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낭 초보자의 ‘유럽 박물관 기행’ 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흥준 교수는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고 느낀 만큼 보인다’라고 했다. 9박10일 동안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스위스 로잔과 체르마트, 이탈리아 로마를 거쳐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로 도는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내일여행이 여행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3회 유럽배낭
EDUCATIONAL TRIP 10일간’을 함께 한 것이다. 10일간의 여행으로 유럽을 아는 척 하기엔 도시 하나하나가 지닌 역사와 이야기가 너무 많다. 짧은 여행은 여행책자에 있는 건물, 미술품이 그 자리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만큼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서 이번 배낭여행의 목표를 많은 것을 보기보다 단 한가지라도 보고 싶었던 것부터 보고자 했다. 세느 강변에 마주 서 있는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이 미술관이 파리 방문의 목적이다.


다양한 유물과 예술품 … ‘세계의 축소판’


■ 샹제리제 야경, 노틀담성당 아침

프랑스 관광청에서 제작한 한글 안내 책자에는 늦은 밤 파리에 도착한 여행객에게 밤 샹제리제 거리 산책을 추천하고 있다.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휘황찬란한 야경을 즐기며 화려한 파리를 느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은 조금 일찍 서둘러 노틀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치는 햇살을 보라고 권하고 있다. 파리를 섬세하게 아는 사람들이 쓴 이 안내책자는 노틀담 사원을 나와 세느강변을 따라 오르세이 박물관으로 가는 길을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 일정대로 가진 않더라도 파리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파리는 서울의 한개 구 정도의 크기로 세느강 양안을 중심으로 걸어서 다니는 거리안에 모든 관광지가 자리하고 있다. 힘이 들더라도 세느강을 따라 걸어서 파리 시내를 답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영국의 대영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미술관의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과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에서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거듭난 오르세이미술관이 마주하고 있어 박물관 관람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 주변에서 파리에서의 일정을 모두 보낸다 해도 아깝지 않다.

생라자르역에서 스위스행 기차표를 예약하고 오페라 갸르니에를 찾아 길을 나섰다. 갸르니에를 지나 세느강쪽으로 가면 루브르박물관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3세의 명으로 샤를 갸르니에가 1875년에 건축한 이 오페라관의 첫인상은 지붕 양 옆을 장식한 황금색 천사동상이다.

야경에 더욱 화려하게 빛나게 하기위해서인지 유난히 파리의 건축물들은 황금빛 조각상들을 달고 있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도,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도 황금빛 장식을 달고 있다.

오페라 갸르니에는 유명 음악가의 흉상이 외벽을 장식하고 화려한 코린트식 기둥이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다. 홀 안에는 음악가의 조각상이 있어 그곳에서 연주되었을 그들의 작품을 듣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발레 전용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공연이 없을 땐 오페라홀 내부를 보여주는 가이드 투어가 있다.

■ 세계 최고의 박물관, 루브르

오페라 갸르니에를 지나 세느강쪽으로 가다보면 주변의 건물들보다 좀 더 화려한 궁을 만나게 된다. 루브르 박물관이다. 화려한 고전건축물인 루브르 박물관 앞에는 22미터의 유리 피라미드가 서있고 주변으로 세 개의 작은 피라미드들이 둘러싸고 있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으로 미테랑 대통령은 13세기에 지어진 루브르 궁전에 새로운 출입구를 만드는 등 10년 동안 20억 마르크를 들여 개축해 1993년 11월18일 대 루브르 박물관을 열었다.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인 이오 밍 페이가 전체 감독을 맡았고 페이는 궁전 뜰 한가운데 나폴레옹 정원에 유리 피라미드를 세웠다. 형태는 이집트에서 가져왔지만 유리로 된 이 가볍고 생명력 넘치는 피라미드는 최선의 빛의 상태를 지하로 가져오고 가장 작은 크기로 최대의 평면을 연결시켜 준다.

사람들은 피라미드를 통해 과거의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피라미드 아래서 나선형 계단을 지나 올려다보면 13세기에 지어진 루브르 궁전이 보인다. 과거와 현대가 이 투명한 피라미드를 통해 공존하고 있다.

일주일을 보아도 다 못보는 루브르박물관을 하루에 다 보려는 건 무모한 도전이다. 전시된 작품들의 다섯배가 창고에 쌓여 있다고 하니 이들 대형 박물관들의 수집욕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꼭 보고 싶은 몇 작품을 골라 찾아가는데만도 시간이 걸린다. 이런 성미급한 관람자를 위함인지 루브르 박물관은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같은 유명한 작품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다.

■ 4대 문명의 유물을 한자리에

루브르 박물관은 인류의 4대 문명의 시원을 나타내는 고고학 유물, 그리스도교 절래 이후의 서양문명, 중세예술, 르네상스 예술, 근대 미술 및 극동지역 미술품으로 나누어진다.

제국주의 시대의 약탈품들을 프랑스의 공공재산으로 간주하여 마치 거대한 포로수용소처럼 세계 모든 문명과 문화가 그곳에 전시되어 있다. 남태평양 원주민들의 아름다운 공예품도 그곳에 전시되어 있다. 유명한 작품들 앞에 웅성거리며 서있는 사람들을 지나 살아있는 것 같은 그리스 조각들을 지나 단순화된 그 원시예술들을 만날 때면 항상 경건해 진다.

세련되지 않고 투박한 원시예술이 인간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서구 문명의 시원이 된 그리스나 이집트의 거대한 작품들만 보기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런 작품들을 둘러보면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문화와 문명이 존재하고 그들 나름대로 다 가치있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된다.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더 우월하다고 침범하는 행위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어디에도 위압감이나 으스댐이 없는 원시예술을 통해 보게 된다.

메소포타미아관에 들어서면 최초의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을 만난다. 문명의 기원이자 함무라비 법전이 태어난 바그다드를 폐허로 만든 이라크 전쟁에 관한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파리 한복판에서 함무라비 법전을 보며 전쟁이 아닌 법으로 지켜지는 평화를 기원해 본다.

송옥진 객원기자
취재협조=내일여행 777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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