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주
터키항공 GSA 사장

토니 휠러와의 만남

홍대 정문 근처 신발끈 여행사 앞, R레스토랑. 나는 ‘론리 플래닛 출판사’의 창업자인 토니 휠러를 만날 참이었다. 미리 갔던 차라 그냥 기다릴 수 없어 칵테일을 연거퍼 마셔댔다. 나 역시 한때 배낭여행에 탐닉했던 사람으로서 그를 만나는 감회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던 사람 중에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만날 때의 부러움과 존경과 회한이 일었다.

이어, 관광 기자들과 여행사 임직원들, 한국의 대표적인 여행작가, 강문근, 이지상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만찬이 있었다. 건배 제의를 위해 토니 휠러를 소개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한 인간이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만큼 여행을 하고, 책을 써 원하는 만큼 돈을 벌고, 자본주의에서 가장 큰 공헌인 많은 고용창출을 이룬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이 바로 이 자리에 있는 토니 휠러입니다. 우리 다 함께 살아서 이미 신화가 되어버린 그를 위해 축배를 듭시다.” 그러나 여러 잔 마신 칵테일 때문이었을까. 제대로 말을 한 것 같지 않다.

한 젊은이가 영국 런던의 공원 벤치에서 책을 읽다 우연히 한 아가씨를 만나 결혼한다. 그들은 이듬해인 1972년, 스위스로 가 60파운드 짜리 중고차를 사고 유럽을 거쳐 터키, 아시아로 6개월간 배낭여행을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5달러에 차를 팔고, 버스와 기차, 도보로 태국, 싱가폴을 지난다. 발리에서 요트를 얻어 타고 시드니에 도착하니 수중에 남은 건 25센트와 카메라 한 대뿐. 사람들이 “돈도 별로 없이 어떻게 여행했느냐”고 묻자, 일일이 답변하기 귀찮아 멜버른의 부엌 식탁에서 부부가 함께 ‘아시아 싸게 여행하는 법’을 쓴 것이 큰 호응을 얻는다. 1975년 싱가포르에서 ‘동남아를 저렴하게’를 쓴다.

이 책이 50만 부가 나가자 아예 출판사를 차린다. 오늘날 멜버른에 본사를 둔 ‘론리 플래닛’은 호주, 미국, 영국, 프랑스에 500명의 직원과 전세계에 300명의 여행작가를 거느린 출판 왕국이 되었다. 그간 17개국어로 650권의 체험과 모험 위주로 된 여행 관련 서적을 펴냈다.

싱그러운 부부와 총 12명의 젊은이가 하는 신발끈여행사는 주로 배낭여행을 취급하는 개성 있는 전문여행사이다. 토니 휠러는 본래 한국 내 판권으로 유대가 있던 이 여행사와 이번에 론리 플래닛 한국어판을 내는 안그라픽스의 초청으로 한국에 처음 온 것이다.

100나라를 여행했다는 그에게 “여행을 할 때 사람을 만나는 것과 경치, 풍물을 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소중하냐”는 질문을 하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불확실성”이라고 했다. 그쯤 되면 ‘여행’이란 단어를 ‘인생’으로 바꾸어도 되지 않을까. 그가 많은 질문에 “우연이었다”는 대답을 많이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행운스런 우연이란 게 단지 우연히 생기는 걸까. 아닐 것이다. 행운스런 우연이란 것은 남다른 시도와 엄청난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그 자신도 30권의 책을 썼다. 그 중에는 각고면려 끝에 쓴 수작도 많고 으레 그런 책들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우선 공항에 나가 비행기를 타라. 모든 것은 저절로 진행될 것이다. 비록 그 모험이 당신이 계획한 것이 아닐지라도.”
- 토니 휠러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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