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의 물결인 사이공(호치민). 어깨를 부딪혀 가며 운전해야 할 정도로 오토바이는 넘쳐 나고 도로는 종일 아수라장과 같다.

사이공 여행의 필수 코스인 노틀담 성당과 중앙우체국이 자리한 번화가도 오토바이가 점령했다.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이며 오토바이 위에서 잠을 청하는 이는, 노틀담 성당과 중앙우체국을 둘러싼 빌딩 숲에서 ‘당신이 서 있는 곳이 베트남 사이공’ 임을 알린다.

두 개의 첨탑이 하늘을 향해 솟은 노틀담 성당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종교의 자유를 제약했던 국가 정책의 탓이 크겠다. 반면 동시대에 지어진 중앙우체국은 우편, 국제전화 서비스 등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사이공 시내를 벗어난다. 차로 1시간30분이면 닿는 메콩델타는 사이공의 번잡함을 날리고 바다와 같은 강을 선보인다. 4400km를 이어 내달린 메콩강의 줄기는 티벳에서 시작해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메콩델타에 이른다.

사이공에서 후에까지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닿는 유니콘 섬은 메콩델타 네 개의 삼각주 중 가장 큰 섬이다. 섬 안에는 열대과일농장과 공예품 가게, 코코넛 가공공장 등이 자리했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열대과일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섬을 두른 후 선착장까지 갈 때에는 슬로보트를 탄다. 엽서 사진에서나 봐 온 ‘베트남다운’ 슬로보트는 메콩델타의 지류를 이동하는 주요 수단이다. 밀림이 우거진 좁은 강을 따라 보트가 이동해야 하므로 오른쪽, 왼쪽 알맞게 노를 저어 중심을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들 삶의 노하우다.
그렇게 달린 좁은 강 끝에는 거대한 메콩강이 바다와 같이 펼쳐진다.


● 다낭, 호이안으로

사이공에서 비행기 편으로 다낭으로 이동한다. 다낭은 패키지나 배낭여행객 모두에게 호이안 혹은 후에로 가기 전에 잠시 들르는 도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중부 최대의 상업 도시라고 하지만 사이공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다낭에는 서울의 그것과 이름이 같은 한강이 흐른다. 머무는 동안의 시간을 강 주변의 식당과 바에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분위기와 가격 모두 만족할 만하다.

다낭에서 30분 거리인 호이안은 강과 바다가 어우러진 도시다. 투본 강은 과거 중계무역으로 호이안을 번성케 했으며, 해변을 낀 바다는 현재 시설 좋은 리조트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끈다. 뿐만이 아니다. 호이안의 구 시가지는 독특한 매력을 인정 받아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베트남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호이안에는 한국군이 주둔했다. 한국군이 관리했다는 포로수용소는 리조트 건너에 자리해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게 한다.

근처의 오행산에서는 대리석이 많이 생산된다. 그래서 영어로는 마블 마운틴(marble mountain)이다. 평지에 둥글게 솟은 다섯 개의 산을 전망대에 올라 조망할 수 있으며, 주변 가게에서 대리석 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다낭에서 후에로 가는 길 위에는 매력 만점의 볼거리가 즐비하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기찻길과 대관령 옛길을 떠올리게 하는 하이반 고개, 활처럼 둥글게 휜 랑꼬 비치, 차창을 지나는 논과 밭 등 모두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 그리고 후에

매력 만점의 길을 달려 도착한 후에는 한국의 경주에 비교될 만한 베트남의 역사 도시다.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였던 응웬 왕조의 기운은 도시를 내달리는 홍강을 따라 여전히 흘러 내린다.
헌데 전쟁의 상처가 없었다면 더욱 멋질 법 했다. 후에 왕궁은 겉 모습과는 달리 폐허로 된 내부로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왕궁의 담과 입구를 제외하고는 폭파로 인해 사라져 복원되지 않은 상태다. 이곳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전쟁의 격전지 중 하나였던 후에 지방은 이곳 저곳 복구되지 않은 모습으로 전쟁의 냉혹함을 드러내고 있다.

홍강을 따라 배를 타고 티엔무 사원으로 간다. 언덕으로 오르기 전에 모습을 드러내는 빛 바랜 탑에서는 세월을, 언덕 위 사원에 올라서는 시원하게 내달리는 강줄기를 본다. 이러한 굵직한 볼거리 외에도 티엔무 사원 내에는 베트남 전젱 당시 독재에 항의하며 분신 자살한 팃쾅득 주지 스님의 자동차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다.

사원 뒤에는 울울창창한 나무로 가득한 산책로가 자리했다. 숲의 그늘과 향기가 좋은 곳이다. 헌데 줄기마다 허물을 벗어 놓고 달아난 매미는 목이 터져라 울어댄다. 사원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한 철조망때문인가. 견고한 철조망 뒤에는 이름 모를 무덤이 즐비하다.

그밖에 왕릉 등 후에는 역사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유물을 지니고 있는 도시다. 영화를 누린 세월도 아픔을 겪은 시간도 많았던 도시 후에, 베트남 여행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곳임에 틀림없다.

베트남 글·사진=이진경 객원기자 jingy21@hanmail.net
취재협조=우리에이젠시 02-775-7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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