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일패스 할인 40%? 국제적 위신까지 깎아내렸다

-배낭시장 수수료 포기, 편법발권 경쟁 몸살
-한국 AD티켓 발권중단 … 국제시장에 오명

지 난달 말 유레일 본사는 한국의 유레일패스 대리점에게 직원용 할인 티켓(이하 AD 티켓; Agent Discount Ticket)을 더 이상 발급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발송해 왔다〈관련기사 5월1일자 1면〉.

이에 대해 유레일패스 GSA 업체 중 하나인 GTA(Gullivers Travel Associates)측은 “전 세계 여행사 중에서 한국 여행사에 대해서만 FOC(Free of Charge)나 AD 티켓판매 중지라는 제재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국제적인 망신임 셈이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강경한 조치가 발표된 것은 여행사 직원들에게만 판매 가능한 AD75% 할인 티켓이 소비자 대상 할인 프로모션에 변칙적으로 활용된다는 의혹이 짙기 때문. 12%인 여행사 수수료의 범위내에서 실시되던 할인이 올들어 순식간에 40%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변칙발권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지배적이다.

관계자들은 직원뿐 아니라 프리랜서 TC까지 AD 티켓 발급이 가능해진데다가 유레일패스 GSA(General Sales Agent)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할인경쟁이 쉬운 환경이 조성됐음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덤핑이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자 관련 업체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화를 위한 합의를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말에는 20여개가 넘는 배낭여행 업체들이 시내 모처에서 회의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자율 경쟁이냐 덤핑이냐의 논란속에 별다른 합의점 없이 무산되면서 업체간의 전면전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유레일 본사의 강경책이 발표된 이후 3월부터 촉발된 배낭여행사들의 유레일패스 할인 경쟁은 이달을 고비로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배낭여행 업체들간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은 물론 가격파괴가 관행화됨으로 해서 향후 배낭여행 시장에 상당한 타격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진단이다.

일례로 한 랜드 관계자는 “할인된 가격에 유레일패스를 먼저 구입한 학생들이 나중에 배낭팩 등을 구입하면서 해당 유레일요금의 공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팩 상품의 마진까지 흔들리기 때문에 여행사는 결국 랜드사에게 지상비 인하를 요구하는 등 그 여파가 단순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기존에 안정적인 행사와 기획상품, 브랜드 파워 위주로 영업해 왔던 업체들까지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배낭여행사인 A여행사 관계자는 “할인경쟁을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식의 덤핑이 계속된다면 더 확실한 실력행사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전체 여행사가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유레일 패스 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성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배낭여행사들은 유레일패스 판매를 배낭팩 모객을 위한 미끼상품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구전효과가 강력한 배낭여행 소비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입소문을 타 보자는 것이다.

심지어는 직원들을 놀리느니 상담을 받고 예약을 받아서 직원들을 교육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이미 수익사업으로서의 가치는 포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제 살 깍아먹기식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제는 ‘할인’에 맛이 들어버린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끌려다녀야 하는 역효과만 남은 셈이다.

현재 유레일 본사는 AD 티켓 발권 중지에 이어 강제력을 갖는 추가적인 제재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레일패스 GSA인 GTA와 서울항공여행사는 협의를 거쳐 이주내에 새로운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시장정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GTA 관계자는 “변칙 영업을 하는 여행사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GSA 업체들은 자율정화가 아닌 강제조치가 ‘완전 봉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편법을 동원한 영업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외부의 강압이 가뜩이나 어려운 배낭여행 업체들의 활동을 제약함으로써 시장위축을 불러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덤핑으로 서막을 올린 올 여름 배낭여행 시장의 전망은 ‘흐림’이다. 5월 중순에 접어든 현재 시점에서 여행사들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월드컵의 영향으로 배낭여행 수효가 줄어들었던 전년도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년도에 비해 80% 정도의 물량으로 마감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B 배낭여행사 관계자는 “5월 중순까지 500여명이 항공권을 예약했고 200여명이 팩상품을 예약한 상태다. 현재로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불안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사스(SARS)의 여파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 자체가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효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패키지 시장의 불황으로 인해 패키지 여행사들까지 배낭여행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관계자들은 이번 유레일패스 파동의 해결과정이 수년 동안 심화되어 온 ‘제 살 깍아먹기’식 경쟁에 제동을 걸어 주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국제시장에 남은 오명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만을 전하고 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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