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특구]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지난 10년간 특구 지정 4배나 증가
-진흥계획 통한 장기대책 마련해야



♣도입 10년 변한건 없다?

관광특구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3년도이다. 88년 이후 ‘소비성 서비스업’으로 분류된 관광산업이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면서 침체기를 거듭하자 정부에서는 관광종합진흥대책 등을 세우며 이의 일환으로 93년 12월 관광진흥법에 관광특구 관련 조항을 명시했다.

당시 관광특구의 도입 취지는 “외래 관광객들의 관광활동이 국제적 수준으로 보장되는 공간을 집중 육성해 관광서비스와 이용편의를 제공하고 다양한 관광활동이 가능케하며 대외적으로 홍보해 관광객 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관광진흥법상에는 관광특구를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 촉진 등을 위해 관광활동과 관련된 관계법령의 적용이 배제되거나 완화되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94년 제주도, 해운대, 경주 등에 5개 관광특구가 지정됐으며 97년 14지역이 새로 추가된데 이어 현재에는 전국 22개 곳(2760.14㎢)의 관광특구가 운영중에 있다. 증가수치만 따져볼 때 10년 동안 특구 지정지구가 4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광특구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특구 중에는 연간 외국인 관광객 방문객 수가 지정 기준인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몇몇 특구는 연중 외국인 관광객 방문수가 1만명에 그치는 등 현저히 낮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관광객 유치에 필요한 기반 조성이 미흡한 곳도 많다. 평택시 송탄과 수안보 온천, 백안 온천 등은 공공편익시설과 관광안내시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휴양·오락시설이나 쇼핑상가 등도 지역별로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원도 미흡한 형편이다. 재정지원의 경우 주로 관광특구 내 관광지나 문화관광자원 개발 등을 중심으로 정부 예산이 집행되고 있으며 관광특구 자체의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제도적 지원기반도 매우 미약해 특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에 관광특구에 한해 영업시간 제한 완화, 특구내 상가의 사후 면세점 지정 가능,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가능 등의 혜택들이 주어졌으나 지금에 있어서 이러한 혜택들이 없어지거나 실효성이 미미해 제도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관광특구 지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 관광특구 ‘희소성’ 퇴색

현재 지정된 관광특구 범위를 살펴보면 관광활동과 전혀 관련없는 전, 답, 임야 등의 공간이 다수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행정구역 전체가 특구로 지정돼 불필요한 면적까지 모두 범위 내에 포함하고 있다. 또한 서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 지역을 하나의 특구로 묶다보니 관계없는 부분도 함께 특구로 설정되는 등 지정 범위가 너무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각 지자체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난립적인 특구 지정신청도 특구라는 ‘희소성’을 퇴색시키고 있다. 초기 관광특구 지정심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국회의원들마다 자신의 지역구를 특구에 포함시키기 위해 열띤 로비를 벌였다”며 현재 지정된 특구 대부분이 지역적 특성과는 무관하게 지자체, 해당 주민, 각 단체장 등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경우가 많다고 힐난했다. 실제로 실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특구’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적인 효용성이 각 지자체들로 하여금 특구 신청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도 몇몇 지자체에서 특구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등 이에 대한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구 지정 절차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관광진흥법상에서는 관광특구를 관광지 등 또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지역중에서 시·도지사의 신청에 의해 문화부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정 기준 자체는 미흡한 상황이다. 단지 관련 법상에 ‘외국인 관광객의 다양한 관광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설들이 구비돼있고 최근 1년간 방문한 외국이 관광객 10만명 이상일 것’ 등의 신청 대상 요건만이 명시돼있을 뿐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에 의한 지정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광특구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 및 대책수립이 전무한 것이 특구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관광특구 진흥계획 수립이 임의 조항으로 돼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단편적인 사업 위주의 계획에 그치고 있으며 각 특구들에 대한 평가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관광특구 진흥계획에 포함해야 할 사항에 대한 언급이 없어 각 시·도별 진흥계획이 상호 일관성 없이 수립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지원도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관광특구 내 사업자들은 “특구라고 해서 타 지역과 차별화된 혜택들이 전혀 없다”고 말하며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관광특구의 개념이 일반적인 특구와는 달리 ‘개발’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관부 관계자는 “관광특구의 경우 진흥적 차원에서 지정된 것이기 때문에 홍보나 환경 정비, 서비스 개선 등을 위한 지원은 가능하지만 여타의 사업자 면세 혜택 등의 지원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 특구범위 재정비돼야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지난해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관광특구 제도의 운용방향에 대해서 ‘기존 관광시설 밀집지역에 대한 관광수용태세 정비·확충(44.4%)’, ‘관계법령의 적용과 배제에 대한 특례 인정(44.4%)’ 방안이 가장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특구 활성화를 위해서 ‘관광시설 미개발지역에 대한 신규투자 촉진(4.4%)’보다는 기존의 인프라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관광특구의 개념이 개발이 아닌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다.

이와 관련해 김영준 책임연구원은 “관광특구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현재 과다하게 지정돼있는 특구 범위를 재정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만하게 지정된 관광특구가 오히려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연구원은 “관광특구진흥계획을 수립해 관광특구들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순차적인 평가 작업을 통해 특구 지정범위를 좁혀나가야 한다”며 아울러 이를 토대로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확대되는 한편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체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전국 관광특구 사업자들이 모인 전국관광특구연합중앙회에서는 최근 관광특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준비키로 하는 등 특구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 동안 특구와 관련한 법 조항 해석에 상호 모순되거나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새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발이나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하에서 특별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난 10년이 관광특구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될지 단지 실패한 제도의 사례가 될지는 앞으로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관광특구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관광특구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협력적인 관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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