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을 사랑하는 소박한 ‘흑림’도시

스위스와의 접경 지역이자 스위스의 그린델발트나 인터라켄에서 버스로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독일 프라이부루크(Freiburg)는 흑림 지대(Schwarz Wald)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곳. 환경 정책이 가장 앞서간다는 독일에서도 ‘환경 수도’ 로 불릴 만큼 앞서가는 도시가 바로 흑림 지대의 관문 도시 ‘프라이부르크’다.


손꼽히는 ‘걷기 좋은 도시’

토요일 저녁 스위스와의 국경을 넘어 프라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어둠이 뉘엿뉘엿 거리를 감싸기 시작한 데다 때마침 비까지 내려 도시의 첫인상은 차분하다 못해 음울하기까지 했다. 부활절 휴가라 문을 닫은 상점도 많은 데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조차 거의 없어 빗 속을 뚫고 둘러본 다운타운은 고풍스럽고 지적이라는 막연한 느낌 외에는 별다른 상상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비 온 뒤 환하게 갠 일요일 아침의 프라이부르크는 가슴이 벅찰 만큼 아름다웠다. 높아야 3층을 넘지 않는 그림처럼 예쁜 건물들의 1층에는 작은 상점과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고 시내 중심가에는 장난감처럼 깜찍한 전차가 지나다닌다.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항공 폭격으로 모든 시가지가 대성당 하나만 제외하고 처참하게 파괴되었다는데, 어떻게 이런 모습을 다시 복원할 수 있었는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프라이부르크는 아름다운 전통을 유지하고 환경을 보전하려는 노력으로 독일 안에서도 ‘걷기 좋은 도시’ 로 손에 꼽히고 있다.

분위기 있는 관광명소

프라이부르크 시티 투어는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대성당’ 광장에서 시작하면 좋다. 대성당은 1513년에 완공되어 5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고딕 양식의 건물로 그 높이가 무려 116m나 된다. 2차 세계대전 중 마을 전체가 폭격을 당했을 때도 이 성당만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아 마을 주민들에게 더더욱 믿음직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일요일에는 주일 미사를 위해 광장을 가로질러 성당으로 들어가는 사제와 복사들의 행렬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도 있고 햇볕 좋은 날이면 주변을 산책하는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광장은 늘 평화로운 기운이 넘친다. 광장 근처에는 100년 정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과 레스토랑, 박물관, 극장, 아늑한 레스토랑들이 대성당을 감싸듯이 자리하고 있는데 모두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하나같이 기품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도시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천혜의 와인 재배지

프라이부르크는 또한 대학생들과 유럽 관광객들이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프라이부르크 대학은 5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으로 수준 높은 커리큘럼, 프랑스 알사스 지방 및 스위스와 가까운 지역적 특성, 흑림 지대의 관문이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 탓에 독일 안에서도 교육 환경이 좋은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대학생과 관광객이 많아 나이트 라이프가 특히 발달되어 있는데 다운타운 안에 소규모의 영화관, 소극장, 재즈 카페, 술집, 바 등이 밀집되어 있다. 밤이 되면 여기 저기서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조용한 도시의 특성 탓일까, 자유로워 보이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흑림 지대의 관문답게 신선한 먹거리가 풍부하다. 프라이부르크가 속해 있는 ‘바덴’ 지역의 음식 문화에 대해 ‘냉장고에서 꺼낸 신선함’ 이 아닌 ‘정원에서 가져온 신선함’ 이라는 격언이 전해지고 있을 정도로 독일 어느 지방보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포도 재배에 적합한 넉넉한 일조량으로 와인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매년 7월 첫째 주 대성당 광장에서 ‘와인 페스티발’ 이 열리는데 이 때면 온통 축제 분위기로 꾸며진 광장을 돌며 최대 300 종류에 이르는 갖가지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다.

이름난 식당은 아니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과 손 맛이 가득 배어있는 소박한 밥집처럼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큰 기대 없이 찾아온 이방인의 마음 한 구석에 오랫동안 잊지 못할 푸근한 기억을 심어줄 것이다.

독일 글·사진=정스잔 객원기자
취재협조=루프트한자 독일항공 02-3420-0400
프라이부르크 관광 정보 www.touristik@fwt-online.de


■ 신나는 놀이공원 유로파 파크

프라이부르크의 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활동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프라이부르크 시내에서 북쪽으로 30분 떨어진 놀이 동산 ‘유로파 파크’ 를 찾아본다. 서울랜드 정도의 규모에 네덜란드, 스위스, 스페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유럽 각국 테마별로 꾸며진 놀이 동산이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처음 입장해서는 놀이동산을 천천히 돌아보는 순회 기차를 타고 전체적인 시설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정리가 잘 되어있는 브로슈어를 보면서 대략적인 하루의 일정을 계획한다면 보다 짜임새 있게 많은 시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 기구로는 ‘포세이돈’ 이라는 이름의 후룸라이드(우리 나라의 그것보다 훨씬 탑승 시간이 길고 스릴 있다)와 최근 유로파 파크에서 대대적으로 홍보중인 롤러 코스터 ‘실버 스타’ 등을 꼽을 수 있다.

실버 스타는 73m 높이의 공중에서 땅을 향해 거의 수직으로 곤두박질치는 구간에서 무중력 상태에 가까운 기분과 포뮬러 1에 버금가는 속도감을 경험할 수 있어 짜릿한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인 놀이 기구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즐길 거리, 볼거리가 가득한데 4D 매직 시네마, 메르세데스 벤츠 전시관 등이 특히 빼먹지 말고 관람해야 할 필수 코스다. 이 외에도 중세풍의 복장을 한스탭이 서빙을 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테마 레스토랑 ‘캐슬 레스토랑 앤 그릴(Castle Restaurant and Grill)’ 이 커플 및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놀이 동산 내에 호텔 2개, 게스트 하우스 1개 등 숙소가 5군데나 있어 종합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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