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진정 산이로세’

-황산의 세 가지 보물
‘외형적으로 보이는 산’은 그저 평지보다 높게 솟은 땅에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세상에 있는 모든 산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감동으로 사람들 앞에 우뚝 서있다.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에”라고 목숨을 걸고 등산을 하는 이유를 드는 이도 있을 정도로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산의 매력은 무한하다.

수많은 산들이 있지만 중국의 황산(黃山)에 오르면 ‘이게 산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구릉지에 있는 산들처럼 넓고 완만하지 않으며 높고 깎아지를 듯한 산이 아찔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면서도 고운 선이 전체를 타고 흐르니 사람으로 치면 영락없는 미인(美人)의 형상을 타고 났다. 산(山)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웅장한 맛과 또 다른 한편으로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니, 황산에 한번 오르면 모든 산을 가본 것과 같다는 말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황산의 볼거리를 논할 때 흔히 송(松), 암(岩), 운(雲) 이 세 가지를 꼽는다. 공기 가득 물기가 있어 온 산을 촉촉히 적시고 산 꼭대기를 휘감는 구름은 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양화에서 보던 산의 모습 그대로다.
황산은 해발 1000미터를 기준으로 위로는 소나무가 아래로는 대나무가 자란다.


“구릉지에 있는 산들처럼 넓고 완만하지 않으며 높고 깎아지를 듯한 산이 아찔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면서도 고운 선이 전체를 타고 흐르니 사람으로 치면 영락없는 미인(美人)의 형상을 타고 났다.”



소나무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황산의 괴석들도 큰 볼거리다. 황산 전체가 바위산이니 황산의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 괴석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바위는 ‘비래석(飛來石)’이다. 보는 위치에 따라 복숭아처럼 보이기도 하고 칼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바위는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약간 들떠서 움직이는데, 돌이 있는 곳이 흔들바위 있는 곳보다 협소해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오르진 못한다. 하지만 여자가 세 번 만지면 아들을 낳고 남자가 두 번 만지면 입신양명한다는 얘기가 있어 관광객들이 저마다 만져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비래석으로 향하던 중 현지 가이드로부터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중국 고전소설 중 백미로 여겨지는 홍루몽에 보면 첫 장에 여와부천(女蝸補天) 고사가 나온다. 하늘에 구멍이 나서 여와라는 여신이 이를 막기 위해 3만6501개의 돌을 만들었다가 그 중 3만6500개의 돌을 쓰고 한 개의 돌은 청경봉 밑에 내버려뒀는데 나중에 홍루몽의 주인공인 가보옥으로 태어나게 된다. 바로 이 돌이 비래석이라는 것이다. 이전에 중국에서 연속극으로 제작된 홍루몽의 첫 장면에 이 비래석의 모습이 나온다.




소나무 얘기에 앞서 대나무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본래의 높은 산세에도 불구하고 동글동글하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대나무 때문이다. 대나무 하면 쓰추안성이 유명하지만 황산의 대나무숲 역시 장관을 이룬다. 저우룬파(주윤발)와 장쯔이가 나오는 와호장룡에서의 대나무숲을 날아다니며 보여줬던 대결장면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이 황산의 대나무 숲으로 이를 홍보하기 위해 세운 커다란 간판도 쉽게 볼 수 있다.

약 1800미터의 높이로 솟은 험준한 바위산에 뿌리를 내리고 서식하는 소나무들을 보면 자연의 신비와 생명력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워낙 높은 곳에서 서생하다보니 인간의 해를 입지 않고 1000여년 이상을 살아온 소나무도 많다. 소나무를 최고의 볼거리를 쳐 ‘봉우리 없이는 바위없고 바위가 없으면 소나무가 없고 소나무 없으면 황산의 매력이 덜하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수많은 소나무들이 있지만 그 중에는 정부에서 비석을 세워 줄 만큼 유명한 소나무 열 그루가 있는데 굳이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조금만 유심히 보면 누구나 쉽게 소나무의 이름을 맞춘다.

가장 신기하면서도 중국인의 재치를 느끼게 하는 소나무는 투안지에쏭(團結松)이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베트남 지도자 호치민이 직접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가지수를 세어보면 딱 56개인데 한 뿌리에서 56개의 가지가 나온 모습이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중국과 같다는 것이다. 중국은 다수 민족 국가이니만큼 단결을 매우 중시해서 56개 민족의 모습을 각각 담은 대단결 우표 세트도 나와 있고 일상에서도 ‘따투안지에(大團結)’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소나무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황산은 흐린 날이 많다. 날이 개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 맑은 날 방문하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들 하지만 황산을 보고 왔다고 하려면 흐린 날 산과 어우러진 구름을 빼놓을 수 없다. 산을 뒤덮는 구름 또한 황산의 절경 중 하나다. 황산을 가득 메운 구름은 산들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진짜 파도가 치는 듯 보여 운해(雲海)라 불리운다.

그래서 서쪽을 향해 서해가 시작된다 해 ‘서해문(西海門)’, 동해가 시작되는 ‘동해문(東海門)’이라는 곳이 있다. 또 구름 사이로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도 산에 있는 비싼 호텔에 묵더라도 꼭 지켜볼 만한 일대 장관으로 유명하다.

황산 글·사진=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중국동방항공 02-518-0330


+++++ 플러스 α +++++

하나, 1979년 7월 마우쩌둥은 황산을 방문해 “황산은 여러분이 가진 소중한 자원이자 경쟁력입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황산을 세상에 알리는데 힘써주십시오”라고 말했다.

, 등산로를 따라 10여 만개 가량의 돌계단들이 놓여 있는데 황산 관광은 모두 이 계단을 통해야 한다. 무릎이 부실한 사람들에겐 약간 곤욕일수도 있겠으나 각 계단의 높이 자체는 낮은 편이어서 무릎은 많이 구부리지 않아도 돼 쉬엄쉬엄 걸으면 그래도 다닐만 하다.

, 산세가 가파른 만큼 눈앞의 장관에 넋을 놓다가 발을 헛디디면 크게 다칠 수 있다. 경치 감상할 때는 서서 보고, 걸을 때는 한눈 팔지 말고 열심히 걷는게 좋다.

, 유명 관광지이다 보니 사람이 몰릴 때면 케이블카 타는데 3~5시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체객이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나 귀빈대기실료 15위엔(한화 2,3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케이블카 이용료는 편도 66위엔, 탑승시간은 약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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