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기묘묘한 대리석의 만물상
웅장한 대 자연의 신비 태로각 협곡

타이페이가 찬란한 과거와 현대의 활기참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면, 대만 동부의 중심도시 화련(花蓮)은 웅장하고 신비로운 대 자연을 몸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타이페이에서 비행기로 30분, 열차로는 3시간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북쪽으로는 소오로 가는 고속도로가 있고, 동쪽으로 동부해안 국립관광지가 자리하고 있어 어느 방향이든 주변 관광지 접근이 쉬운 위치적 장점을 지니고 있다. 화련을 포함해 다소 거친 준봉과 계곡으로 특징지어지는 대만 동부지역은 지형이 험한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대만 제1의 명승지라 일컬어지는 태로각(太魯閣) 협곡이 바로 이곳에 있다.

화련은 태로각 관광의 거점임과 동시에 약 800여톤의 대리석 산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호텔의 욕조나 길가의 보도블럭, 쓰레기통조차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세상에서 하나뿐일 ‘대리석 공항’도 가지고 있다. 화련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러한 색다른 풍경들은 누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거대한 대리석 생산지로서의 유명세를 실감케 한다.

흔히 대만의 척추로 비유되는 중앙산맥은 남북으로 해발 3천 미터 급의 봉우리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동서횡관공로(東西橫貫公路)는 이름 그대로 험준한 중앙산맥을 동서로 뚫어놓은 도로. 길이는 장장 78㎞에 이르며, 대리석과 화강암의 산이 침식에 의해 독특한 모양으로 깎여 협곡을 이루는 동부쪽 19km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태로각 협곡 관광이다.


■ 끝도 없이 펼쳐지는 대리석 병풍

강원도의 미시령 고개를 연상시키는 아슬아슬한 왕복 2차선의 좁은 절벽 길을 따라 천천히 태로각 국립공원 안으로 이동한다. 가파르게 솟아있는 암봉과 수십미터 아래의 계곡을 굽어볼 수록 아찔한 현기증이 난다. 군데 군데 낙석의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도 보인다. 불안해 하는 마음을 읽었는지 안내원은 운전기사가 이 길만 15년 이상을 다닌 사람이니 너무 걱정말라며 안심을 시킨다.

하늘을 찌를 듯 수직으로 치솟은 대리석 협곡사이로 굽이굽이 길은 계속 이어지고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폭포수가 힘찬 물줄기를 내뿜는다. 물은 옥빛에 가까워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최근에는 협곡 사이로 흐르는 급류에서의 래프팅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횡단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절묘한 가경을 버스를 타고 가면서 감상하고, 풍경이 특히 좋은 곳에서는 안내원을 따라 걸으면서 관광을 계속 한다. 협곡 입구 아치형의 사립문으로부터 서쪽으로 갈수록 길은 점점 좁아지는데 연자구, 자모교에 이르는 구간이 태로각 관광의 하이라이트이다.

버스가 잠시 내려준 곳도 봄, 여름이 되면 제비들이 날아와 절벽사이의 구멍에 둥지를 튼다는 ‘제비구멍’이라는 뜻을 지닌 연자구(燕子口)라는 곳이다. 구곡동은 옛날 수묵화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자욱한 안개 속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기묘한 절벽들을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 자연보다 위대한 인간의 힘

이곳을 지나면서 이토록 험준한 계곡에 도로를 내고, 38개의 인공터널을 뚫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1956년 7월 장개석 총통의 아들 장경국은 퇴역군인과 민간인 약 450명을 동원하여 4년에 걸쳐 도로 건설을 한다. 대리석 협곡의 지질이 대단히 약한데다 장비라고는 망치와 삽 정도로 온전한 인력으로 대리석을 깎았다고 하니 당시 공사의 어려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도로 입구에 세워진 장춘사라는 사당은 이 대규모 공사에서 희생된 212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누군가가 절벽 한 면에 새겨놓은 글귀는 천길 낭떠러지에 터널을 뚫고 길을 내었던 사람들의 희생을 안 때문인지 숙연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구불구불 계곡은 창자처럼 휘감고, 계곡의 물소리 노래되어 흐
르네. 자연과 싸워 이긴 인간의 슬기를 바로 이곳에서 보노라(如腸之廻 如河之曲 人定勝天 開此奇局)’

대만 글·사진=손미영 객원기자 blackmail900@hanmail.net
취재협조=중화항공 02-317-8888/
대만관광청 02-732-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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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온천 마을 초계로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대표적인 온천지로 꼽히지만 대만도 이에 못지 않게 전국적으로 100여 곳에 달하는 온천지역을 가진 나라이다. 효도관광 등 온천을 목적으로 대만에 왔다면 타이페이나 화련에서도 그다지 멀지 않은 초계를 추천한다.

현재 대만의 철도관리국에서 운행하는 열차는 자강호, 거광호, 복흥호의 급행기차와 보통기차 4종류가 있으며, 이중 자강호가 가장 크고 요금 또한 비싸다. 시설은 우리나라 무궁화호 정도인 듯 한데, 기차의 좌석배치가 우리와 달리 홀수는 홀수끼리, 짝수는 짝수끼리, 말하자면 1, 3과 2, 4가 같은 좌석으로 되어있다.

대합실 안에서는 떠들석하던 승객들도 기차에 오르자 저마다 잠이 들거나, 야트막한 산이 지나가는 차창 밖 시골풍경을 조용히 응시한다. 객실 내를 돌아다니는 차장과 간간이 스낵과 음료를 카트에 싣고 다니는 판매원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노천 온천 즐기면 피로도 말끔

초계의 차오시에 내리면 온천의 고장답게 여기저기 온천마크가 그려진 숙박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 란양 대온천반점(03-988-1111, www. lanyang-resort.com.tw)은 이곳에서 꽤 규모가 있는 호텔로 노천탕과 실내 사우나, 맛사지 샵 등 부대시설이 잘 구비되어있어 편안하게 온천욕을 즐기기에 알맞다.

수질이 좋은 탓인지 잠시 몸을 담궜을 뿐인데도 피부가 한결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아래로는 뜨끈뜨끈한 온천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노천온천은 쌓였던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것이다. 근처에 있는 초계공원이나 매화호수, 도교사찰 등도 들러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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