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여파가 한 달 째에 접어들고 있다. 곧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처음 예상과는 달리 여행기피 심리가 인아웃바운드 시장에 불어 닥쳤다. 여기에 3·4월의 구조적인 여행 비수기와 경기 침체, 뒤 이은 이라크 전쟁으로 한 치 앞을 가늠키 어려운 침체 상황이다. 예약취소 및 신규 예약이 급감하는 사태가 근 한달 째 이어졌고, 일부 여행업체의 위기설로까지 번지고 있다.


3월보다 힘들었던 4월

사스 충격으로 인한 여행 기피 현상은 4월 들어서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H여행사 관계자는 “일본, 대양주와 구미 지역이 중국, 홍콩 등 감염 지역에 비해 상황이 좀 나았을 뿐이지 4월이 3월에 비해 훨씬 힘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4월 들어 여행 기피 현상이 감염지역은 물론 비감염 지역까지 번지면서 관계자들은 진화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나마 상황이 낫고 기본수요 및 물량이 큰 일본 지역도 4월부터는 대거 예약 취소 사태에 몸살을 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충격 여파로 예약 취소 인원이 신규 예약인원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도 지속됐다.

허니문의 타격은 특히 심했다. 다만, 신혼여행객이 국내로 발길을 돌린 제주도가 오랜만에 함박 웃음을 지었고, 일본 오키나와와 호주 등이 반사 이익을 봤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도 오래가지 않았다는 게 일본 및 대양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앞서가기’식 보도 행태로 인해 사스 양성 반응 환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태국과 필리핀 허니문 취소가 잇따랐고, 지금까지도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체계적 위기관리 시스템정비 필요

이에 따라 상당수 여행업체는 격일 근무와 무급 휴가제, 급여 삭감 등으로 우울한 한 달을 보냈다. 또한 몇몇 여행사의 영업중단 및 부도설도 무성했다.

여행업계는 매출 및 송출인원 등의 연간 계획에 큰 차질을 빚기도 했다. A사는 조직 개편과 정직원의 연봉 협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한 연초 세웠던 전년 대비 30~40% 이상의 매출 신장 목표의 재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봉급 삭감을 단행하거나 광고비 감축, 무급 휴가와 격일제 근무, 급여 삭감 등 고정비 감축이 각 업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굵직굵직한 여행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광고비를 줄이고, 직원 임금과 판촉 및 마케팅 비용 줄이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라며 업계의 위기관리 경영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제껏 여행업 전반에 걸쳐 위기관리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없었고 현재도 없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운영비와 지출 부문 등 비용감축에 그치는 식의 수동적 태세에 그치는 현 상황이 아쉽다”고 피력했다.


사스 이후 여행사 변화상

‘겨울잠’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짐에 따라 여행사들은 파고를 넘기 위한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부분 여행사는 직원들의 상품 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한화투어몰은 위기관리 및 경영을 주제로 한 팀장급 이상 대상으로 1박2일 워크숍을 실시했으며, 직원들의 사내 외국어 교육지원에도 나섰다. 여행업체들의 성수기 준비도 예년에 비해 많이 빨라졌다는 후문.

아예 ‘개점휴업’ 상태인 동남아팀 직원들을 상담 및 문의가 꾸준한 지역(팀)을 지원하는 체제로 돌리기도 한다. 대상 지역은 일본과 대양주, 유럽. 일본 랜드 B사 소장은 C여행사 동남아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일본 상품에 대한 교육을 3일간 진행했다.

또한 4월 접어들면서 기획 상품도 크게 늘었다. 3월에 비해 항공 운임의 인상 등 요인으로 상품가를 올리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저가 여행사 뿐 아니라 패키지사들 또한 기획 상품을 내놓고 있다. H투어는 59만9,000원대의(10일) 발리-호주 상품을 내놓았으며, 다른 저가 여행사도 비슷한 가격대의 기획 상품을 출시했다. 또한 여러 지역에 걸쳐 변칙 상품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5월 예약호조에 ‘희망’

봄철에서 5월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5월에는 봄철 허니문이 최고조에 이르고, 연휴로 인한 단기 패키지 판매가 호조를 이루는 시기. 또한 가정의 달로 인한 효도 상품도 특수를 맞이한다.

특히 올해 5월은 노동절(1일)을 시작으로 어린이날(5일), 석가탄신일(8일)이 몰려 있는 등 징검다리 휴일로 인해 여행 관계자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직장인들은 연월차를 이용해 황금 5일 연휴가 가능해진 것도 관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를 반영하듯, 4월14일 이후 주요 패키지 여행사의 신규 예약이 호조를 띄고 있다는 전언이다. 18일 현재 5월 전체 시장을 예측하기엔 다소 시기가 이른 감이 있지만 관계자들은 그간 움츠렸던 여행수요가 5월 들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도 5월 예약인원이 완만한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롯데관광은 14일 이후 하루 200~300여 건의 신규 예약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 롯데관광은 5월을 기해 이벤트와 프로모션 성격의 상품을 대거 출시했으며, 홋카이도 전세기 등 여름 전세기를 예년 수준에서 진행한다.

이 회사 최상묵씨는 “가격경쟁에 뛰어드는 상품보다는 자사 대비 할인 상품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투어몰 관계자도 14일 이후 신규 예약이 늘고 있고, 하루 평균 70~80여건의 예약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출국자수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5월4일~9일에는 일본, 구미주 등 인기 구간의 양국적기 예약 마감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국적사는 이 기간 중 인기 구간을 중심으로 특별기를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스 공포가 잦아들어도 예년 수준까지 회복되기에는 다소 시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이 종전되고 위축됐던 여행심리가 다소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관계자들은 5월 여행시장이 나아가 여름 성수기 시장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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