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 언제 도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곳에 밤늦게 도착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지만 때로는 아침에 일어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대면할 때 그 감동이 몇 배로 더해질 때도 있다. 사물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는 법. 낯선 곳에 밤늦게 도착했을 때의 막연한 불안함과 불편함은 그 다음 날 아침 몇 배의 감동으로 되돌아오곤 하는 것이다.

조용함 속에 평화로운 힘

“눈 앞에 펼쳐진 샬레 풍의 호텔, 상점들, 멀리 보이는 초원 위의 집들, 그리고 눈 앞을 가로막은 아찔한 산들….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에 왔음을 비로소 실감한다.”

그린델발트에 도착했을 때 현지 시각으로 밤 12시가 약간 넘어 있었다. 해발 1000m가 넘는다는 산간 마을은 온통 어둠으로 덮여 있었고 간간이 불이 켜진 호텔의 바에서는 관광객이라기보다는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몇몇이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너무나 고요한 밤 풍경은 아무런 상상의 단서를 남겨주지 않았다. 오랜 비행과 이동으로 지친 몸은 시차와는 상관없이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요란한 새 소리에 잠을 깬다. 순간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빛을 완전히 차단해 주던 두꺼운 커튼을 열어 젖힌다. 거리를 향해 난 발코니에 나가보니 아침 공기가 제법 선선하다. 여전히 거리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지만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눈 앞에 펼쳐진 샬레 풍의 호텔, 상점들, 멀리 보이는 초원 위의 집들, 그리고 눈 앞을 가로막은 아찔한 산들….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에 왔음을 비로소 실감한다.


평화로운 고산마을

‘그린델발트(Grindelwald)’는 해발 1034m에 위치한 마을로 아이거, 슈레크호른, 베터호른 등에 오르려는 산악인들의 등산 기지이자 평화로운 고원 목장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는 국제적인 휴양지이기도 하다. 또 오버라, 운하라 두 빙하가 마을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빙하의 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그린델발트에 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에 오르기 위함이지만 최근에는 그린델발트 특유의 고즈넉한 매력 때문에 숙박비가 더 싸고 대중적인 호수의 도시 인터라켄을 마다하고 일부러 그린델발트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실제로 배낭 여행객들은 ‘인터라켄’을, 신혼 여행객들은 ‘그린델발트’를 각각 더 선호한다고 한다. 그린델발트에서는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쇼핑을 즐기는 일본인 신혼 부부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마을 한복판에는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 안내소까지 설치되어 있을 정도다.


교회·목장·소박한 집

그린델발트에서의 첫 날은 가벼운 산책 삼아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그린델발트의 딱 중간에 위치한 ‘아이거(Eiger)’호텔을 기준으로 길을 따라 동쪽으로 올라가면 교회와 학교, 목장, 현지인들이 사는 아기자기한 집들을 구경할 수 있다. 집들은 하나같이 작고 소박하지만 정성 들여 가꾼 화단, 집 주인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스타일 등으로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교회 옆의 작은 집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에는 1900년대 초반 처음 융프라우요흐에 올랐던 시절의 장비와 사진들, 수십 년 전의 생활 모습 등을 전시해 놓아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산책이 지루해질 쯤이면 자전거를 빌려 타고 속도감을 즐겨보거나 그림 같은 풍경과 하나가 될 수 있는 하이킹을 떠나본다. 각자의 체력에 맞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선택할 수 있고 무려 100가지가 넘는 야생화를 눈이 시릴 만큼 보고 또 볼 수 있다.


천연 스키 슬로프 등 레포츠 천국

겉으로 보여지는 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그린델발트는 다양한 레포츠의 천국이기도 하다.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조금만 올라가면 천연 스키 슬로프가 곳곳에 펼쳐져 있고 스노보딩, 카빙 등 스릴 넘치는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 중 압권은 80m 높이의 협곡에서 즐기는 ‘캐니언 점프(Canyon Jump)’. 부딪힐 것만 같은 좁은 계곡 사이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 목숨 걸고 뛰어내리면 이윽고 절벽에 부딪힐 새라 앞뒤로 움직이며 혼을 빼놓는 공포 체험이다. 번지 점프보다 더 강도 높은 아찔함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캐니언 점프는 필수. 모험심 강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재미있는 코스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이면 그린델발트 기차역이 있는 광장으로 나가본다. 기차역 맞은편 전망 좋은 자리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유난히 붐비는 이유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잔 마시며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 광장을 지나는 사람, 커다란 슈퍼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현지인들, 그리고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초원과 아이거 북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조금 더 로맨틱한 저녁 식사를 원한다면 마을의 적당한 호텔에 들어가 스위스 전통 퐁듀로 만찬을 즐겨보자. 진한 치즈향과 그 속에서 풍기는 알콜 내음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식빵 조각을 담가 먹다 보면 어느새 발그레한 얼굴과 함께 마음마저 느긋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기 퐁듀가 입맛의 부담은 덜할 수 있지만 스위스의 산간 마을 ‘그린델발트’에 온 이상, 한 번쯤은 정통 치즈 퐁듀를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스위스=정스잔 객원기자 olive0408@yahoo.co.kr
취재협조=동신항운 02-756-7560
루프트한자독일항공 02-3420-0400



++++아이거의 멋진조망 벨베데레 호텔++++

그린델발트 기차역에서 3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호텔 발코니에서 아이거의 장관을 조망할 수 있을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1907년에 처음 지어져 조금씩 레노베이션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오랜 전통과 현대적 느낌의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다. 4성급 호텔이지만 시설이 뛰어난 편이며 마을의 샬레형 호텔에 비해 규모가 비교적 크고 분위기가 모던해 화려한 호텔을 좋아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취향에 잘 맞는다.

인테리어의 컨셉 및 수용 인원이 각기 다른 여러 종류의 객실이 구비되어 있어 예약시 기호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우아한 분위기, 모던한 분위기, 편안한 분위기 등 본인의 기호를 확실하게 얘기해 주면 그에 걸맞는 룸 타입을 추천해 준다. 가족 여행객을 위한 패밀리 룸도 마련되어 있다.

www.belvedere-grindelwald.ch/belvedere@grindelwald.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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