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이 변신한 ‘예술의 궁전’

배낭 초보자의 ‘유럽 박물관 기행’ ②

파리의 여러 미술관 중, 오르세 미술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곳이다. 미술책에서, 이발소의 달력에서 무수히 보아온 고호, 고갱, 밀레, 모네 등 인상파를 비롯한 근대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르세 미술관은 건축물 자체로도 의미를 새겨볼만한 작품이다. 국립미술학교 교수인 빅토루 라루가 설계한 이 건물은 본래 1900년 세계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지어진 기차역이었다. 유리로 덥힌 천장, 아치를 이룬 벽 등이 어우러진 오르세 기차역은 ‘아름다운 예술의 궁전’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이 오르세 정거장을 미술관으로 개축한 것은 이탈리아의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다. 그는 베네치아의 그라시 궁전을 전시장으로, 바로셀로나의 몬주익 궁전을 카탈루냐 미술관으로 개축하면서 낡은 건물도 새 시대에 맞는 건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르세 정거장도 철거가 고려됐지만 그 아름다움과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수십년에 걸쳐 미술관 건립 계획이 수립됐고 1986년 마침내 미술관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보통 사람을 위한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은 월요일이 휴관일이고 루브르 박물관은 화요일이 휴관일이다. 파리를 들른 관광객이 둘 중 한 곳은 반드시 볼 수 있게 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10시에 문을 여는 미술관 앞에는 개관 전부터 길게 줄이 서 있었다. 문을 연 뒤에도 시간차를 두고 관람객을 입장시킨다.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무조건 표를 팔기보다 ‘관람’을 배려해준 덕에 루브르보다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오르세 미술관 내부는 옛 정거장의 높은 유리 천정을 그대로 두어 조각품과 전시장에 자연채광을 한다.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물은 루브르 박물관의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엄청난 양의 전시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귀에 익은 이름의 화가, 눈에 익은 작품을 보아서이기도 하고, 작품의 대상이 ‘평범한 사람’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근대를 연 화가들은 세탁부, 농부, 무희, 창녀 등 신과 왕족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인물과 풍경을 그려냈다.

또 그곳이 모든 사람들의 ‘역’이었다는 것은 ‘궁’을 방문할
때보다 편안한 느낌을 준다. 머리가 하얀 아마추어 화가는 좋아하는 그림을 모사하는데 빠져있고 떠들썩한 한 무리의 꼬마는 조각 작품 앞에서 스케치를 하고 있다. 밀레의 그림을 달력그림으로 알고 자라는 아이들과, 미대 입시를 위해 데생을 하는 우리 현실이 비교돼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송옥진 객원기자 oakjin@hanmail.net
취재협조=내일여행 02-777-3900



파리지앵의 자유 몽마르뜨에 올라

여행지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관광이다. 목적지를 찾기는 지하철이 편하지만 버스를 타고 200년이 넘은 아파트와 사무실이 늘어선 파리 시내를 보노라면, 분주하고 자유분방한 파리지앵을 느끼게 된다. 몽마르뜨 행 버스를 내려 조금 걸으면 빨간 풍차가 서 있는 물랑루즈를 볼 수 있고 그 오른쪽으로 먹자골목이 있다. 이곳에서 5유로20센트짜리 김초밥과 싼 과일을 살 수 있다. 호텔에서 주는 빵과 커피, 값싼 햄버거만 먹다 발견한 초밥집은 반갑기 그지없다.

길을 가던 프랑스인에게 사크레꿰르 사원을 묻자 무조건 위로 가라고 한다. 표지판은 없지만 그의 말대로 위쪽으로 가다보면 늘어놓은 그림과 화가가 보인다. 몽마르뜨 언덕이다.

파리에 가면 몽마르뜨 언덕에 가길 권한다. 산이 없는 파리에서 그래도 높은 지대에 속하는 몽마르뜨에 서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언덕위의 사크레꿰르 사원 앞 계단에 앉아 물집이 잡히도록 걸어다닌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면 내 마음속에 파리 지도 한장이 그려진다.

시간이 있다면 에밀 졸라가 있는 몽마르트 공동묘지와 발자크, 짐 모리슨이 누워 있는 페르라세즈 공동묘지를 지나 파리 꼬뮌의 벽에 가고 싶었다. 1871년 지상최초의 노동자 정부였던 파리꼬뮌이 7일만에 전원 총살되었다는 그곳엔 200년이 지난 핏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지금도 꽃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 벽에 기대어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행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서게 만든다. 스위스행 기차시간이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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