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오리의 영혼이 숨쉬는 곳

“어?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s)? 거기 나 세 번 정도 갔었는데. 진짜 좋아!”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친구의 말만 믿고 홍콩을 경유해 세끼 밥을 기내식으로 때우고 마침내 비행기에서 내린 시간이 현지 시간으로 오전 여섯시 반.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창 밖을 내려다보니 사흘 동안 내렸다던 비가 그치고 푸른 하늘에 군데군데 구름이 떠 있다. ‘드디어 뉴질랜드다’라는 감상도 잠시, 흰 수염을 멋지게 기른 이번 여행의 운전사이자 가이드인 존의 뉴질랜드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는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로 향한다.



▶ 마오리족과 유럽인 어우러진 곳

사실 베이 오브 아일랜드는 배낭여행은 물론이고, 패키지여행으로도 단지 몇 개의 여행사에서만 허니문으로 상품화 된,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곳이다.
그러나 144개의 크고 작은 섬들과 숨겨진 무수한 아름다운 자연의 해변들이 가득한 이곳은 주로 뉴질랜드 현지인들과 영국, 캐나다 미국같은 영어권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하고 아름다운 관광지이자 뉴질랜드 초기 이민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18세기 말 뉴질랜드 땅을 밟은 유럽인들이 정착하고 살았던 곳이 바로 이곳, 베이 오브 아일랜드이기 때문이다.

오클랜드에서 차를 타고 3시간 반 남짓. 해안가에 위치한 파이히아(Paihia)가 이번 베이 오브 아일랜드 여행의 베이스캠프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해변을 끼고 늘어선 호텔들과 쇼핑센터, 음식점들이 늘어선 다운타운을 한 바퀴 도는 데 느린 걸음으로도 한시간이면 충분할 것만 같은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베이 오브 아일랜드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꼭 들러야 할 곳이다. 모든 액티비티의 중심이 바로 이곳 파이히아이기 때문이다.


▶ 바다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서

선착장에 정박되어 있는 제법 날렵해 보이는 노란색 배에 올라타면, 돌고래를 보러 가자는 유쾌한 가이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트 보트는 속도를 내며 파이히아를 떠나 베이 오브 아일랜드에 넓게 퍼진 144개의 크고 작은 섬들 사이를 달린다.

달리기를 삽 십여 분, 어느새 배의 곁에서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돌고래 떼를 만날 수 있다. 이 투어는 사시사철 연안을 맴도는 돌고래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파도가 적은 바다에서 직접 카누를 탈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직접 돌고래와 함께 헤엄을 칠 수도 있다.

이 투어는 단순히 돌고래를 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마오리족 출신의 현지인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면, 베이 오브 아일랜드 연안의 독특하고 특이한 크고 작은 섬들이 마치 우리나라 다도해를 보는 듯 특이하고 독특한 정취를 뽐낸다.

특히 유명한 모투코카코(Motukokako)라는 암반에 난 구멍(Hole in the Rock)에 직접 배가 들어갔다 나올 때는 그 맑다 못해 짙푸른 바다와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에 셔터누르기도 잊어버린채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그 밖에도 케이프 브레트 등대(Cape Brett Light House)와 화산이 만들어진 멋진 현무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www.dolphinz.co.nz


▶ 뉴질랜드 최북단을 향해 Go Go!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하루를 전부 투자해 뉴질랜드의 최북단까지 올라가보는 건 어떨까. 아침 7시 반, 숙소 앞에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면 가이드의 빠른 영어와 함께 뉴질랜드 노스랜드 탐험이 시작된다.

뉴질랜드의 가장 큰 카오리 나무들이 밀집한 망기난기나(Manginangina)산책로를 따라 산림욕을 체험할 수 있는 ‘푸케티 카우리 삼림(Puketi Kauri Forest)’을 거쳐, 죽은 카우리나무들을 멋진 조각품과 고급가구로 만들어내는 ‘고대 카우리 나무의 왕국(Anticient Kauri Kingdom)’에 도착해 숨을 잠시 돌리고는 다시 버스는 북쪽으로 향한다.
마침내 도착한 뉴질랜드의 최북단 케이프레잉가(Cape Reinga)는 마오리족들의 영혼이 시작되는 곳이자, 타스만해와 태평양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독특한 날짜 소인을 찍어 국내외로 보내는 우편함이 하나 있어 이곳에 도착하기 전 잠깐 머문 고대 카우리 왕국 기념품 가게에서 엽서와 우표를 사서 부칠 수 있다. 케이프레잉가에 우뚝 서 있는 등대는 케이프 마리아 반디만에서 옮겨왔으며 5㎞ 밖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노스랜드 투어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자이언트 샌드 둔(Giant Sand Dune)에서 체험하는 모래썰매일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높다란 모래산에 올라가 순식간에 내려오는 이 썰매를 타면 껌대신 입안에 가득한 모래를 씹게 되지만, 눈썰매보다 훨씬 스릴있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테 파키 퀵 샌드 스트림(Te Paki Quick Sand Stream)을 지나면 드디어 그 유명한 나인티 마일 비치(90 Miles Beach)가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난다. 끝없이 펼쳐진 비치를 따라 버스는 질주하고,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저편에서 말없이 풀을 뜯는 말 몇 마리가 그림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가이드가 쏟아내는 말 속에는 마오리족들의 숨겨진 전설들이 가득하지만 워낙 말이 빠르기 때문에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 한국어로 된 브로셔를 나누어주므로 꼼꼼히 읽어보며 돌아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www.fullers-bay-of-islands.co.nz

글·사진=장다정 객원기자 akatowel@hotmail.com
취재협조=뉴질랜드정부관광국 02-777-9282
케세이퍼시픽항공 한국지점 02-3112-740


+++++ 플러스 α +++++

▶ 오클랜드의 요트

오클랜드에서 머무를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프라이드 오브 오클랜드(Pride of Auckland)에서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또는 오후의 티타임을 이용하면 세일링을 체험할 수 있다.

아메리카 컵 대회의 명성이 자자한 이곳 뉴질랜드는 오클랜드를 비롯한 곳곳에서 요트를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각자에게 나누어진 도시락을 받아들고 다 먹을 때쯤, 배는 뉴질랜드 국립 마리랜드 박물관 입구와 닿아있는 선착장을 떠나 해안으로 나간다. 연안에는 윈드서핑과 파라세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명의 지원자를 받아 돛을 올리면 본격적인 세일링의 시작이다. 숙련된 모습의 세일러에게 반한 것도 잠시, 로프를 풀었다 감기를 반복하며 방향을 좌우로 바꾸는 배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지만, 그만큼 짜릿한 스릴을 싣고 배는 하버브리지 건너편까지 향한다.

여행의 종반이 다가오면 원하는 사람은 동승한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직접 요트를 운전할 수 있다. 한 시간 반 남짓 이루어지는 세일링을 통해 오클랜드 다운타운을 한 눈에 감상하는 동시에, 바다의 낭만과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가격은 프로그램에 따라 60뉴질랜드달러 내외. 시간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한 번쯤은 독특한 체험을 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www.prideofauckland.com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