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8·7·6 …‘疫區除名’<역구제명>
“드디어 해방이다”


6월23일 오후 3시 홍콩 타임스퀘어 광장, 쇼핑센터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 행인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시선을 끌어 모았다. 전광판에는 홍콩이 사스 감염지역에서 해제됐다는 뜻인 ‘역구제명(疫區除名)’이라는 제목으로 한 방송사의 생중계 모습이 전달되고 있었다. 화면에는 노란 교복 차림의 초등학생들이 저마다 큼지막한 마스크를 쓴 채 줄지어 서있었다.

10, 9, 8, 7…. 시계초침이 3시 정각에 점점 가까워지자 거기에 맞춰 일제히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발길을 멈춘 행인들도 함께 숫자를 셌다.

비록 10초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했던 홍콩인들의 표정에는 벅찬 감동과 희망의 빛이 역력했다. 드디어 짧지만 길었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마스크를 썼던 화면 속 초등학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마스크를 벗었고 후련한 듯이 쓰레기통에 차례대로 마스크를 버렸다. 모여 있던 행인들도 일제히 박수를 치며 서로를 축하했다.

침사추이와 타임스퀘어 광장 등지에서는 사스 감염지역 해제를 축하하는 이벤트와 거리공연이 펼쳐졌다. 그야말로 흥건한 축제의 분위기였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지속된 사스와의 싸움에서 쟁취해낸 승리였던 만큼 홍콩인들의 실제 기쁨은 외지인이 바라본 것보다 훨씬 더 컸으리라.

-13일부터 최종 회복캠페인 전개
-9월 중순까지 환영의 할인 행진

사실 홍콩이 마스크를 벗어던진 것은 이보다 훨씬 오래 전이다. 정확히 한 달 전에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홍콩을 여행자제 권고지역에서 해제했고, 뒤이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도 6월5일에 홍콩 여행자제 조치를 철회했다. 여행자제 권고지역 해제를 기점으로 홍콩인들에게 그동안 잠시나마 일상적이었던 마스크 착용은 매우 비일상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사스감염 지역 해제 결정이 있기 하루 전에 도착한 홍콩의 분위기는 매우 일상적이어서 과연 이곳에서 정말로 사스의 공포가 존재했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스탠리 시장에서건, 홍콩 최대의 쇼핑 몰인 하버프라자에서건, 홍콩의 상징물 중 하나인 빅토리아피크에서건, 수많은 바들이 즐비한 란콰이퐁 거리에서건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을 만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대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식당 종업원들을 제외하면 4일 동안의 홍콩 체류 여정 동안 맞닥뜨린 마스크 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홍콩이 이처럼 사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일부에서 추정하듯 계절적 요인이나 우연에 의한 게 아니다. 사회 전 부문에 걸친 종합적인 위생관리 강화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의 정착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홍콩 위생서 찬 와이만(Chan Wai-man) 의사는 지난달 25일 “홍콩에서의 사스 환자는 대부분 구체적인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3월에 발생했다”며 “그러나 조기에 각종 통제 조치를 취한 결과 4월부터는 신규 환자발생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또 “법률에 의한 위생관리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그동안 강화된 위생강화 시스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스 퇴치를 위해 홍콩이 취한 조치들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공항과 항공기, 도심공항터미널, 쇼핑센터, 일반건물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중장소에는 알코올 손세척기가 설치돼 있어 언제든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 출입문 손잡이, 수도꼭지 등 신체 접촉이 잦은 부분에 대한 청소도 한층 강화됐다. 홍콩지하철공사 유엔 학 와(Yuen Hak Wah) 홍콩역장은 “사스 예방을 위해 150명 가량의 청소인력을 추가 배치해 터미널과 전철 내부의 청소횟수와 수준을 강화했으며, 전철 안에서는 무료로 알코올 수건을 배포하고 있다”고 밝히고 “사스 감염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이와 같은 위생강화 시스템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콩국제공항 웡 사우 잉(Wong Sau Ying) 홍보국장 또한 “공항 이용객의 접촉부위에 대한 청결 수준을 대폭 강화했으며, 공항 근무 직원들도 매일 철저한 건강체크를 받은 뒤 이상이 없을 때에만 업무를 보고 있다”며 “공항 시설과 이용객, 직원들에 대한 모든 위생강화 시스템은 적어도 향후 1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위생관리 강화 조치는 호텔이나 식당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뤄지고 있다.

사스감염 지역 해제 발표 직후 홍콩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 재정부 안토니 룽(Antony Leung) 장관은 “사스로 생명을 잃은 이들과 그 가족들의 희생을 잊지 말고 이제는 부활을 이루는 게 임무”라며 “민과 관, 정부간 협력을 강화해 내부 소비 진작, 외래관광객 증대 등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관광산업은 홍콩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해 향후 사회 전 부문에 걸쳐 펼쳐질 관광 부흥책을 예고했다.
이어서 진행된 홍콩관광진흥청 기자회견에서는 개괄적인 부활 캠페인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홍콩관광진흥청 셀리나 차우(Selina Chow) 회장은 “사스감염지역에서 해제됐다는 것은 곧 새로운 프로모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7월13일부터 사스 극복 프로그램의 최종단계인 회복(Recovery)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콩은 이날부터 9월 중순까지 두 달 동안을 ‘환영의 달(Welcome Month)’로 지정, 전세계 여행객들에게 항공료, 호텔비, 쇼핑 등에 걸쳐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캐세이패시픽항공은 이 캠페인을 위해 무려 1만장의 무료 항공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와는 별도로 홍콩의 17개 호텔과 제휴해 구성한 초저가 ‘비짓 홍콩 패키지’ 상품도 오는 9월30일까지 판매할 예정이다. 8월 중순에는 ‘환영의 날’을 정해 세계 각지의 미디어,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벤트를 펼치며, 공항 등지에서는 행운 추첨행사를 개최해 푸짐한 경품도 제공할 예정이다.

회복 캠페인은 내년 3월까지 지속되는데 이 기간동안 레이져 뮤직 쇼, 등축제, 윈터축체, 구정등축제 등 기존 및 신규 축제들을 활용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홍콩으로 이끌 계획이다.

7월부터는 전세계 28개 도시를 대상으로 홍콩 관광로드쇼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8일 홍콩관광진흥청 클라라 총(Clara Chong) 청장을 비롯해 호텔, 여행업체, 관광시설 등 ‘홍콩 트래블 미션단’이 방한해 기자회견과 트래블 마트 행사를 개최하는 등 관광 부흥을 향한 홍콩의 발걸음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홍콩 글·사진=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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