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의 현장에서 과거를 되새기고

♣ 오카야마 조선통신사자료관
부산을 떠나 히로시마로 향하는 은하호에서 문득 떠오른 것은 ‘조선통신사’였다.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으로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은 잿더미가 되었으며 전쟁으로 인한 상흔은 일본으로 떠나는 사신 일행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양국의 평화를 위한 방문이었지만 그들의 심사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으리라 생각해 본다.

오카야마의 우시마도는 에도(지금의 교토)로 향하는 조선통신사 일행이 쉬어가던 곳이다. 이 곳 사람들은 새로운 문물을 전하러 온 조선의 사절단을 환대했고 그들의 족적은 오늘날까지도 기록과 유물로 조선통신사 자료관에 남아 있다.
그곳에 방문했던 날 마침 한국관광객들 외에 단체관람을 온 일본학생들도 있었는데 한국인들과는 다른 입장이겠지만 자료관을 통해 과거에 한국과 일본이 교류했었다는 사실은 알게 됐을 것이다. 수 백 년 전 험난한 뱃길을 무릅썼던 조선통신사들의 노고가 후대에까지 이렇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옛 저택을 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쇼토엔에는 조선통신사 자료관 외에도 도자기관, 램프관 등이 함께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화려한 도자기에서부터 일본 다도인들의 총애를 받았던 소박한 막사발 등 각양각색의 도자기들과 프랑스, 영국 등의 귀족들이 썼을 법한 너무도 ‘클래식’한 세계 각국의 램프 등은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 일본 에도 말기의 거리를 걷다

일본전통양식의 건물들과 19세기 서구식 건축물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 있다. 오카야마현 남부에 위치한 구라시키에 가면 얕은 하천 양안을 따라 미관지구가 이어진다.

거리를 걷노라면 절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하곤 했던 개화기의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소 달구지와 전차가 한 길로 다니고 양복을 잘 빼 입은 신사와 삿갓에 한복을 갖춰 입은 선비가 자리한다. 이 곳 거리에서라면 기모노를 입고 종종 걸음으로 걷는 여인과 큰 칼을 찬 사무라이였겠지만 말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전에도 서구와의 교류는 있었으나 일반 대중들도 본격적으로 변화를 느낄 만큼 가까이 다가온 때는 에도 막부말기이다. 막부말기 풍경을 떠올려보고 싶다면 ‘바람의 검심’이라는 만화를 생각하면 쉽다. 아직은 무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사무라이와 제복을 입고 총검을 든 헌병대가 병존하던 시절이기도 하다.

현재 미관지구의 전통 가옥들 1층은 대부분 기념품이나 전통공예품들을 파는 상점이다. 이와 더불어 아이비 스퀘어, 민예점, 고고자료관, 오하라 미술관 등 또한 유명하다. 특히 오하라 미술관은 우리나라의 간송미술관과 같이 명품들을 대거 소장하고 있는 사립미술관으로 일본 내 작가들의 서양화, 도기, 판화, 나염 작품들은 물론이고 엘그레코의 ‘수태고지’, 모딜리아니의 ‘쟌느 에뷰테르느’ 등 세계적인 명화들도 만나볼 수 있다.


♣ 히로시마 원폭의 현장

‘리틀보이(little boy)’라 불려진 세계 최초의 원폭은 바로 히로시마 물산진열관 바로 위 상공에서 터졌다. 일순간 물산진열관을 제외한 사방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철골만 남아있던 건물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원폭의 상징으로 그곳에 남아있다.

히로시마 원폭돔은 도쿄의 조치대학과 성심여학원 등을 설계하기도 한 체코인 건축가 얀 레츨레에 의해 이뤄졌다. 당시 비엔나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건축운동인 ‘분리주의(과거양식과 다름을 추구했던 운동)’의 바탕에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기본으로 붉은 벽돌과 석조를 사용했다. 2700평의 건축면적에 지하층 일부와 지상3층으로 여기에 다시 중앙에 타원형의 돔을 올려놓았다.

건물의 용도는 상품을 진열하는 전시장이었다. 히로시마현 물산진열관으로 불린 이 건물은 배를 통해 운반해 온 물건들을 바로 반입하기 위해 강가에 세워졌다. 준공 당시 수려한 외관으로 인해 도시경관의 중요한 장소이자 히로시마 경제활동의 중심지였다고 전해진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전쟁 중에 폭격을 당하는 도시는 군대, 군사시설, 공장 등이 집중된 곳이다. 한국과 극동아시아 침략의 거점도시이자 주요 시설들을 가지고 있던 히로시마는 표적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지금의 히로시마는 원폭의 피해자로서의 이미지만 떠올리게 된다. 히로시마 원폭돔은 1997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바르샤바 게토지구 등과 같은 인류의 과오를 보여주는 유산으로 분류됐다.

히로시마를 방문한 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게 되는가는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이곳에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고 해마다 8월 6일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가 개최된다.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는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전시 중이다.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8시 15분에 영원히 멈춰버린 시계와 불타버린 흔적들과 녹아버린 병 등은 반세기를 훨씬 지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당시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일본 글·사진=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예스재팬, 부관훼리(주)



+++ 큐슈·히로시마 크루즈 여행 +++

예스저팬에서는 크루즈를 이용한 북큐슈, 히로시마 등지의 4박5일 상품을 내놓고 있다. 부산 국제터미널에서 집결해 출발하는데, 가이드가 한국에서부터 모든 일정 동안 함께 해 일본어를 전혀 못하거나 해외여행에 익숙하지 못한 여행객이라도 걱정 없다.

일본 국내에서도 온천욕으로 유명한 지역인 큐슈를 여행하는 벳부·아소·구마모토 상품은 성희호를 이용해 시모노세키로 입국한다. 총 2박을 하게 되며 양일간 모두 온천욕을 즐기도록 안배돼 있다. 현지투어 일정은 조선기와로 장식돼 있는 구마모토성과 아소활화산, 벳부전망대 해지옥 , 시모노세키의 관문대교 등을 둘러본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출발한다.

조선통신사의 뱃길을 따라 크루즈로 방문하는 히로시마·오카야마 상품은 에도 말기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구라시키미관지구와 히로시마의 원폭돔, 오카야마의 조선통신사 자료관 등을 방문한다.

해변에 있는 세토나이국제마린호텔과 히로시마 프린스 호텔에 묵는데 일정에 무리가 없어 체크인 후에는 여유로이 쉴 수 있어 좋다. 은하호를 이용해 히로시마로 들어가며 매주 월요일에 출발한다.

상품가는 모두 39만9,000원으로 위의 두 상품을 묶어 히로시마를 관광하고 고속선으로 벳부로 이동해 큐슈최대의 온천욕을 할 수 있는 히로시마·큐슈 상품도 같은 가격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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