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


가수 ‘남진’씨는 스위스에 가봤을까? 순수한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은 명예홍보대사인 ‘장나라’가 아니라 구수한 트롯트 가수 ‘남진’이었다.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핀잔을 줘도 할 수 없다.

스위스 여행은 곧 기차 여행이다. 원하는 대부분의 목적지를 기차로 이동할 수 있고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취리히의 중앙 역은 스위스는 물론 유럽 각 지역으로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는 교통의 요지. 취리히를 스위스의 다운타운이라 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작은 시골 마을 아펜첼(Appenzell)을 찾았다.


스위스 시골 마을로 떠나는 소풍
아펜첼은 가이드북에도 잘 소개되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취리히 동북쪽에 위치한 아펜첼은 시간상으로는 1시간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지만 고싸우(Gossau)에서 기차를 한번 갈아타야 하는 조그만 소도시다. 워낙 작은 도시라 2시간 정도면 대강 둘러 볼 수 있을 정도라 아펜첼로의 여행은 기차여행의 재미를 만끽하는 기분 좋은 소풍을 생각하면 된다.

넓은 공간과 안정감이 장점인 기차 여행은 자동차나 비행기와는 또 다른 묘한 재미가 있다. 스위스에서의 기차 여행도 마찬가지. 게다가 모든 기차에는 흡연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애연가에게도 전혀 불편한 점이 없다.

기차가 거대한 중앙역의 복잡함을 벗어나면 마음은 한결 느긋해진다. 입이 심심하다 싶으면 승무원의 손수레를 기다리면 된다. 삶은 달걀과 사이다는 없지만 향 좋은 카푸치노 한잔과 초콜릿을 먹다 보면 차장 밖 풍경은 어느새 머리 속에서 그려 온 스위스의 목가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다.

특히 고싸우에서 아펜첼까지 35분간 펼쳐지는 경치는 잘 찍은 엽서 사진의 전시회를 방불케 한다. 파란 바다 못지 않게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푸른 초원이 구비구비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고 초원 위 철길 바로 옆에는 한가로이 소들이 노닐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 사랑하는 이와 백년을 살고 싶은 초원 위의 그림 같이 예쁜 집들. 열차 안에는 조용한 감탄사가 계속되고 입에서는 절로 콧노래가 나오기 마련이다.

동화를 닮은 마을 아펜첼

작은 시골 마을 아펜첼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 외에도 몇 가지 독특한 문화와 생활양식을 오랜 시간 지켜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중 하나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전통. 아펜첼은 14세기 경 부터 공개 장소에 모여 거수로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전통을 매년 한차례 축제분위기 속에 재현하고 있다.

1991년이 돼서야 여성도 참가할 수 있게 된 이 행사는 지금도 매년 4월 마지막 일요일 모든 주민이 란츠게마인데 광장에 모여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화려하게 치장한 건축물 또한 아펜첼의 매력이다. 현실과 동화의 중간에 마을이 있다면 아펜첼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될 정도. 기차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동화책 속으로 걸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기자기 하다. 대부분의 건물은 화려한 색깔로 꾸며져 있으며 점심 시간 카페에서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 카드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펜젤 주민의 뛰어난 손재주는 전통 복장과 정교한 수예품 등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지역마다 전통 의상이 틀린 스위스에서도 화려하기로 유명한 아펜젤의 전통 의상은 3,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급스러움을 뽐내기도 한다.

아펜젤에서는 시계가 필요 없다. 과거 목동들이 산에 오르면 종으로 시간을 알려줬던 이 마을에서는 아직도 15분 단위로 종을 울리고 있다. 조금 더 가까이서 아펜첼을 경험하고 싶다면 퍼블릭카(1인당 3 스위스 프랑)를 이용해 치즈 공장 등을 견학할 수도 있다.

스위스의 다운타운 취리히

점심시간이면 관광안내소도 문을 닫는 평생 강력 사건 하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아펜첼에 비하면 스위스 최대의 도시 취리히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한결 활기 넘치는 도시다.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보는 상품이 대부분인 탓에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취리히는 아직 거쳐가는 도시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지만 오래 전통에 걸맞게 취리히는 다양한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강과 호수, 구시가지를 겸비하고 있는 취리히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걸어보는 것이다. 취리히 관광은 중앙역에서 시작하면 된다. 중앙역에서 취리히 호수까지 1km 넘는 거리에 각종 상점이 늘어서 있는 반호프 거리는 보행자의 거리. 국제 금융의 중심지인 취리히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고 쇼 윈도우에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눈을 떼기 힘든 아름다운 물건이 즐비하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차분히 취히리를 돌아보려면 리마트(Limmat)강 주변의 구시가지가 제격이다. 취리히의 구시가지는 검소하고 단정하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을 간직한 건물들을 만나는 기쁨을 선사한다. 구시가지를 좌우로 가르며 흐르는 리마트강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은 수질을 자랑한다.

중앙역에서 리마트강을 따라 취리히 호수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반드시 들어야 할 곳이 린덴호(Lindenhof) 언덕. 언덕에 올라서면 취리히가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에 아담하게 꾸며진 공원에는 산책 나온 시민과 연인들의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언덕을 내려와 조금 더 가면 샤갈이 제작했다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명해진 프라우뮌스터 성당과 종교개혁가 츠빙글리가 근무했던 그로스뮌스터가 마주보고 있다. 성당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스위스에서 3번째로 큰 취리히 호수와 맞 닿는다.

스위스 취리히=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스위스관광청 02-739-0034


+++++ 플러스 α +++++

·스위스 기차는 스위스 시계만큼 정확히 움직인다. 취리히에서 아펜첼을 찾아갈 때는 취리히 공항에서의 출발 기준으로 52분 가량 지난 후 고싸우(Gossau)라는 곳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이때 고싸우에서 내려 서두르면 아펜첼로 떠나는 기차를 바로 탈 수 있다. 고싸우에서 아펜첼까지는 35분 가량 소요된다.

·아펜첼은 점심 시간이면 관광정보센터 마저 문을 닫으므로 점심 때 도착했다면 식사부터 해결하는 편이 좋다. 식사를 할 때 아펜첼의 특산물인 치즈와 맥주를 맛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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