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하롱베이입니다. 저편이 바다고요.”
사위는 바다인지 육지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검어진 때였다. 아, 꿈에도 그리던 하롱베이.바다가 싣고 오는 특유의 바람은 내일을 설레임으로 기다리게 하고, 청승맞게 추적이는 비는 마음에 걱정을 더한다.

“이 정도면 괜찮은 날씨입니다.”
다행이다. 희부연 안개를 가르는 뱃머리에 앉아 신선놀음만 할 정도로 하롱베이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용이 꿈틀거리며 만들어 놓은 활기차고도 유연한 길의 흔적을 확인하며, 그가 만들어낸 작품에 길지도 짧지도 않은 하루를 맡기려 했다. 용이 내려오는 곳이라는 하룡(下龍), 하롱베이! 꿈에도 그리던 곳이 아니었던가.


● 천궁동굴
탁한 에메랄드 빛 바다를 가르기를 30분, 하늘의 문이라는 천궁동굴(天宮洞窟)에 도착한다. 경사 진 계단에 투덜대며 ‘동굴이 동굴이겠지’라는 목소리가 튀어나올 즈음 일행은 별세계(別世界)의 진입로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별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달랐다. 거대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룬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물! 종유석과 석순을 타고 흐르는 인간이 뿌린 색색의 조명은 자연의 위대함을 부각시킬 뿐이었다.

줄을 잇는 여행객들의 발길에 민망함을 뒤로 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지만 그곳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메라로 담을 수 없고,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이 땅 환선굴의 크기와 성류굴의 부드러움을 합쳐놓았다고 한다면 백분의 일이나 설명할 수 있을는지.

수 천년의 세월을 지내며 다듬고 또 다듬어 이뤄낸 걸작, 천궁동굴은 하롱베이를 그리워했던 지난 날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듯 했다.

● 전망대
천궁동굴만 보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하롱베이 라며 떠들기를 수 차례. 바람은 상쾌하게 머리카락을 가르고 배는 끝도 없는 섬을 가른다. 삼천 여 개에 이른다는 섬은 사방을 둘러 보아도 두둥실 떠 올라 왔던 길을 잊게 한다.
섬, 섬, 섬….
전망대에 올라 지나왔던 섬들을 눈과 카메라에 담으려 했던 자신을 원망했다. 섬을 건너면 섬이고, 섬은 섬에 싸였다. 섬에 둘러싸인 섬에 불과한 전망대에 올라 보니 원근과 명암을 달리하며 점점이 박힌 섬은 끝내 점이 되어 있다. 붉게 휘날리는 금성홍기가 눈을 자극하는 전망대. 다리를 후들대며 올랐던 20분 거리를 점이 된 섬을 확인하고는 내려간다.

● 호수동굴
다시 뱃길을 달려 온 호수동굴에서는 또 다른 배로 갈아타야 했다. 호수동굴은 이름 그대로 호수로 이뤄진 동굴이다. 좁은 입구의 동굴을 지나야 하므로 작은 배가 필요하다.

안전상의 이유로 일행은 팀을 나눴다. 잠시 짬이 난 시간, 원 달러에 구입한 대나무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운다. 철사를 구부린 굵은 바늘은 아무리 멍청한 고기도 물지 않을 게 뻔하다. 그렇게 시간을 낚는다. 시간만 낚아대는 답답한 여행객에게 원 달러 과일 행상은 자꾸 시비다.

시간 낚시를 끝내고 작은 배로 몸을 옮긴다. 배는 좁은 입구를 통통통 잘도 통과한다. 탁한 에메랄드 빛 바다는 입구를 통과하며 잠시 검어지더니 환한 에메랄드 빛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 호수다.

사방을 둘러싼 바위는 바다를 가두어 호수로 만들었다. 고요 속으로 침잠하려 한 아무도 찾지 않는 호수. 일행은 침입자가 되어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호수의 고요와 싸운다.
“짝!”
“짝! 짝! 짝!” 메아리가 소리친다.
“재만이 오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바위가 대답했다.
침입자를 사랑하다니. 그렇게 호수의 고요를 이기지 못하고 일행은 돌아왔다.

● 아, 하롱베이
배는 섬과 섬을 잇는 길을 지루하게 되돌아간다. 짧은 하루만을 맡긴 여행자들에게 겉 모습만을 보이며 왔던 길로 돌아간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의 하루는 잊혀질 것 같지 않다. 끝도 없는 섬과 그가 품은 보석 같은 볼거리들은 물론 수많은 원 달러 행상까지도 이제는 하롱베이를 말하는 추억이 됐다. 아, 하롱베이.

하롱베이 글·사진=이진경 jingy21@hanmail.net
취재협조=베트남항공 02-775-7666



+++ 플러스 α +++

★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3~4시간 걸리던 길이 2시간3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좋아졌다. 베트남의 전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등 지나는 길이 매력적이니 졸지 말 것을 당부한다.

★ 베트남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하롱베이는 관광지의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노천식당 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있지만 바가지 상인과 거지도 많다.

★ 하롱베이 투어는 바이차이 버스터미널 앞쪽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7~8명이 모여야 출발한다. 가격은 30,000동. 점심식사를 할 경우에는 별도의 흥정이 필요하다.

★ 하롱프라자호텔(84-33-845-810)과 헤리티지하롱호텔(84-33-846-888)은 한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숙소다. 모두 4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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