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밤은 낮보다 길~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여름 휴가는 1년 중 자기만의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 명절이면 일가친척에게 시달려야 하는 노총각, 노처녀도 여름 휴가만은 마음껏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7월과 8월 여름 휴가기간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올빼미 족으로의 변신을 추천한다. 어차피 여행은 일상에서의 일탈이고 싱가포르의 밤은 일탈자를 맞이할 모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싱가포르는 더운 나라다. 그렇다고 물 좋은 해변이 사방에 널려 있어서 수영복만 걸치고 해양스포츠를 즐길만한 곳도 아니다. 너무 더우니까 쉬고 오라고 받은 소중한 휴가에 괜히 땀 뺄 필요 없다. 휴가는 출·퇴근 구분이 없는 나만의 시간. 낮이라고 바삐 움직여야 할 필요가 없다. 더운 낮에는 시설 좋은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책도 읽고 느긋하게 보내자. 만화책도 좋다. 시원한 맥주나 과일 쥬스 한 잔 시켜 놓고 여유롭게 즐기다 보면 어느 새 해가 지고 어둑어둑 저녁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밤으로 가는 길목 분위기 만점

화장을 고친 싱가포르의 밤은 여러 가지 표정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기분전환을 겸한 초저녁의 싱가포르를 즐기려면 클락키(Clarke Quay)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싱가포르 강을 끼고 노천 카페와 상점들이 줄지어 있어 운치있는 저녁을 즐길 수 있고 행상선(Bum Boat)을 타고 보트키나 머라이언 상이 있는 마리나 베이 지역까지 나갈 수도 있다.

대강 분위기를 익혔으면 이제 저녁 식사를 해야할 시간. 클락키 노천 카페에서의 식사가 밋밋하다고 생각될 경우 좀더 기발한 저녁 만찬도 가능하다. 물론 선셋 디너 크루즈 정도의 식상한 코스가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하늘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센토사 섬을 오가는 케이블카는 주말마다 특별히 개조한 이색 케이블카 디너를 운행한다. 케이블카가 2바퀴를 도는 1시간 가량 동안 에피타이저와 메인 메뉴, 후식까지 풀코스 식사가 제공되는 이 특별한 저녁은 둘만의 추억을 원하는 커플에게는 최고의 선택. 가격은 1인당 50∼60 싱가포르 달러.

늦을수록 더욱 화려하다

저녁까지 먹고 났으면 비축해 둔 에너지를 발산하러 출동할 시간. 로맨틱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면 유명한 래플즈 호텔 2층에 있는 롱바(Long Bar)를 찾아 ‘싱가포르 슬링’ 한 잔을 주문한다. 거리 깨끗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지만 롱바에서는 땅콩 껍질을 바닥에 맘대로 버리는 해방감(?)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롱바를 나와 계속 분위기를 타고 싶으면 길 건너 편 차임스(chijmes)나 레플즈 시티 호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차임스에는 다양한 종류의 노천 바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레플즈 시티의 스위스 호텔 꼭대기에 올라가면 싱가포르 강과 시청 등 백만달러짜리 야경이 펼쳐진다.

좀더 신선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사파리에 나서자. 나이트 사파리는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이색 볼거리. 이름처럼 저녁 시간 이후에만 개장하는 나이트 사파리는 어둠이라는 두려움과 야생의 정글 이미지를 기막히게 조화시킨 싱가포르다운 야외 동물원. 얼핏 실제 야생의 세계에 들어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나이트 사파리에 나서면 어둠 속에서 어슬렁거리는 실제 동물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인공의 냄새를 최대한 자제해 더욱 실감나게 꾸며진 공원은 걸어서 관람하는 코스와 기차를 타는 코스를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 젊은이들의 밤 문화를 피부로 느끼고 싶다면 클럽을 찾아보자. 모하마드 슐탄 지역은 가볍게 술을 마시며 춤 출 수 있는 락카페들이 모여있는 동네다. 심장을 두드리는 빵빵한 사운드가 거리에 흘러나오고 주말이면 입장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는 클럽 안은 만원 버스처럼 손님들이 가득하다. 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춤추는 사람 구경만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황혼에서 새벽 지나 늦잠

한 밤 중에 시장기가 돈다면 호커센타라고 불리는 곳에서 야식을 맛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대부분의 식사를 외식으로 해결하는 싱가포르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호커센터는 한국의 포장마차를 한 곳에 모아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저녁이면 가족 단위의 현지인과 관광객이 한데 어울리기 때문에 주말에는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풍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네마다 크고 작은 호커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데 관광객들에게는 오차드 거리를 지나 있는 뉴튼(New Ton) 호커센터가 규모도 크고 찾기도 쉽다.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국수나 사테, 볶음밥을 비롯해 한국의 라면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쯤되면 시간도 상당히 늦게 마련이지만 다행히 싱가포르는 한국처럼 밤에도 치안이 잘 유지되는 곳 중의 하나다. 일부러 골목길을 찾아다니지만 않는다면 밤길도 그리 위험하지 않다. 밤이 되면 외출을 삼가해야 하는 국가와는 달리 안심하고 밤 시간을 즐겨도 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택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택시는 할증 요금이 없고 교통체증이 없는 밤에는 시내 웬만한 곳까지 10싱가포르 달러면 가능하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으면 이제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출근 걱정에 서둘러 잠을 청할 필요는 없다. 평일 늦잠은 모든 직장인이 꿈에도 그리는 달콤한 순간. 밤 늦게까지 무리한 만큼 다음 날 아침 늦게까지 실컷 게으름을 부리면서 인간다운 아침을 맞아보자.

싱가포르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싱가포르관광청 02-399-5570


+++++ 싱가포르 낮에 즐기기 +++++

싱가포르까지 갔는데 하나라도 더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주롱새공원은 빠지지 않는 관광 코스. 8900마리의 각종 새가 모여 있는 주롱새공원에는 에어콘이 가동되는 파노레일이 운행되고 있으며 이동 중에는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중에서 선택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새공원을 찾는다면 매일 11시와 3시에 30분간 공연하는 올스타 버드쇼를 놓치지 말자. 생일을 맞은 사람은 앵무새가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곳의 앵무새는 영어와 일어로 숫자까지 센다.

인구 400만명의 싱가포르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 등의 여러 민족이 어울려 있는 다민족 국가다. 여러 민족이 좁은 국토에 모여 살면서도 슬기롭게 조화를 이루고 사는 모습은 싱가포르만의 자랑이자 매력. 싱가포르에는 아직도 차이나 타운과 리틀 인디아, 아랍스트리트 등의 과거 전통이 남아 있는 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각 거리는 흡사 다른 나라를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확연한 자기만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고 우리네 인사동처럼 전통 음식과 특색있는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까지 온 이상 바다가 있는 특별한 나들이를 하고 싶다면 센토사 섬으로의 소풍도 좋고 조금 더 멀리 나가면 싱가포르에서 45분 정도 떨어진 빈탄으로의 당일 여행도 생각할 수 있다. 센토사 섬은 2개의 인공 비치가 있어 해수욕을 즐길 수 있고 언더 워터 월드나 나비 공원 등 다양한 테마 공원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냉방 장치 잘된 쇼핑 센터를 찾아 쇼핑에 나서도 좋다. 우리의 명동에 해당하는 오차드로드나 부기스 정션 등에는 초호화 명품에서부터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연중 수시로 가격 할인을 하며 손님을 불러 세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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