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흐르듯이 지나가는 수만년

■ 호치민 주변 관광지들


붕따우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호치민 근교의 판티엣이나 중부지방의 나짱에 비해 붕따우는 아직까지 개발이 덜 된 곳이다.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보니 비치를 따라 늘어선 고급 리조트들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휴양문화를 가감없이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훌륭한 곳이다.

붕따우는 호치민에서 남동쪽으로 약 130km 떨어져 있는 바닷가 휴양지로, 육상 대중교통이 취약한 탓에 사이공 강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공식적으로 이중 요금제를 적용하는지라 현지인에 비해 두배나 되는 10달러를 지불해야 하지만, 배는 생각보다 상당히 빠르게 물살을 가르더니 한시간 반이 채 못되어 붕따우에 손님들을 내려 놓는다.

붕따우에는 바닷가 바로 옆에 해안도로가 길게 늘어서 있고 호텔들은 모두 도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찻길을 건너지 않고 비치에 직접 갈 수 있는 리조트가 거의 없다. 호텔에 묵는 사람 입장에서는 약간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겠으나, 해안 도로를 달리면서 바닷가의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시설이 괜찮은 호텔들이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해외 유명 체인호텔들과 비할 바는 아니다. 외국인 들이 주로 찾는 대표적인 호텔로는 삼미호텔, 붕따우 호텔, 빅토리 호텔 등이 있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시설에 비해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므로 일박에 50~60불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

좀 더 모험심 강한 여행자라면 곳곳에 위치한 미니호텔에 숙박할 수도 있다. 보통 객실수가 10개 미만인 성냥갑 모양의 작은 건물들로 객실 가격은 10불에서 20불 사이가 많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로얄호텔은 일박에 25불 정도 하는데, 골프와 연계해서 붕따우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며 빈방이 없는 경우 주변의 적당한 호텔을 알아봐 주기도 한다.

붕따우가 경쟁력을 갖는 부분은 시원한 해안도로와 맛있는 해산물이다. 택시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서 창밖으로 경치를 보는 것도 좋지만, 오토바이를 탈 줄 아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렌트해 볼 것을 권한다. 4단 기어가 달린 혼다를 만원 정도면 하루종일 쓸 수 있다. 바닷가에 뛰어 들어갔다가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않은 채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차를 타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준다. 다만, 기어가 없는 오토바이는 찾기 어려우므로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렌트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해산물을 먹으려면 삼미호텔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한 현지 레스토랑을 가보자. 영어로 된 메뉴가 있어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을 해야 하지만, 나오는 음식을 보면 그 정도 수고가 아깝지 않다. 게에 갖은 양념을 한 음식들이 푸짐하고 잘 나오는 편이며, 맥주에 삶은 새우도 맛있다. 영어로 굴 (Oyster)이라고 되어 있는 음식을 시키면 우리나라 꼬막같은 요리가 나오므로 주의하자. 해안도로 쪽에서 들어가면 1층이지만 해안에서 보면 2층 높이여서 수영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방해받지 않고 지켜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가격도 게나 새우요리 1kg에 1만원에서 2만원 사이로 비싸지 않다.

해질녘 해안도로에 따뜻한 색깔의 가로등이 켜지면 붕따우는 다시 옷을 갈아입는다. 베트남 중부의 나짱 해변이나 푸켓의 빠통같은 열정과 시끄러움은 없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의 해안도로가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도로 곳곳에서는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그 위에 앉아 바닷가를 바라보며 데이트를 즐기는 현지 젊은이들을 볼 수 있고, 식당들이 밀집된 곳에서는 아련한 형광불빛 아래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현지인들을 볼 수도 있다.


메콩델타

호치민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투어이다보니 메콩델타로 가는 프로그램은 선택의 폭이 넓다. 당일 코스에서 길게는 거의 일주일 동안 다녀오는 투어가 있을 정도이다. 당일 코스로 가는 경우 미토를 방문했다가 호치민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일반적이며, 일 박 이상을 할 경우에는 칸토라는 곳에 다녀오게 된다. 메콩강을 제대로 느끼려면 최소한 1박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

당일 프로그램에서는 찾을 수 없는 베트콩 근거지 마을 방문이나 쌀국수를 만드는 곳을 방문할 수 있을 뿐더러, 칸토까지 가는 곳의 경치가 상대적으로 낫기 때문이다. 2박3일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1박을 하고 난 뒤에는 비슷비슷한 농장들을 차례로 방문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1박 정도로도 메콩델타의 진수는 충분히 체험할 수 있다.

메콩 투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쪽배를 타고 좁은 물길을 따라가는 시간이다. 당일 코스에서는 유니콘 섬이라는 곳 내부에 있는 물길을 따라가며, 1박 이상일 경우에는 베트콩들이 은신처로 사용했었다는 정글속의 물길을 지나게 된다. 어렸을때 접던 종이배 형상을 한 길이 5미터나 될까한 배 앞에 베트남 사람들이 쓰는 고깔모자를 쓴 여인들이 기다란 노를 하나씩 들고 앉아있다. 노젓는 사람을 포함해 총 너댓명 만이 탈 수 있는 아담한 배다.

노 젓는 아줌마가 솜씨있게 바닥을 밀어 젖히니 배가 스르륵 출발한다. 배의 너비는 길어야 1미터. 여차하면 뒤집힐 수도 있는지라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수로 옆으로는 열대의 수풀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배가 지나다니는 길에 있는 모든 것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 순간 그 장소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바로 그 모습으로 보여지기 위해 수만년을 기다리고 있다가 드디어 때를 맞아 최선을 다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30분 정도 지나면 투어는 거짓말 처럼 끝이나고 배는 다시 선착장으로 들어선다. 돌아오는 길에는 코코넛으로 만든 공예품이나 코코넛 캔디를 몇 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베트남 글·사진=김승범 객원기자
취재협조=베트남항공/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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