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재양성만이 살길

“능력 있는 인재를 얼마나 많이 육성하고 보유하고 있느냐가 회사의 흥망을 좌우합니다.”
한 여행사 임원의 이와 같은 언급은 최근 들어 여행업계에 싹트고 있는 인재양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대변한다. 그동안 여행업과 인재양성은 그다지 강한 연관성을 지니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인재양성보다는 오히려 높은 이직률과 ‘독립선언’이 여행업계의 실상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해왔다고 할 수 있다. 내부 직원에 대한 교육투자를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으로 파악하면 여행업계의 높은 이직률은 결국 낮은 복리후생 수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올해 초 온라인 채용전문 업체인 인크루트가 289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사원 재교육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52.6%가 사원 재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85.5%는 사원들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을 정도로 사원 재교육에 대한 기업들의 열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수인력을 선발해 해외유학을 보내거나 외부기관에서 별도의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등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내부직원의 재교육 및 전문성 강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능한 인재가 회사 ‘흥망 좌우’


체계적 교육시스템 필수

그러나 여행업계 전체적으로는 이와 같은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대형업체들을 중심으로 사내 직능교육과 외부 기관을 통한 위탁교육 등을 실시하면서 사원 재교육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업체별로 지원규모와 범위는 차이가 있지만 어학교육비, 골프강습비, 대학원 교육비 등을 일부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소업체들의 경우에는 이 마저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거나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여행업계에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는 업체는 하나투어이다. 하나투어는 현재 ▲스스로 학습하는 조직문화 ▲성과향상 교육 ▲대고객 서비스 마인드 교육 ▲사이버를 통한 전천후 교육 ▲직급별 및 직능별 교육이라는 상위 교육 범주별로 세부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는 조직문화 교육범주에서는 출장과 센딩, 상품교육을 상시로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4월부터 6월까지는 독서통신교육을 실시해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전문지식 습득을 위해서는 외부위탁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성과향상을 위해서는 부서 및 개인간 신뢰구축교육, 팀별 진단 및 분석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계층별 및 직능별 교육은 가장 많은 세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데 신입사원에서부터 사원, 팀장, 부서장 및 임원급의 직급별로 해당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각 직급에 맞춰서 상품과 항공, 출장, 센딩, 고객만족, 사이버교육 등이 진행된다. 또 세일즈맨, 사내강사, 카운터 등 직능별로도 합숙 및 집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전문성 강화를 꾀하고 있는 등 체계적이고 다층적인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대학에서 인재양성

인재양성과 관련해 올해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사내에 특별 교육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른바 사내 인재양성 프로그램의 도입이다. 이는 삼성의 인력개발원, LG의 인화원, SK의 아카데미 등 대기업들이 설치하고 있는 사내 인재양성 기관의 초기 단계로도 볼 수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범한여행은 올해 3월부터 사내에 ‘여행대학’을 설립했다. 여행대학의 목표는 여행업 관련 뿐만 아니라 제반 측면에서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것. 대리급 이상의 직원이 교육대상이며 현재 각 조당 약 12명씩 총 4개조로 나뉘어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 과정은 총 4차의 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1차 과정에서는 기본소양교육을 비롯해 인사, 총무, 재정, IT 등에 관한 실무교육으로 이뤄져 있다. 2차와 3차는 각각 여행업과 관련한 실무교육 및 심화교육을 받게 된다. 마지막 4차는 외부 전문기관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이수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각 단계별로 교육이 끝나면 교육내용에 대한 시험을 치르고 합격해야만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다음단계로 이동할 수 있으며 4차까지의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이에게는 인사고과 반영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1차 교육과정을 마치고 시험에도 합격해 2차 단계에 진입한 김남철 과장은 “별도로 두꺼운 교재가 있을 만큼 교육내용이 방대하고 양도 많아 시험에서 떨어지는 이들도 있다”며 “힘든 게 사실이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 종합여행인 키워

자유여행사도 올해 이와 비슷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사내에 별도 교육장소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자유여행사가 도입한 ‘차세대 인재육성 교육 프로그램’은 이른바 역량 있는 ‘종합여행인’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종익 이사는 “여행산업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기대도 높은 상황이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인재는 턱 없이 부족하다”며 “총체적인 면에서 전문가다운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차세대 인재육성 교육의 대상자는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170여명이며 이중에서 신청을 받아 매 기수별로 약 20명 안팎을 선발해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은 총 4개월에 걸쳐 진행되며 어학교육에서부터 항공실무교육, ERP 교육, 여행업 실무교육, 상품기획 및 가격설정, 판매 기법, 경영기법, 재무회계, 대고객 서비스 등 총 10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각 과목별 전문가를 외부에서 초빙해 강의를 실시하기도 하고 내부 강사가 진행하기도 한다. 교육 수료자들은 테스트를 거쳐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되며 합격자들은 인사고과에 최우선적으로 반영되고 조기에 최고경영자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와 같은 직원에 대한 교육투자 및 인재육성에 대한 관심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물론 외부의 우수인력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배경과 맞물려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투어 홍기정 부사장은 “우수한 인재가 회사의 자산이고, 직원들이 공부하며 성장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자는 게 경영상의 지향점”이라며 “현재 어학교육비나 골프강습, 대학원 교육비 지원 등을 통해 자기계발을 돕고 있는데 향후 사스 여파가 안정되면 보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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