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 Zealand 평범함속에 빛나는 독보적인 아름다움

오클랜드 시내를 통과하고 있을 때였다. 밴쿠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내게 일행 중 여행을 많이 다녀봤다는 한 사람이 “사실 밴쿠버나 오클랜드나 시드니나 비슷해 보이긴 하죠.”라고 말했다. 같은 동네 사람들이 만든 나라들이니 사실 무리도 아니다. 단지 나는 오클랜드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오는 비행기를 탔을 뿐이다. 영국을 가보지 못해, 가장 영국적이라는 크라이스트처치(Cristchurch)를 비교할 대상이 달리 없는 내게 ‘캐나다의 밴프(Banff)랑 비슷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지만, 이미 내 눈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선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곳은 분명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아주 새로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추위는 여기 있다니까요!

사실 뉴질랜드의 3월과 4월은 우리로 치면 가을쯤 되는 때라 쌀쌀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험하는 그것과는 비교할 것이 못되는 것이 사실이다. 뉴질랜드의 추위를 느끼고 싶다면, 국제 남극 센터의 남극체험관으로 가자. 크라이스트처치 국제공항에서부터 체험관까지 이어진 파란 발자국을 그냥 따라가면 된다. 총 관람에 걸리는 시간이 한 두 시간이면 되기 때문에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난 후라던가, 여유시간이 생길 때 한 번쯤 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여기서는 무료로 짐도 맡아준다).

5달러에 대여되는‘스노우폰’을 가지고 체험관 내 곳곳에 붙여진 세 자리 숫자를 누르면 한국어로 된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남극에 대한 모든 것을 재현해놓은 캠프장은 물론, 눈과 얼음의 체험실에 들어가 남극의 자연을 간접 체험할 수도 있다. 한국과 북한의 남극기지에 대한 설명도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에 마련된 시청각실에서는 14분 동안 펼쳐지는 스크린의 영상을 통해 마법같은 남극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실외에서는 실제로 남극을 탐험할 때 탄다는 헤글런드 차량을 타볼 수 있다.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몸이 비틀거리고 차로 들어오는 물이 무섭기도 하지만 체험관 근처에 만들어진 남극과 비슷한 수준의 모형을 통해 위와 같은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

백 년 전 ‘그곳’에서 영화나 한 편?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곳이자 남섬의 관문이 바로 이 크라이스트처치가 아닌가. ‘기왕에 왔으니 영국이라고 착각해보는 것도 좋겠지’ 라는 생각도 잠시, 버스가 나를 내려준 곳은 모나 배일(Mona Vale). 영국인이 처음 발을 내딛던 그 때부터 주인은 서 너 차례 바뀌었지만, 그 때마다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크라이스트처치의 귀중한 재산이 되었다.

부슬부슬 내리던 가을비를 맞으며 안으로 들어간 우리를 맞은 건 모나 배일 홈스테드(Mona Vale Homestead)다. 과장을 아주 약간만 보태, 이곳에서는 백 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단정한 시종의 도움을 받아 식사를 하는,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이 재연된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서 우아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면 밖으로 나와 모나 배일이 내 정원인 양, 아름다운 집들과 실개울을 따라 놓인 산책로를 걸어보는 여유로움까지 경험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애본 강을 따라 뱃놀이(Punting)도 한 번 즐겨보자. 그럴싸한 복장의 뱃사공이 젓는 펀트(punt)라고 불리는 배에 양털 담요를 덮고 앉으면, 주위의 청둥오리들이 배를 따라 브이자로 갈라지며 배를 따라가고, 수면에 닿을 듯 나뭇가지들이 바람을 따라 한들거린다. 당장에라도 있는 무드, 없는 무드를 잡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모나 배일이다.

뉴질랜드의 상징, 키위를 만나다

키위(Kiwi)라는 말은 세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먹는 과일 키위, 뉴질랜드 사람을 가리키는 키위, 그리고 날개가 없는 새, 키위가 바로 그것이다. 크라이스트처지 근교의 ‘윌로우 뱅크(Willow Bank)’에 가면 뉴질랜드의 상징 키위를 만날 수 있다.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만 살기 때문에 어두컴컴한 사육장에 들어가 우리 앞에서 끈기있게 기다리면 키위는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사람의 인기척이 나면 바로 도망가 버린다. 카메라 플래시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안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알을 낳으면 수컷이 돌본다는 새인 키위 말고도, 꿀을 먹는 신기한 새 키아(Kea)도 만날 수 있다. ‘키아’라고 울어서 붙은 이름의 이 새는 신기하게도 꿀을 먹는다. 돌고래 다음으로 머리가 좋다는 이 새는 꿀을 달라고 연신 사육사의 몸 이곳저곳을 쫀다. 원한다면 직접 키아를 어깨에 올리고 꿀을 먹일 수 있다.

그 밖에도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여러 동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고 원하면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특히 키위를 밤에 볼 수 있는 나이트 투어도 마련되어 있으니,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이것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시내 곳곳에 숨겨진 역사의 흔적

이젠 크라이스트처치 더 깊숙이 들어갈 마음의 준비도 되었으니, 이번에는 시가 전차인 트램(Tram)을 타고 시내 구경을 한 번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벽돌을 깔아놓은 길을 따라 두 줄 곧게 나있는 철로의 저 편에서 붉은 색 전차가 다가온다. 전차의 정류장은 모두 아홉 개인데, 10뉴질랜드달러를 주고 티켓을 사면 하루 온 종일 전차를 타고 내리면서 시내 곳곳의 모든 곳을 구경할 수 있다.

이를테면 T1 케세드럴 스퀘어(Cathedral Square) 정류장에서 내리면 그 유명한 케세드럴 대성당(The Cathedral)을 구경할 수 있고, T7 카지노 스톱(Casino Stop)에 내리면 크라이스트처치 카지노를 구경할 수 있는 식이다. 주위에 늘어선 고풍스런 건물들과 19세기 샵하우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그 밖에도 역 주위의 많은 것들을 보고 쇼핑할 수 있으므로 하루를 모두 투자해 시내관광을 할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티켓이다.

저녁나절, 시내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그 유명한 캐세드럭 대성당 앞을 지날 때였다. 리코더와 기타의 기묘한 조화로 멋진 음악을 연주하던 거리의 악사 두 명이 한국인이라고 말한 적 없는 우리에게 아리랑을 들려주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만큼 어쩔 수 없이 크라이스트처치의 일부만을 경험한 아쉬움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국을 닮았지만, 그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있는 곳. 크라이스트처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도시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글·사진=장다정 객원기자 akatowel@hotmail.com
취재협조=캐세이패시픽항공 02-3112-800
뉴질랜드관광청 02-777-92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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