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빛 쏟아지는 역사의 고장

영월을 찾아가는 길은 경기도와 충청도를 두루 거쳐 올라간다. 고불고불 고개를 지나가기 힘들어서 편안히 넘겨달라고 이름도 편안할 寧자를 쓴 영월(寧越)이다. 그 고갯길 위로 별이 쏟아지고 아래로는 동강이 휘돌아 감긴다. 그 절경속에는 어린 단종의 애사가 녹아 있어 아름답고도 슬픈 정경을 만들어 낸다.

오대산에서 시작한 65km의 동강은 영월에서 어라연 계곡을 만들고 서강과 만나 남한강으로으로 흘러간다. 하마터면 그 아름다운 절경과 수달과 비오리 등 생물들의 터전은 동강댐 속에 묻혀 영영 볼 수 없을 뻔했다. 다행히 동강댐 건설이 백지화되고 절경은 남았다. 특별한 산업이 없는 영월군은 관광으로 군을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6~70년대만 해도 12만명까지 있었던 인구는 현재 4만6천명으로 경제적 활로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다행히 영월군이 간직한 천혜의 비경과 최근 들어서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 레저산업의 활성화로 관광객들을 영월로 끌어들이고 있다. 영월군은 그 일환으로 지난 5월30일과 31일에 걸쳐 여행사 관계자들을 초대한 팸투어를 열었다. 1박2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영월군이 가진 천혜의 자원과 그 자원으로 관광영월을 만들려는 유관기관과 지역주민의 열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단종의 눈물이 뿌려진 청령포

영월에 도착한 것은 늦은 저녁. 어둠이 내리는 고갯길을 달려 국내 최대의 공립 천문대인 봉래산 별마로 천문대로 향했다. 영월군에서 운영하여 입장료도 저렴하지만 그 곳에서 보이는 경치 또한 절경이다. 별마로 천문대는 맑은 날이면 사방에서 별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영월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멀리 남쪽을 보면 소백산 천문대의 불빛도 반짝거린다.

천문대 건축부터 현재 관광안내까지 맡고 있는 영월군 문화관광과 이형수 계장은 “별마로 천문대는 국내 천문대로는 최고의 관측장비를 갖춘 곳으로 200만광년 떨어진 별도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영월군은 단종이 16세에 안타깝게 죽은 사연을 기려 젊은 별인 레굴루스를 단종별로 명명하고 영월의 상징으로 홍보하고 있다. 충신 성삼문이 낙락장송이 되어 단종을 지키겠다던 봉래산 꼭대기, 별마로 천문대에서 단종별을 보는 느낌은 신선함을 넘어 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와 머무른 청령포는 서강이 흐르며 만든 섬같은 곳이다. 뒤는 절벽이고 삼면은 강으로 막혀 있어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이다. 대궐에 살던 단종은 그곳 초라한 곳에 유배와 쓸쓸히 지내며 소나무에게 하소연하고 한양성을 바라보며 중전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현재 수령 600년이 된 관음송은 높이 30m가 넘는 키가 큰 소나무다. 두갈래로 갈라진 가지 사이에 단종이 앉아 울기도 하고 이야기도 했다 전해진다.

영종때 세워진 금표비는 단종에게는 더 나갈 수 없는 곳이었음을, 평민들에게는 더 들어갈 수 없는 곳임을 표시하고 있다. 청령포의 슬픈 사연들은 영월군 문화해설사 이진숙씨에게 들을 수 있다. 길을 가다 멈추고 이진숙씨가 읊는 시한수를 들으며 청령포 노산대 절벽 아래를 바라보면 단종의 쓸쓸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영월군과 인연이 있는 또다른 사람은 방랑시인 김삿갓이다. 난고 김병연은 역적으로 몰락한 집안을 모르고 영월에서 자라 영월 도호부 동헌 백일장에서 할아버지를 욕하는 시를 짓게 된다. 사실을 알고는 부끄러워 하늘을 볼 수 없다고 삿갓을 쓰고 떠돌게 되었다. 영월군은 김삿갓의 무덤이 있는 곳을 김삿갓 계곡으로 칭하고 매해 10월경 김삿갓 문화제를 열고 있다. 또 김삿갓 박물관을 지어 유품과 시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현재 이곳에는 다양한 장승과 솟대가 진열되어 있어 볼만하다. 운이 좋다면 김삿갓도 만날 수 있다. 만화가 출신의 김만희 씨는 김삿갓 복장을 하고 김삿갓처럼 웃으며 영월 김삿갓의 홍보대사를 하고 있다.


영월의 백미 동강 래프팅

산에 올라 별을 만나고 길을 따라 문화유산을 만났다면 강여행은 단연 래프팅이다. 강수량과 코스에 따라 1시간 30분에서 최고 4시간까지 즐기는 래프팅은 동강변의 석회암 절벽과 두꺼비 바위, 거북바위를 지나 어라연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빠른 물살에 이리저리 노를 젖다보면 동강을 타고 한양까지 목재를 나르던 뗏군들의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른다. 물살에 꼬꾸라질까 된까꼬리 여울을 지나면 뗏꾼들이 쉬어가던 휴게소가 아직 남아있다. 어라연 비오리 가족이 한가로이 수영하는 모습을 보며 느릿느릿 내려가는 것도 즐겁다.

래프팅 조교인 태백산맥 차민주 대리는 “지난해 태풍으로 강변 풍경이 많이 변했다. 또 펜션 등의 휴양 숙박지도 많이 생기면서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동강변에는 지난 수해로 쓸려간 밭이 그대로 있고 무너진 길과 집이 아직 다 복구되지 않았다. 아름다운 경치를 재산으로 하는 영월의 수해복구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관광개발이 아름다운 환경 자체를 훼손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영월을 찾는 즐거움 중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래프팅을 끝내고 내려와 송어회 한접시와 매운탕, 여기에 더덕술을 곁들이면 임금이라도 된 듯하다. 송어 튀김도 별미다. 뜨거운 날에는 냉면과 막국수, 각종 나물을 넣은 보리밥도 일품이다. 너른 밭은 없지만 산과 강에서 나는 풍부한 산물이 식욕을 돋군다.

꼬박 1박2일을 다 투자해도 추천하는 코스를 다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월엔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풍부하다. 또 해마다 다양한 문화재가 열리고 지역 박물관만 10여개다. 영월군이 자연, 사람, 문화가 어우러진 환경친화적인 관광개발로 우리나라의 모범이 되길 기대해본다.

글·사진=송옥진 객원기자 oakjin@kornet.net

●영월군 관광정보
영월군 문화관광과 033-370-2542
영월군 관광홍보 서울사무소 737-6646
●먹거리
어라연 송어장 033-375-4242, 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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