잡은 명물. 팽이 모양의 둥근 지붕과 뾰족 지붕이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바실리 성당은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색이 어울리는 아름다움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바실리 성당과 붉은 광장을 봤다면 크렘린 궁도 빼놓을 수 없다. 크렘린 궁은 지금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용하는 집무실을 비롯해 러시아 황실의 역사가 담긴 크고 성당들이 위치해 있다. 크렘린 궁을 나와 성벽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1·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군인들을 추모하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는 데 되도록이면 매시 정각 이전에 당도하도록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매 시간마다 발을 직각으로 올리며 걷는 러시아 위병들의 교대식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 러시아의 봄 축제 마슬레니차

러시아에서는 1월에 있는 러시아식 크리스마스와 함께 3월 초의 ‘마슬레니차’(Maslenitsa)를 가장 큰 축제로 친다. 일주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 러시아 전역은 길고 지루한 겨울이 가고 봄이 옴을 기뻐하는 사람들의 흥겨움으로 가득하다. 모스크바 강을 끼고 있는 깔로멘스꼬예 공원은 이미 봄을 맞이하러 나온 가족의 산책과 연인들로 만원을 이룬다.

모스크바의 3월은 짖눈깨비까지 휘날릴 만큼 봄을 예감하기에는 이른 날씨지만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잿빛 하늘 아래서 6개월 이상을 보낸 러시아인들의 반가움을 생각하면 이 정도 성급함은 곧 이해가 된다.

영어로는 팬케익 축제로도 번역이 되는 마슬레니차 기간에 러시아인들은 태양을 상징하는 ‘블린’이라 불리는 팬케익을 구워 캐비어나 각종 잼을 발라먹으며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슬레니차라는 이름도 팬케이크를 구울 때 들어가는 마슬로라는 기름에서 유래됐다.

모스크바에서 마슬레니차의 흥겨움을 만끽하려면 붉은광장으로 가면 된다. 광장 앞 바실리 성당 앞에는 야외 무대가 마련되고 인형 등을 경품으로 내건 각종 놀이 시설도 설치된다. 주위는 교통이 통제되고 광장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밤이 되면 짚으로 만든 인형을 태우며 봄이 옴을 함께 즐거워한다.

모스크바=글·사진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모스크바시관광위원회moscomtour@comcor.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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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와 낭만 ‘아르바트’거리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보다 활기찬 모스크바가 펼쳐진다. 우리네 인사동과 이태원, 압구정동을 합친 것 같은 이 거리에는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파는 노점성과 거리의 화가, 관광객들이 하나로 어울린다.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는 탓에 영화 촬영 장소로도 애용되며 여름이면 무명 가수의 거리 공연 속에 노천 카페에서 차나 보드카를 마시는 관광객과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르바트 거리는 특히 러시아의 전설적인 록스타이자 한인 3세인 빅토르 최가 무명시절 노래를 불렀던 골목이 있어 더욱 친숙한 곳이다. 빅토르 최가 공연했던 거리의 골목은 이제 그를 추모하는 빼곡한 낙서와 함께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모스크바에 좀더 오래 머무른다면 1995년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해 세운 전승공원과 모스크바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인 모스크바언덕 등도 찾아볼 만 하다.



★ 모스크바 여행상품 ★

현재 소개되고 있는 여행상품은 모스크바만을 찾기보다 성피터스버그와 북유럽 등을 연계한 일정이 대부분이다.
유럽 전문 랜드 씨저스 유럽(02-756-2250)은 러시아와 북유럽 4개국을 12일간 돌아보는 상품을 5월 14일까지 289만원에 판매 중이다. 러시아 상품을 선택할 때는 올해 도시 설립 300주년을 맞아 객실 확보가 쉽지 않은 피터스버그에서의 숙소 문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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